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해양 완도발전의 캡틴"…3선 신우철 군수 '눈물의 마침표'
12년간 지구 30바퀴 거리 발품…"모든 성과는 군민에게"
26일, 전남 완도문화예술의전당. 관공서 특유의 무겁고 딱딱한 공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무대 중앙에는 소박한 탁자와 의자가 마주 보고 놓였다. 지난 12년간 완도의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했던 신우철 완도군수가 민선 6~8기 여정의 마침표를 찍는 자리였다.
통상적인 의전 행사를 탈피해 군정 비화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내는 '북 콘서트' 형식으로 꾸며진 이임식은 '군민이 주인인 완도'를 보여주고자 하는 무대였다.

이날 행사장을 가득 채운 건 거창한 치적이 아닌, 한 사람의 '인간 신우철'이 겪은 치열한 삶의 궤적이었다. 가장 객석의 이목을 끈 대목은 3선 도전을 앞둔 시점의 일화였다.
신 군수의 회고에 따르면, 당시 부부는 선거 자금 마련을 위해 퇴직금을 일시금(약 2억5,000만원)으로 받을지, 연금(일시금 8,000만원)으로 받을지를 두고 일주일 밤낮을 고심했다고 한다.
"내가 한 발 더 부지런히 뛸게요. 연금을 합시다" 고민 끝에 아내 박옥남 여사가 건넨 이 한마디는 3선 도전의 든든한 닻이 됐다고 그는 전했다. 세 차례의 험난한 경선 과정에서 반발에 부딪혔을 때도 아내는 "역시 일시적인 현상이다, 군민을 믿고 열심히 하자"며 중심을 잡아줬다는 것이다.
이날 김양훈 완도군의회 의장이 축사를 통해 "군민과 함께 걸어온 신 군수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게 돼 매우 뜻깊다"며 "완도 미래를 위한 수많은 도전과 변화의 중심에는 신 군수가 계셨고, 그 옆에는 격려와 묵묵한 응원으로 곁을 지킨 박옥남 여사가 있었다"고 발언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김 의장은 "신 군수가 남긴 소중한 성과와 군민 사랑의 정신은 앞으로도 완도 발전의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새로운 출발을 진심으로 기원했다.

신 군수는 취임 당시 완도의 현실이 녹록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완도의 재정자립도는 6.2%로 전국 최하위권을 맴돌았고, 연 450억원에 불과한 지방세수로는 자체적인 사업 추진이 불가능한 구조였다. 신 군수가 선택한 돌파구는 오직 '발품'이었다. 국·도비 확보를 위해 "복도, 계단, 심지어 화장실까지 따라다녔다"는 그는 중앙부처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고 회고했다.
신 군수는 이 노력의 결과로 2014년 3,500억원 수준이던 완도군 예산이 현재 7,3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고 밝혔다. 또한 노인 인구 비율이 40%에 육박하는 지역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2015년부터 11년간 '해양치유산업'을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양수산부 실무자부터 장·차관까지 직접 만나 "해양치유는 단순한 온천탕이 아니다. 해양바이오, 블루카본과 반드시 연결돼야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낸다"고 설득했으며, 그 결과 현재 연간 완도 방문객 약 120만 명 중 13만 명이 치유센터를 찾는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인구 5만의 완도가 인구 24만의 거제시와 맞붙었던 '국립난대수목원 유치전' 역시 기울어진 운동장을 뒤집은 드라마였다고 그는 회고했다. 18만 명에 달하는 군민 서명 운동, 박지원 의원의 중재, 기획재정부의 예산 제약 속에서 우선 사업 확정을 받아내기까지의 험난했던 막후 과정도 이 자리를 통해 소개됐다.

신 군수가 12년간 이동한 거리는 국내 출장 36만5,000km, 해외 출장 84만km. 무려 지구를 30바퀴나 돈 셈이다. 하지만 쉼 없이 달려온 그에게도 아쉬움은 짙게 남았다. 그는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을 뼈아픈 회한으로 꼽았다.
행사 말미, 진행자의 권유에 마이크를 고쳐 잡은 신 군수의 시선이 객석 맨 앞줄을 향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여보, 사랑해"라며 아내를 향한 진심을 고백했다. 장내에는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신 군수는 마지막 인사말을 통해 광주~완도 고속도로, 완도~고흥 해안관광도로, 국립수산박물관 유치 등 4,200억원 규모의 국비 사업 성과를 언급하며 "이 모든 것은 저 혼자의 성과가 아니라 위대한 완도 군민들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북 콘서트가 끝을 향해갈 무렵, 지난 12년의 소회가 교차하는 듯 조용히 눈물을 글썽이는 신 군수의 모습에 객석에서는 잔잔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이임식에는 정세균, 박지원, 박준영, 김진표, 서영교, 김영록 등 정·관계 인사들이 대거 영상 축전을 보내 그의 노고를 기렸다.
무거운 군수의 직함을 내려놓은 '자연인' 신우철의 첫 일정은 아내와의 국내 미답지 여행이다. 지구 30바퀴를 도는 동안 미처 챙기지 못했던 곁을 비로소 돌아보는 여정이다.
12년의 긴 항해를 마친 선장은 이제 조타기를 내려놓지만, 그를 향한 완도 앞바다는 현재 거세고 차가운 파도가 일렁이고 있다. 그의 항해일지가 훗날 어떤 궤적으로 남게 될지, 그 묵직한 평가는 이제 오롯이 남겨진 시간과 바다의 몫이 됐다.
호남취재본부 이준경 기자 lejkg123@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타워팰리스 20년 거주 함익병, 100억대 자산 축적 성공 비결은
- '홍명보는 출입금지' 출입문에 써붙인 편의점 …가맹본사 "매장 확인 중"
- "여보, 일본 가는데 여권 챙겼어?" "아니, 주민증이면 돼"…진짜 될까?
- "젊은 부부가 야밤에 '싹둑'"…수년 정성 쏟은 '장미 핫플' 털렸다
- "깨끗한 여자 원한다" 광고 논란…"여성의 순결을 살균·소독 기능과 연결 짓는 것은 부적절" 결
- 먹고 싶은거 다 시켜도 공짜… "기분만 배달하니까요"
- 남아공전 충격패에 박지성·이영표·박문성 쓴소리…"홍명보, 책임 어떻게 질 거냐"
- "SNS에서 본 바로 그 우유" 명동 의류매장까지 점령한 'K-바나나우유'
- "아내 몸 생각해"…둘째 얻은 오타니에 쏟아진 뜻밖의 비판
- "오늘 저녁에 먹으려고 했는데" 여성 췌장암·유방암 사망 위험 높인다는 '이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