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받는 법' 중요해진다…보험사 연금설계 역할 주목
직접인출 위험 보완하는 연금화
"가입자 상황별 맞춤 설계 해야"
퇴직연금 시장에서 은퇴 후 소득 설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보험업계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적립금 운용을 넘어 퇴직연금을 평생 소득으로 전환하는 수요가 확대될 경우 생명보험사의 장수위험 관리 및 연금 수급 설계 역량이 경쟁력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미국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는 종신 소득 옵션을 내장한 '피델리티 프리덤 라이프타임'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상품은 피델리티의 타깃데이트펀드(TDF) 운용 전략에 미국 대형 보험사 네이션와이드와 뉴욕라이프의 종신연금 기능을 결합해 근로자가 퇴직연금 계좌 내 TDF 잔액 일부를 은퇴 후 사망 시까지 지급되는 연금소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피델리티는 이 상품을 2027년 초 자사 퇴직연금 플랫폼 이용 기업 고객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예상 시점에 맞춰 주식과 채권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상품이다. 은퇴 시점이 멀면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높이고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늘린다. 기존 TDF가 은퇴 전 자산 축적에 초점을 맞췄다면 피델리티의 새 상품은 은퇴 이후 일정 소득을 받을 수 있도록 보험사의 종신연금 기능을 붙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은퇴자가 적립금을 직접 인출할 경우 장수위험과 시장 하락 위험에 노출될 수 있지만 일부를 연금화하면 현금흐름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상품 구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퇴직연금 가입자를 중심으로 TDF 활용도는 높아졌지만, 적립금을 은퇴 후 종신 소득으로 전환하는 '하이브리드형' 상품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은퇴 전에는 TDF를 통해 자산을 운용하고 은퇴 후에는 일부 적립금을 종신연금으로 전환하는 구조가 확대되면 보험사의 역할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이 성장하면서 적립금을 운용하는 것뿐 아니라 은퇴 이후 어떤 방식으로 나눠 받을지에 대한 설계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종신연금은 장수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보험사의 고유 역량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세제 측면에서도 연금화 유인이 강화되고 있다. 퇴직금을 일시금이 아니라 연금 형태로 나눠 받으면 수령 기간에 따라 퇴직소득세를 줄일 수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종신연금 소득에 대해 연령과 관계없이 일괄 3% 세율이 적용된다. 이는 일정 기간만 나눠 받는 방식보다 종신형 연금 수령을 유도하는 장치로 볼 수 있다.
다만 종신연금은 확정기간형이나 자유인출형보다 초기 수령액이 낮아질 수 있고 연금 개시 이후 목돈 인출이나 상속 측면에서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별히 건강 상태나 가족 이력이 없는 경우라면 연금 수급 기간을 일정 기간 또는 특정 나이까지로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도 있다"며 "연금 수급자의 현금 수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금 수급 방법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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