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룡포 입은 고양이, 자개 두른 쿠키…캐릭터 업계 'K-헤리티지' 열풍
곤룡포·자개·궁중 서사 입힌 캐릭터 상품 잇따라
곤룡포를 입은 고양이 캐릭터가 왕좌에 앉고, 게임 캐릭터는 자개와 금박을 두른 공예 작품으로 변신했다. 26일 캐릭터 업계에 따르면 궁궐, 전통 복식, 공예, 민속문화 등 한국적 소재를 캐릭터 지식재산권(IP)과 결합한 'K-헤리티지' 상품과 전시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전통문화가 박물관 기념품을 넘어 캐릭터 굿즈, 팝업스토어, 팬덤 소비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한국 전통문화를 둘러싼 소비 풍경도 달라졌다. K-컬처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통적 미감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굿즈와 콘텐츠가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MZ세대 사이에서도 새로운 소비 코드로 떠오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상품 브랜드 '뮷즈'가 2025년 연간 매출 413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2배 성장한 것도 이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IPX는 지드래곤과 협업해 탄생한 캐릭터 'ZO&FRIENDS'의 K-에디션 '조은친구들'을 선보였다. 구름냥 조아가 오래된 지도를 들고 친구들과 궁궐 처마 아래를 누비며 보물을 찾아 떠나는 세계관이다. 공개 이미지에는 갓을 쓰고 곤룡포를 입은 조아, 전통 의상을 입은 앤, 관모를 쓴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오프라인 행사도 함께 진행됐다. 국립민속박물관 외부 광장에는 선비 차림의 조아 메가 벌룬이 설치됐고, 내부 뮤지엄숍에는 붉은 곤룡포를 입고 왕좌에 앉은 조아 인형이 전시됐다. K-에디션 상품은 곤룡포 조아 중형 인형, 선비·아씨 콘셉트 인형 키링, 복주머니형 파우치, 노리개에서 착안한 태슬 키링 등 8종으로 구성됐다. 해당 제품은 올리브영 홍대 트렌드팟 팝업에서도 판매됐다.
캐릭터와 전통문화의 협업은 박물관을 젊은 소비자와 팬덤이 찾는 공간으로 바꾸는 효과도 낸다. 전통문화 공간은 캐릭터 팬에게 새로운 방문지가 되고, 캐릭터 IP는 박물관과 궁궐, 공예 같은 소재를 통해 세계관을 넓힌다. 전통문화가 '관람하는 대상'에서 '소장하고 인증하는 콘텐츠'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비슷한 흐름은 다른 캐릭터 IP에서도 나타난다. K-헤리티지의 확장은 실제 유물과 전통문화 공간을 넘어, 역사적 서사를 다룬 대중문화 팬덤으로도 번지고 있다. SAMG엔터테인먼트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천만 관객 돌파를 기념해 티니핑 스페셜 에디션 '왕사핑'을 선보였다. 극 중 인물을 모티브로 한 '홍위핑'과 '흥도핑' 2종이다.
홍위핑은 단종 이홍위를 바탕으로 곤룡포와 원유관을 더해 왕의 이미지를 살렸고, 흥도핑은 엄흥도를 모티브로 하츄핑 바디에 핑크 콧수염을 더했다. 애초 출시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 1월 영화 시사회에서 배우들이 직접 들고 등장해 화제를 모은 뒤 팬들의 요청이 이어지며 상품화됐다.
게임 IP는 전통 공예와 만났다.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 킹덤'은 '쿠키런: 킹덤 아트 콜라보 프로젝트 특별전-위대한 왕국의 유산'을 통해 모래, 자개, 금박 등 전통 공예 기법으로 캐릭터를 재해석했다. '미스틱 플라워 쿠키'는 샌드아트로, '다크카카오 쿠키'는 나전칠기 방식으로 구현하는 식이다. 온라인 게임 속 캐릭터가 오프라인 전시와 공예 작품으로 확장된 사례다.

전통문화 협업 방식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유물 문양을 상품 표면에 옮기거나 캐릭터에 한복을 입히는 방식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궁궐, 보물찾기, 왕실 서사, 장인정신 같은 요소를 캐릭터의 이야기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 늘고 있다. 캐릭터는 전통문화를 설명하는 안내자 역할을 하고, 전통문화는 캐릭터 세계관을 넓히는 배경이 된다.
업계는 캐릭터와 전통문화의 결합이 단순한 의상 변주를 넘어 세계관 확장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고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K팝과 드라마 흥행을 타고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K-전통이 글로벌 시장과 Z세대 사이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며 "캐릭터와 전통문화의 협업은 기존 팬덤은 물론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젊은 층의 유입까지 이끌어내는 시너지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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