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에이스 18구 만에 시즌 끝, 아쿼도 실패, 불펜 줄부상...그런데도 '팀 ERA 1위' 미라클 두산

배지헌 기자 2026. 6. 27. 13:3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외국인·국내파 부상 속 리그 팀 평균자책 1위
-선발진 탄탄…퀄리티스타트 리그 최다 공동 1위
-곽빈·최민석 쌍끌이 에이스, 아시안게임 대표 발탁
두산 곽빈(사진=두산)

[더게이트=잠실]

두산 베어스는 27일 현재 리그 팀 평균자책 1위 팀이다. 팀 평균자책 3.96으로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3점대 평균자책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평균자책이 투수진의 능력을 가늠하는 유일한 지표는 아니지만, 가장 직관적이고 대중적인 지표인 건 사실이다. 팀 소속 투수과 주전 포수, 투수 코치나 감독이 제일 신경 쓰고 자부심을 갖는 지표이기도 하다.

사실 올시즌 두산 마운드가 겪은 일들을 생각하면 평균자책 1위가 신기할 정도다. 두산이 올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에이스를 기대하며 계약한 크리스 플렉센은 단 1경기 만에 부상으로 이탈해 사실상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두산은 26일 "플렉센이 최근 통증이 재발해 병원을 다시 찾은 결과, 기존 부상 부위와는 다른 곳에서 문제가 발견됐다. 미국 병원에서 수술 소견을 받았다"면서 결별을 시사했다. 

플렉센 외에도 부상자가 한둘이 아니다. 사이드암 선발 자원으로 4년 최대 38억원에 계약한 최원준이 시즌 아웃됐다. 또 다른 사이드암으로 불펜 핵심인 박치국은 4월 중순에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마무리 투수 김택연도 4월 말에 뒤를 따랐다. 올 시즌 새 주축 불펜으로 좋은 활약을 보여준 양재훈마저 이달 초 우측 팔꿈치 인대가 손상돼 수술대에 오르면서 시즌 아웃됐다. 아시아쿼터 복도 없었다. 필승조 역할을 기대하고 데려온 타무라 이치로가 16경기 평균자책 7.31을 기록하고 퇴출되는 결말을 맞았다.

이렇게 에이스부터 필승조까지 부상자와 부진한 선수로 가득한 상황이면 마운드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할 게 없건만, 두산은 여전히 건재하다. 여기엔 명투수 출신으로 과거 SSG 랜더스 사령탑 시절에도 마운드 구축에 성과를 냈던 김원형 감독의 지분이 적지 않다. 지난해 평균자책 4.30(6위) 두산 투수진을 물려받은 김 감독은 기존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고 신예들의 성장을 끌어내면서 마운드의 환골탈태를 이끌었다.
김원형 감독(사진=두산)

"난 숟가락만 얹어...선발투수 역할이 중요"

평균자책 1위 팀의 감독으로 사는 건 어떤 느낌일까. 이런 질문을 받은 김 감독은 "투수들이 제 역할을 잘 해준 덕분"이라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26일 잠실 KIA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김 감독은 "나는 팀에 와서 숟가락만 얹었다"면서 손사래친 뒤 "1차적으로는 선발투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래야 불펜이 과부하가 걸리지 않고 144경기를 소화할 수 있다"면서 평균자책 1위의 비결이 선발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두산의 선발 투수 평균자책은 3.85로 전체 1위다. 퀄리티스타트도 34회로 삼성과 함께 리그 최다 공동 1위. 경기당 평균 이닝도 5.22이닝으로 최다 4위를 달리는 등 선발진의 고른 활약이 돋보인다. 플렉센은 써보지도 못하고 작별하게 됐지만, 대신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한 웨스 벤자민이 12경기 4승 6패 평균자책 2.90으로 그 자리를 훌륭하게 메워주고 있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잭 로그도 14경기 평균자책 4.44로 지난해보다는 다소 아쉽지만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하면서 많은 이닝을 책임진다.

무엇보다 몇몇 팀에는 한 명도 없는 '국내 우완 에이스'가 두산엔 두 명이나 된다. 2년 차 최민석이 14경기 7승 2패 평균자책 2.57로 팀 내 다승과 평균자책 1위를 달리며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원조 에이스 곽빈도 15경기 6승 3패 평균자책 2.89로 여전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둘 다 퀄리티스타트 9차례를 기록하면서 나왔다 하면 6이닝 이상을 소화한다. 두 선수 모두 올해 9월 열리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한국야구 국가대표팀에도 발탁됐다.

두 국내 에이스의 앞서거니 뒤서거니 선의의 경쟁이 두산 선발진을 리그 최강으로 이끄는 원동력이다.곽빈은 26일 경기 후 인터뷰에서 "평균자책 1위 팀 에이스"라는 평가에 고개를 저으며 "최민석이 있어서 내가 에이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이어 "민석이는 21살 선수같지 않다. 몸 관리를 정말 잘하고, 확실한 자기 것이 있는 선수다. 나도 나만의 것을 찾는 데 3년이 걸렸는데 이제 21살이 그렇게 한다는 게 놀랍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강력한 선발진이 앞에서 많은 이닝을 책임지면 자연히 불펜 투수들의 부담도 줄어든다. 선발이 앞에서 6이닝을 채워주면 불펜은 남은 3이닝만 효과적으로 나눠 막으면 된다. 선발이 강한 팀은 불펜도 자연히 강해지는 선순환 효과를 누린다. 김 감독도 "불펜에 새로운 투수들이 등장해서 생각했던 이상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중간중간 부상자가 나왔지만 새로운 선수들이 올라와서 그 역할을 메워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올시즌 깜짝 스타로 떠오른 김정우, 양재훈, 최주형 등이 대표적이다.

마무리 김택연이 빠진 자리는 '52억 FA' 이영하가 메웠다. 선발로 시즌을 시작했던 이영하는 26경기에 구원 등판, 3승 1패 12세이브를 기록하며 두산의 뒷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김 감독도 "김택연이 부상으로 빠졌을 때 이영하가 불펜의 중심을 잘 잡아줬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투수들이 마운드에서 자신 있게 자기 공을 던지는 모습이 보인다. 투수 쪽에서 선순환이 잘 되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평균자책 1위 마운드는 구성원들에게 자부심이다. 곽빈은 "아직 내가 팀의 에이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팀에 있는 선수로서 최선을 다해 던지자는 생각"이라면서도 "저희 선발 투수들뿐만 아니라 저희 투수들이 정말 다 잘 던져주고 있어서 이런 좋은 기록을 갖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Copyright © 더게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