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은 종을 치게 될까 [B급기자의 B급리포트]

전효성 2026. 6. 2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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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ADR 내달 나스닥 상장
45조원 조달, 반도체 공장에 투자
글로벌 패시브 자금 유입 기대
TSMC, ADR 상장으로 미래 투자금 확보
중국 기업 ADR은 퇴출 전례도

[한국경제TV 전효성 기자]


SK하이닉스가 다음달 10일 미국 증시에 상장한다는 소식에 투자자 관심이 뜨겁습니다. 물론 SK하이닉스가 한국 증시를 떠나는 건 아닙니다. ADR이라는 형태로 나스닥으로 향하는 거죠. 신규상장 IPO까지는 알겠는데 ADR은 또 뭐냐고요? ADR 상장이 어떤 개념인지, SK하이닉스에 호재일지 악재일지 ADR의 모든 것을 오늘 꼼꼼히 공부하고 가시죠.

● 미국 시장의 대리인 ADR

미국인이 한국 증시에 있는 SK하이닉스를 사려면 환전도 해야 하고 외국인 투자자 등록도 해야 해서 절차가 복잡합니다. 복잡하니까 SK하이닉스 안 사고 마이크론, 엔비디아 같은 미국 주식 사는거죠.

반대로 SK하이닉스가 미국에 상장하려면 미국 법과 까다로운 회계 기준을 새로 맞춰야 해서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듭니다. 당연히 국내 증시의 큰 축이니까 한국 증시를 떠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겠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가 ADR(미국주식예탁증서)입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SK하이닉스 주식을 한국의 보관기관에 묶어둡니다. 이걸 담보로 미국의 은행이 증서를 발행합니다. "이 증서가 있으면 SK하이닉스 주식을 가진 것과 똑같은 가치를 보장하겠다"고 하는 거죠.

이제 미국인도 달러로 애플이나 엔비디아를 사듯 SK하이닉스를 살 수 있게 됩니다. 미국 시장에 깔린 ADR 가격은 당연히 SK하이닉스 주가에 연동됩니다. SK하이닉스 ADR 가격이 미국 장에서 오르면 차익거래를 통해 SK하이닉스 주가도 따라 오르는 거죠. 차익거래란 SK하이닉스 본주와 ADR 중에서 저렴한 걸 기계적으로 사고 팔아서 차익을 보는 시스템 매매입니다.

● 45조원 신주 발행 '지분 희석' 악재일까

이번 ADR 상장은 '신주 발행'으로 진행됩니다. 1779만주를 찍어내 미국 시장에 상장할 계획입니다. 45조 4500억원 규모입니다. 전체 주식의 2.5% 수준이죠.

일부 투자자들은 불안해 합니다. 회사가 버는 돈은 그대로인데 주식 수만 2.5% 늘어나니깐요. 지분율이 희석될 거란 우려죠. 유상증자와 비슷해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래 투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습니다. 보통 유상증자는 빚을 갚아야 하는데 돈이 모자르거나 회사 재무상태가 악화된 상황에서 쓰는 고육책이죠.

이번 SK하이닉스의 ADR 상장은 미래를 위한 투자 성격입니다. 돈이 없어서 손을 벌리는게 아니라, 돈은 역대급으로 잘 버는데 앞으로 돈을 더 벌고 싶어서 주식을 찍어내는 겁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ADR 상장으로 확보하는 돈을 용인과 청주 반도체 공장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돈을 끌어와서 공장을 짓고 이익을 더 내자는 취지죠. 계획대로 된다면 기업 가치는 지금보다 커질 수 있다는 서사입니다. 그래서 주식 수가 늘어날 예정인데도 SK하이닉스 주가가 오르는 겁니다. 삼성전자를 잠시나마 넘어섰을 정도로요.


● 글로벌 지수 편입은 보너스

SK하이닉스가 ADR 상장으로 미국 증시에 등판하게 되면 △나스닥100 △필라델피아 반도체 △ICE 반도체 같은 미국 대표 지수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미국 지수에는 미국에 상장된 종목만 포함됩니다. SK하이닉스는 세계에서 반도체를 가장 잘 만드는 기업인데도 '미국 반도체 지수'에 이름을 올릴 수 없었죠. 한국 증시에 있으니까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지수에 SK하이닉스가 이름을 올리게 되는 겁니다. 이런 지수들을 추종하는 ETF라면 SK하이닉스 ADR을 기계적으로 사서 담아야 하죠. 이런 기계적 매수세를 '패시브 자금 유입'이라고 합니다.

다만 시간은 필요합니다. 미국 주요 지수는 9월에 정기 변경을 합니다. 어떤 종목을 넣고 뺄지 정하는 거죠. 7월 10일 SK하이닉스 ADR이 상장되면, 9월 정기변경에서 지수에 들어갈 가능성은 낮습니다. 3개월 이상 상장돼 있어야 한다는 기준이 있거든요.

그래도 2000조원에 달하는 SK하이닉스의 기업 규모(글로벌 10위권)상 미국 주요 지수에 편입되는 건 기정 사실입니다. 결국엔 미국의 패시브 자금이 유입될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 대만 TSMC, ADR 상장으로 주가 동력

우리가 아는 아시아 주식도 ADR을 통해 미국으로 향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대만 반도체 회사 TSMC입니다.

TSMC는 1997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ADR로 상장했습니다. 당시 상장으로 TSMC는 5억 달러 자금을 확보했습니다. 30년전 물가를 감안하면 엄청 큰 규모죠.

확보된 돈은 당시 최첨단 공정이었던 8인치 웨이퍼 생산 공장을 짓는데 활용됐습니다. 차세대 공정인 12인치 웨이퍼 공장 건설에도 돈을 투입했죠.

최첨단 노광 장비도 대량으로 사들여 기술 격차의 배경을 만들었습니다. 상장으로 확보한 돈을 미래 시설에 투자했다는 점에서 SK하이닉스 ADR 상장과 비교할만한 사례입니다.

지금도 미국 증시에서 TSMC ADR은 대만 본토 주식보다 웃돈이 붙어 거래될 만큼 귀한 대접을 받습니다. 미국에서 프리미엄이 붙으면 당연히 대만 시장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갑니다. ADR과 본주가 선순환 하는 구조죠.


● 중국 테크기업은 ADR로 골치

아찔한 선례도 있습니다. 중국 기업 얘기입니다. 미국과 중국은 2020년 접어들면서 관계가 완전히 얼어붙었죠. 주식시장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2020년 미국은 회계 기준을 맞추지 않는 외국 기업을 퇴출하는 '외국회사문책법'을 도입했습니다. 중국 기업을 노린 거였죠. 이후 알리바바, 바이두 같은 중국기업 ADR을 상장폐지 예비 명단에 올렸습니다. 상폐 후보가 돼버렸으니 ADR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ADR과 연동되는 본토 주가도 급락했죠. 우여곡절 끝에 알리바바와 바이두 ADR이 상폐 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페트로차이나 같은 국영 기업은 미국에서 자진 상장폐지를 택했고,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은 미국 상장 1년만에 퇴출됐습니다. ADR이 국가간 역학 관계에 활용될 수 있는지를 증명한 셈입니다. 물론 미국의 우방인 한국은 상황이 크게 다르죠. SK하이닉스가 중국 기업이 겪었던 리스크를 반복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정리하자면 이번 SK하이닉스 미국행은 단기 주가 희석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 최대 시장에서 45조원 실탄을 확보해 반도체 전쟁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포석입니다. 대표 지수에 들어가서 패시브 자금이 유입되는건 덤이고요.

곧 진행될 미국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이 첫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한국은 증시에 상장하는 날 빨간색 옷을 입고 큰 북을 칩니다. 미국은 뉴욕에서 상장 첫날 종을 울리죠. 참고로 NYSE 상장은 실제 종을 치지만, 나스닥은 스크린을 누르면 종소리가 울리는 방식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상장 기념 종을 치는 모습도 볼 수 있을까요?

전효성기자 zeo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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