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강인·김민재 데리고…홍명보,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참사

김영건 2026. 6. 2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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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12년 만의 두 번째 월드컵 도전도 실패
韓최초 월드컵 2회 지휘, 돌아온 건 조별리그 탈락뿐
홍명보 감독. 남동균 기자
“저는 저를 버렸습니다. 이제 저는 없습니다.”

2024년 7월, 홍명보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하며 기자회견에서 뱉은 말이다. 정당성도 없이 선임됐지만, 야심 찬 포부를 밝힌 홍 감독.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한국 대표팀 감독을 맡기엔 그릇이 작았다. 약 2년 동안 부족한 전술로 매번 의문을 낳았고, 월드컵에서 모든 걸 증명하겠다고 자신했지만 돌아온 건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손흥민(34), 이강인(25), 김민재(30) 등 공격·수비·중원 포지션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이 있었으나 그들의 기량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에서 1승2패, 승점 3으로 3위에 그쳤다. 이후 조 3위 12개 팀 중 상위 8개 팀 안에 들지 못하며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1차전에서 체코를 2-1로 꺾고 16년 만의 월드컵 첫 경기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멕시코전 0-1 패배에 이어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최종전에서도 0-1로 무너졌다. 무승부만 거둬도 조 2위로 32강에 오를 수 있었던 경기에서 한국은 한 골도 넣지 못했다. 48개국 체제로 확대돼 조 3위에게도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이 열린 대회였지만, 홍명보호는 그 기회조차 살리지 못했다.

이번 대표팀은 기대를 모을 만한 전력이었다. 손흥민은 한국 축구의 상징이자 월드컵 경험이 가장 풍부한 선수였다. 이강인은 유럽 무대에서도 통하는 창의성을 갖췄고, 김민재는 세계 정상급 센터백으로 평가받았다. 여기에 황인범, 황희찬, 오현규, 설영우, 이태석 등 유럽 무대에서 경쟁력을 쌓은 선수들도 있었다. 선수 면면만 놓고 보면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스쿼드 중 하나로 볼 만했다.

문제는 벤치였다. 홍 감독은 월드컵을 준비하며 스리백을 플랜 A로 삼았다. 수비 안정에 방점을 찍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본선에서 스리백은 공격을 답답하게 만드는 전술이 됐다. 후방 숫자는 늘었지만 전진 속도는 떨어졌다. 공격 전개는 이강인의 왼발과 일부 선수들의 개인 능력에 기대는 장면이 많았다. 주 포지션인 측면 공격수가 아닌 원톱으로 나선 손흥민은 최전방에서 고립되거나 측면으로 밀려났다.

스리백에서 핵심은 윙백의 공격 가담과 폭 확보다. 좌우 윙백이 상대 수비를 넓히고 깊이를 만들어야 했지만, 한국의 공격은 측면에서 결과를 내지 못했다. 자연히 중앙은 막혔고, 전방의 손흥민과 오현규에게 향하는 패스도 단조로웠다. 수비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꺼낸 스리백은 공격의 연결고리를 끊었다. 준비 과정에서 보였던 답답함이 본선에서 갑자기 해결되는 일은 없었다. 스리백이 통하지 않으면 ‘플랜 B’인 포백을 꺼냈어야 했지만, 홍명보호는 같은 포지션 간 맞교체에 그쳤다.

홍명보 감독. 남동균 기자
수비도 완성도가 높지 않았다. 남아공전에서 김민재가 교체되는 과정은 홍명보호의 현실을 보여줬다. 김민재는 교체로 나가며 수비 간격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수비 숫자를 늘렸음에도 간격과 역할이 정리되지 않은 셈이다. 홍 감독이 전술적 해법을 제시하기보다 선수들에게 부담을 떠넘긴 형태에 가까웠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남아공전 손흥민의 벤치 출발이었다. 홍 감독은 후반 공간을 노린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손흥민이 월드컵 본선에서 선발 제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선수단도 경기 당일 미팅에서야 손흥민의 선발 제외를 확정적으로 알았다. 탈락이 걸린 경기에서 대표팀 주장을 벤치에 앉히는 선택에는 명확한 설명과 공유가 필요했지만, 홍명보호에는 그 과정도 부족했다.

홍 감독은 월드컵 내내 손흥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체코전과 멕시코전에서는 손흥민을 조기에 교체했고, 남아공전에서는 아예 선발에서 제외했다. 손흥민의 컨디션과 나이를 고려한 판단이라고 해도, 전술적 방안 없이 최전방에 가둔 채 조기 교체를 반복한 건 손흥민에게도 가혹한 선택이었다. 결국 한국은 가장 확실한 한 방을 가진 선수를 데리고도 결정적인 순간에 그 한 방을 끌어내지 못했다.

남아공전에서 패한 홍 감독은 경기 뒤 “결과는 감독의 책임”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이번 실패는 감독이 피할 수 없는 책임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실패를 복기할 시간도 충분했다. 그러나 홍명보호 2기는 선임 논란을 결과로 지우지 못했고, 전술적 의문도 월드컵 본선에서 해소하지 못했다.

홍 감독은 한국 축구 사상 최초로 월드컵 본선을 두 차례 지휘한 사령탑이다. 그러나 12년 만에 돌아온 두 번째 월드컵에서도 결말은 달라지지 않았다. 두 번의 도전 모두 조별리그 탈락으로 끝났다. 홍명보호는 끝내 낡은 자기 확신을 버리지 못한 채 무너졌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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