헌재, ‘미성년자 음란 애니 소지만 해도 실형’ 아청법 합헌 결정
만화는 ‘음란성 감각 둔화’ 지적
이견 없이 전원 일치로 합헌

미성년자로 명백히 인식될 수 있는 캐릭터가 성적 행위를 하는 가상 이미지·만화 등을 제작·배포·판매·소지하는 것을 처벌하는 조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로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상 이미지 성착취물의 위험성이 커졌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한 입법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24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제11조 2항·5항의 처벌 범위에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이 등장하는 화상·영상’을 포함한 것이 합헌이라고 전원 일치로 결정했다.
아청법 제11조 2항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영리 목적에서 배포한 자를 징역 5년 이상에 처하는 규정이다. 5항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소지·시청한 자를 1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
앞서 미성년자 등장인물이 성관계하는 내용의 만화 파일을 올렸다가 재판에 넘겨진 A씨는 해당 조항의 처벌이 지나치게 무겁다며 위헌 여부에 대한 헌재 판단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2022년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지난 2015년에도 가상 이미지 성착취물을 배포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아청법 조항에 한차례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지만, 2020년 아청법이 개정되면서 법정형이 상향된 점 등을 고려해 다시 위헌성을 심판했다.
헌재는 2015년과 같이 가상 이미지 미성년자 성착취물의 위험성이 실제 미성년자가 등장하는 성착취물과 명백히 구분되지 않으며, 이를 처벌하는 법 조항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가상 이미치 성착취물 역시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조장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시청하면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가상 이미지 성착취물의 위험성이 더욱 커졌다는 점 역시 합헌의 근거로 들었다. 헌재는 “AI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간단한 명령어만으로도 가상 이미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쉽게 제작할 수 있게 됐다”며 “막대한 부정적 파급효과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지 조항에 대해서도 헌재는 “매체 특성상 복제·배포가 쉬워 재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하면 죄질과 책임이 가볍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아청법이 비교적 중한 법정형을 정한 데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정형을 고려하면 법관이 양형 조건을 따져 집행유예 형을 선고할 수 있다는 점도 합헌 결정에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성착취물의 경우 딥페이크 성착취물과 달리 현실과 구분이 쉬워 위험성이 덜하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그러나 “만화 등은 상상력에 기반해 극단적 상황을 쉽게 묘사할 수 있는 등 표현의 제약이 적다”며 “친근한 이미지로 경계심을 허물고 장르적 허용이라는 인식 아래 폭력성이나 음란성에 대한 감각을 둔화시킬 수도 있다”며 배척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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