갸루도 초등학생도 보이면 일단 '어깨빵'…사회문제된 '부츠카리족' [日요일日문화]
체구 작은 여성·노인·아이 표적 되기 쉬워
60대 남성 초등학생 밀쳐 넘어뜨려 체포되기도
지난주 일본의 갸루 문화에 대해 소개하면서 갸루붐을 몰고 온 아이돌을 소개했는데요. 얼마 전 이 아이돌 멤버들이 갸루 차림으로 도쿄에서 촬영 중에 소위 '어깨빵'을 당할 뻔했더라고요. 시부야 스크램블에서 촬영하던 중 한 남성이 일부러 방향을 틀어 몸을 부딪칠 듯 접근하는 장면이 공개되며 논란이 됐는데요. 일본에서도 전형적인 '부츠카리 오토코(男·남성)'에게 걸린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남 이야기 같지 않게, 저도 일본에 와서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원래는 '저런 사람 만나면 뒤따라가서 갚아줘야지' 했는데 막상 당하면 이런 생각조차 사라지더라고요. 그 뒤로는 지하철역이나 사람 많은 장소에서는 시선을 항상 앞에 멀리 두고 다니게 됐습니다. 혹시 부딪히려는 사람이 나타나면 제가 먼저 피할 수 있도록 말이죠. 물론 작정하고 부딪히려는 사람한테 예방책이 어딨겠습니까만.
이걸 일본 문화 소개하는 코너에 넣기에는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생각했습니다만, 피해자에게 '네가 상대방 기분 거슬리게 무엇인가 잘못한 거 아니냐'라는 날 선 지적도 한다기에 다뤄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주에는 관련한 사고도 발생하기도 했고요. 이번 주는 일본의 새로운 문제로 떠오른 '부츠카리 족(族)'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먼저 우리나라 언론에는 '부츠카리(ぶつかり)'로 소개됐는데요. 부딪힌다는 동사 부츠카루(ぶつかる)의 명사형입니다. 다만 일본에선 부츠카리라고 단독으로 쓰지 않고, 부츠카리 뒤에 사람을 붙여서 이야기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남성이 부딪혔을 경우 '남성(男·오토코)', '아저씨(おじさん·오지상)'라는 단어를 붙여 '부츠카리 오토코', '부츠카리 오지상'으로 쓰는 식이죠. 물론 여성이 그랬다면 부츠카리 '온나(女)', '부츠카리 오바상(おばさん)'이라고 부릅니다. 일본 언론에서는 '부츠카리족(族)'으로 뭉뚱그려 일컫기도 하는데요. 저도 이번 기사에서는 부츠카리족으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이 부츠카리족들은 인파가 몰리는 전철역, 번화가, 횡단보도 등에서 길을 지나가는 사람에게 고의로 몸을 부딪치는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체구가 작은 여성, 어린이 등을 노리는 경우가 많죠.

지난 18일 일본 가나가와현에서는 60대 부츠카리족이 실제로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64세 회사원이 초등학교에 등교 중이었던 7세 여아를 일부러 뒤에서 들이받아 넘어뜨려 찰과상을 입혔는데요.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이미 일대에서 '검은 마스크를 쓴 부츠카리 오지상'으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항상 검은 마스크를 쓰고 초등학교 통학로에서 걸어오는 아이들을 부딪쳐 넘어뜨렸다는데요. 이 사건 이전에도 다른 학생이 똑같은 피해를 보는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나서서 경찰과 어떻게 해결할지 상담했고, 경찰이 잠복수사를 통해 용의자를 검거했다고 해요.
이처럼 일본에서는 부츠카리족이 계속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표적이 외국인을 향하기도 하죠. 지난해에는 일본계 프랑스인 인플루언서가 도쿄 신주쿠에서 본인을 치고 도망간 부츠카리족을 바로 촬영하고, 이를 공개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알려지기도 했죠. 교도통신에 따르면 지난 3월 주일중국대사관에서는 일본에 거주하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시부야나 오사카 도톤보리 등 인파가 많은 곳에서는 안전거리를 유지하라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고 합니다.
부츠카리족의 행동 유형을 분석한 사람도 있습니다. 일본 SNS에서는 부츠카리족의 행동 유형을 분석한 게시글이 화제가 됐는데요. 첫 번째는 '추적형'입니다. 피해자를 특정하고 계속 쫓아가는 사람이죠. 그다음은 '정의형'입니다. 나의 진로를 방해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부딪혀야 마땅하다는 유형입니다. 부츠카리족이 한번 부딪히고 범행을 끝낸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본인이 걸어가면서 그 진로에 있는 사람들과 계속해서 부딪히며 지나갑니다. 그리고 '불만형'이 있는데, 본인이 가진 분노나 스트레스를 그냥 발산하기 위해 부딪힌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요? 전문가들은 이들의 행동은 일종의 '약자 대상 공격'이라고 분석합니다. 범죄심리학자인 기류 마사유키 도요대 교수는 도요게이자이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와 현실에 대한 불만, 스트레스를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 여성이나 노인, 아이에게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부츠카리족이 힘이 세 보이는 상대는 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난폭운전 가해자가 일단 본인에게 위험해 보이는 차량은 피하는 것과 비슷한 심리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전문가인 다나카 다이스케 니혼죠시대 교수는 부츠카리족이 지하철역 등 '도주하기 쉬운 환경'에 출몰하는 점을 꼽았습니다. 사람이 많고 이동 동선이 복잡한 곳은 범행 후 곧바로 군중 속으로 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완전범죄를 계획하기 좋다는 것이죠.
실제 피해자 상당수는 가해자를 특정하지 못해 신고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전문가들은 이러한 점 때문에 부츠카리 행위가 일종의 '뺑소니'처럼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일단 사건이 발생하면 뒷모습이라도 촬영하고, 역이라면 역무원에게 신고하는 등 사건이 발생한 장소의 관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좋다고 하네요. 다만 쫓아가서 보복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누군가에게 일부러 몸을 부딪치는 행위가 사실 일본만 있는 일은 아닐 겁니다. 다만 체포 등 형사처벌로 가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일본 철도 회사들도 이런 부츠카리족의 행위를 기소 대상이 되는 민폐 행위로 취급하기로 했죠. 사회에 대한 불만, 약자를 향한 공격성이 숨어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도쿄(일본)=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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