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하이닉스 몸값 더 뛴다…엔비디아 독점 깨지는 AI 칩 시장[칩톡]

권현지 2026. 6. 2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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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자체 개발 '할라페뇨' 공개
아마존·구글도…엔비디아 의존도 ↓
메모리 업계, 고객사 늘어 협상력 ↑
"장기 생산 전략 정교화해야"

구글, 아마존에 이어 오픈AI까지 자체 인공지능(AI) 반도체 전선에 가세하면서,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의 '탈(脫)엔비디아' 움직임이 한층 빨라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가 국내 메모리 및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지난해 2월 4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픈AI, 9개월 만에 AI 칩 완성

오픈AI는 지난 24일(현지시간) AI 모델 추론에 특화된 자체 개발 칩 '할라페뇨'를 공개했다. 글로벌 반도체 설계기업 브로드컴과 지난해부터 공동 개발해 온 결과물로, 올해 말 실제 데이터센터에 본격 배치될 예정이다.

호크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이 칩의 성능에 대해 "엔비디아의 블랙웰 칩이나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와 대등하다"고 강조했다. 초기 시험 결과에 따르면 할라페뇨는 현재 최첨단 기술과 비교해 단위 전력(W)당 성능이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AI 칩에서 병목으로 작용했던 데이터 이동을 줄이고, 연산·메모리·네트워킹 자원의 균형을 맞춰 최대 성능에 근접한 활용도를 달성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개발 속도다. 할라페뇨는 초기 설계부터 파운드리 공장에 도면을 넘기는 '테이프아웃' 단계까지 단 9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양사는 "사상 가장 빠른 주문형반도체(ASIC) 개발 주기"라며 설계와 최적화 과정에 오픈AI의 자체 AI 모델을 활용한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오픈AI는 차기 버전 칩을 2028년에 내놓고, 이후 매년 새 칩을 선보이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도 확정했다. 이번 할라페뇨는 추론을 중점에 두고 개발됐지만, 향후 개발되는 칩들은 학습 등 다른 영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탈엔비디아' 가속 지각변동

이 같은 자체 칩 개발 움직임은 오픈AI를 넘어 빅테크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마존은 AI 가속기 '트레이니엄'을 자체 개발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20년 출시 이후 오픈AI, 앤트로픽 등에 도입한 결과, 아마존은 지난 4월 기준 2250억달러(약 342조원)의 매출 약정을 달성했다. 최근에는 트레이니엄 칩을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통하지 않고 외부 기업 데이터센터에 직접 판매하는 방안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는 트레이니엄 칩을 AWS 안에서만 쓸 수 있게 했다면, 이제는 엔비디아처럼 직접 판매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역시 지난 4월 자체 AI 반도체인 TPU를 일부 고객에게 직접 공급하겠다고 밝히며 외부 판매 계획을 공식화했으며, 앤스로픽 역시 자체 칩 개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의 핵심 고객인 빅테크들이 자체 칩 개발에 나서며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절대적 지배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기업에는 '호재', '생산 전략'은 과제

반도체 업계에서는 빅테크들의 이 같은 '칩 내재화' 움직임이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국내 메모리 기업들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체 칩을 개발하려는 기업이 많아질수록 필수 부품인 D램,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 칩 수요가 함께 증가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 GPU에 국한되던 수요가 오픈AI·아마존·구글 칩 등으로 다변화되면서 공급선이 확대된다"며 "공급 능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고객사가 늘어나면 제품에 프리미엄이 붙고, 이에 따라 수익 구조가 탄탄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운드리 측면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아마존, 구글, 오픈AI 등이 내놓을 다양한 AI 칩들이 모두 파운드리 위탁생산을 필요로 하는 만큼, 수주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는 "TSMC가 선점할 가능성이 높지만, 삼성전자가 선단 공정의 수율을 충분히 끌어올린다면 차별화된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요 예측 역량과 공정별 생산 포트폴리오 최적화는 반도체 기업들이 풀어야 할 과제가 될 전망이다. 메모리 칩 생산 능력이 한정돼 있는 만큼, 어느 제품에 더 많은 자원을 할당할 것인지에 따라 2~3년 뒤 수익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예측을 잘못해 특정 제품의 비중을 과도하게 늘렸다가, 반대로 마진이 좋아진 제품의 공급 기회를 놓치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며 "단기 수혜를 넘어 중장기적인 시장 수요를 정확히 읽고 제품 생산 비율을 최적화하는 생산 전략이 향후 실적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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