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마리오는 어디에…반토막 난 주가, 닌텐도에 쏠리는 눈 [뭔日있슈]
스위치2 원가 오르고
투자자들은 게임주 대신 AI로 이동
'슈퍼마리오', '젤다의 전설', '동물의 숲' 그리고 '포코피아'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일본 브랜드가 있다면 닌텐도 아닐까 싶은데요. 요즘 일본 언론에서는 이 닌텐도를 걱정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바로 주가 때문입니다. 지난 24일 닌텐도 주가는 전일 대비 1.08% 하락한 6842엔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2024년 8월 이후 최저가입니다. 2025년 8월 닌텐도가 상장 이후 최고가를 찍었던 가격(1만4795엔)에 비교하면 절반 아래로 떨어진 수준입니다. 이 때문에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블룸버그통신 등에서도 닌텐도의 주가 하락에 대해 깊이 있게 다뤘습니다.

지난 3월 '동물의 숲 포켓몬 버전'이라고 불리는 신작 포코피아까지 출시하며 흥행몰이에 성공한 것 같은데, 닌텐도가 어쩌다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 걸까요? 흥미로운 점은 이번에는 닌텐도에 충성도가 높은 게임 팬들과 금융 시장의 평가가 보기 드물게 일치했다는 점입니다. 블룸버그에서는 "이 두 집단이 같은 시각을 갖는 경우는 드물다"고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먼저 닌텐도 팬들의 실망을 사게 된 것은 지난 9일 진행된 '닌텐도 다이렉트'였습니다. 닌텐도가 신작 게임, 출시 일정을 공개하는 온라인 발표 행사로 '닌다'라고도 부르죠. 전 세계 닌텐도 게임 팬들은 물론이고 투자자들까지 주목하는 닌텐도의 대표 이벤트입니다. 주목할만한 신작이 나오면 투자 가치가 올라가니까요. 이번 닌텐도 다이렉트에서는 비디오 게임 역사상 명작으로 꼽히는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 리메이크 버전, 포코피아 추가 콘텐츠, '파이널판타지' 등 30여개에 달하는 게임과 추가 콘텐츠가 공개됐습니다.
발표만 놓고 보면 부족한 것이 없어 보였지만 시장의 평가는 달랐습니다. 팬층이 두꺼운 젤다의 전설, 포코피아의 경우 리메이크나 추가 콘텐츠 정도의 업데이트만 있다는 건데요. 향후 수년간 닌텐도의 실적을 이끌 '킬러 콘텐츠'가 안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번 발표에서는 닌텐도의 정체성과도 같은 슈퍼 마리오 신작 발표도 없었습니다. 주목할만한 대형 신작이 없어 흥행을 이끌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신작 부족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이번 닌텐도의 부진이 게임업계 전체의 업황과 관련이 있다고 짚었죠.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사람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게임업계는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습니다. 당시 게임회사들은 인력을 대거 늘리고 신작 개발에도 아낌없이 투자했었죠.
하지만 팬데믹 이후가 문제가 됐습니다. 인건비와 투자 비용이 많이 늘어난 상태에서, 예전처럼 게임을 하는 사람이 없어졌으니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게임업계 전반에서는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블룸버그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텐센트는 게임 스튜디오 투자를 축소했고, 블리자드까지 인수했던 마이크로소프트도 구조조정에 들어갔죠. 업계가 다 같이 '몸집 줄이기'에 들어갔다는 겁니다.
물론 닌텐도의 경우 다른 회사와 달리 아직 회사의 현금 여력이 충분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닌텐도는 원래 아무리 회사 상황이 안 좋아도 대량해고를 하지 않는 기업으로 유명하죠. 따라서 구조조정을 단행할 어려운 상황은 아니지만, 굳이 공격적으로 신작 개발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합니다. 일본 애니메이션·게임 전문 칼럼니스트 타네 키요시는 "유동성이 좋은 닌텐도가 단기적으로 주가 부양을 의식해 경영 판단을 갑자기 바꿀 가능성은 작다"며 "슈퍼 마리오나 젤다의 전설 같은 대표 지식재산(IP)은 개발을 서두르기도 어렵다"고 분석하기도 했죠.

이번 주가 하락에는 의외의 요인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인데요. 이것이 닌텐도에 여러 악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메모리 가격 상승입니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반도체 메모리 가격이 크게 올랐죠. 결과적으로 메모리를 비롯한 부품이 대거 들어가야 하는 닌텐도 게임기, 스위치의 제조원가 부담이 커지게 됐습니다. 닛케이도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매도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시선도 AI로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게임주에서 최근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AI나 반도체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죠. 결국 닌텐도를 비롯한 게임, 엔터테인먼트 관련 종목이 반도체주를 사기 위한 매물이 되고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습니다.
결국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킬러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것이 현지 언론들의 분석입니다. 사실 닌텐도는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결합한 게임 '닌텐도 링 피트', 페인트볼을 쏘는 슈팅 게임 '스플래툰' 등 새로운 IP도 여러 번 성공시킨 회사입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새로운 IP가 등장할 수 있을까요?
당분간 팬들과 투자자들은 새로운 '슈퍼 마리오'가 언제 돌아올지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도쿄(일본)=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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