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은 연습처럼 안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홍명보 감독, 남아공에 졸전 펼치고 책임 회피 [과달라하라 현장]

[풋볼리스트=과달라하라(멕시코)] 김희준 기자= 홍명보 감독이 월드컵에서 졸전을 펼치고도 그 해명으로 일반론만 펼쳤다.
한국이 32강 직행에 실패했다. 지난 25일(한국시간)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은 멕시코 몬테레이의 에스타디오 몬테레이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을 치러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1로 패했다. 한국은 승점 3점으로 조 3위로 추락했다. 이번 월드컵은 각 조 3위 12팀 중 상위 8팀이 32강에 오를 수 있으며, 현재 한국은 조 3위 12팀 중 6위에 위치해있다.
한국이 이해할 수 없는 경기 끝에 패배했다. 우선 모든 선수의 경기력 자체가 좋지 않았다. 과달라하라보다 몬테레이가 최소 섭씨 5도 이상 높은 날씨였다고 해도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체력이 줄었다기에는 조별리그 경기 간격이 일주일이었다.
전술적으로도 한국은 남아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반면 남아공은 빠르게 한국 뒷공간을 타격하는 역습 전략으로 크게 재미를 봤다. 실점 장면 자체는 역습이라고 보기 힘들지만, 한국은 전반부터 남아공에 여러 차례 위협적인 기회를 내주며 고전했다.
경기 후 홍 감독과 남아공의 휴고 브로스 감독 모두 이 경기 결과가 전술에 좌우됐음을 인정했다. 홍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해왔던 경기에 비해서 오늘 중앙에서 실수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는 모습을 보였다"라고 말했다. 그건 브로스 감독이 의도한 바였다. 브로스 감독은 "한국은 내가 기대했던 대로 뛰었다. 스피드가 빨랐고, 많이 뛰고, 수비 뒷공간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었다. 우리가 어떻게 공을 찾고 역습할지 분석했다. 전술이 잘 먹혔다"라며 "한국이 소유할 때 최대한 수비로 막았고, 우리가 공을 소유하면 위협적인 공격을 펼쳤다. 그들이 내준 공간을 활용했다. 우리도 빠른 선수가 있기 때문에, 크로스를 하면서 선을 잘 넘나들었다. 그걸 잘 활용해 이길 수 있었다"라며 남아공이 전술적으로 더 좋았다고 밝혔다.

경기 다음날인 26일 회복 훈련 전 인터뷰에서 홍 감독은 "경기 시작하고 공이 중앙으로 들어가다 보니 중앙에서 상대가 유도한 대로 공을 뺏기고 역습을 맞았다"라며 남아공의 전술에 말려들었음을 인정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도 왜 이렇게 됐는지 당황스럽다"라든지 "선수들이 잘하려고, 이기려고 하는 마음이 강했고, 날씨가 덥다 보니 선수들과 잘 맞지 않았다는 생각"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발언도 있었다.
이번 인터뷰에서 남아공전 졸전에 대한 질문이 많이 나왔다. 전술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질문도 여럿 나왔는데 홍 감독은 "연습 때는 잘 된다. 경기 때는 잘 안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경기 때는 잘 안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라는 일반론을 펼쳤다. "선수들이 그 안에서 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과는 감독의 책임"이라는 말을 덧붙이더라도 책임 회피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남아공전은 연습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조차 의심되는 경기력이었다. 특히 후반 18분 타펠로 마세코에게 실점한 이후 보인 전술적 변화는 이해되지 않았다. 김민재 교체는 종아리 불편감 때문이라는 이유가 있었는데, 오히려 공격에 무게를 실을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3-4-2-1 전형은 그대로 유지됐다. 득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에서 공격수 오현규를 빼고 공격수 조규성을 넣는 선택 역시 이해하기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끝까지 수비적인 자세로 3-4-2-1 전형을 유지하는 건 홍명보호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심지어 이는 의도한 바도 아니었다. 여러 선수의 인터뷰를 통해 그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황인범은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나 "앞선 두 경기에서 크로스 상황을 많이 만들지 못했고, 만들더라도 페널티박스 안에 숫자가 없었다. 그걸 준비해서 남아공과 경기에서는 의도적으로 크로스를 많이 올리려했다. 상대 수비 위치 선정이 좋았고 크로스 정확도가 떨어지면서 준비한 게 완벽하게 나오진 못했다"라며 "상대 수비 신장이 크지 않다 보니 크로스 상황에서 박스 안에 숫자를 동원하는 걸 중점적으로 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어떻게 숫자를 동원할지 많이 준비했다"라고 밝혔다.

실제 경기 양상은 준비한 바와 대단히 달랐다. 한국이 공격 상황에서 페널티박스에 충분한 숫자를 확보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애당초 그 목표를 달성하려고 했다면 황희찬을 측면에 두고 이태석을 중앙으로 보내는 요상한 공격 작업을 펼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태석과 설영우, 이강인 등의 크로스 정확도가 높지 않았다 한들 페널티박스 안에 혼전 상황을 유도할 만한 숫자조차 확보하지 않고 크로스만 올리는 건 '인디언식 기우제'일 뿐이다.
이날 유일하게 크로스로 의외성을 도출한 건 후반 막판 옌스 카스트로프가 아웃프런트로 올린 크로스를 가까운 골문에서 박진섭이 헤더로 돌려놓은 장면이었다. 득점이 되지는 않았으나 이날 한국의 유일한 큰 기회 창출로서 크로스도 괜찮았고, 센터백 박진섭이 들어갈 정도로 페널티박스 안 숫자가 동원됐다.
실전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럼에도 실전에서 최대한 연습한 대로 결과를 내게끔 하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전술적 세밀함이 없는데 실전은 다르다고 말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아무리 '감독의 책임'이라는 말로 갈음하려 해도 매일 같은 상대와 하지 않아서 좋은 경기력이 나오기 어렵다는 말은 책임 회피에 가깝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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