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이 아스팔트 뚫었다…"에어컨도 없는데" 150년 만의 기록적 폭염에 '끙끙'
기후변화가 바꾼 여름 생존 공식
프랑스 전역에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뜨거운 열기에 아스팔트가 말랑해져 하이힐 굽이 그대로 박히는 듯한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25일 엑스(X)에는 "실시간 프랑스 파리 날씨, 아스팔트에 하이힐 자국이 남을 정도로 뜨거워 말랑해졌다"는 설명과 함께 한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한 여성이 하이힐을 신고 도로 위를 걷자 굽이 표면에 푹푹 박히며 자국이 남는 장면이 담겼다. 여성은 "아스팔트가 녹았다. 이게 뭐냐"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영상에는 프랑스 일부 지역의 최고기온이 이틀 연속 42도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보 화면도 함께 등장했다. 실제 프랑스는 이번 주 들어 관측 사상 최악 수준의 폭염을 겪고 있다. 프랑스의 24시간 평균기온 지표는 24일 30도에 도달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파리는 40.3도까지 오르며 150년 관측 역사상 드문 40도대 기온을 보였다.
프랑스 넘어 유럽 전역 덮친 '기록적 폭염'프랑스 기상청은 25일 프랑스 전역 72개 지역에 최고 단계인 폭염 적색경보를, 14개 지역에 주황경보를 발령했다. 적색경보는 건강한 사람에게도 위험할 수 있는 수준의 폭염을 뜻한다. 26일 오전 기준으로도 61개 지역에 적색경보가 유지돼 폭염 위험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폭염은 시민들의 일상도 바꿔놓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에어컨 바람을 쐬기 위해 백화점 개장 직후 시민들이 한꺼번에 뛰어 들어가는 영상, 분수대와 그늘을 찾아 몰려든 시민들의 모습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프랑스 현지에서는 학교 일정 조정, 야외활동 제한, 대규모 행사 관리, 근무시간 조정 등 폭염 대응 조치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번 폭염이 프랑스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국 기상청은 25일 서머싯 메리필드에서 36.7도가 관측돼 영국의 6월 최고기온 기록이 이틀 연속 잠정 경신됐다고 밝혔다. 하루 전인 24일 햄프셔 고스포트에서 36.1도가 기록되며 1976년과 1957년의 기존 6월 최고기온 35.6도를 넘어섰는데, 다음 날 다시 기록이 바뀐 것이다.
영국은 특히 폭염에 취약한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기후변화위원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더 강한 폭염이 닥칠 경우 기존 주택의 92%가 과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의 온화한 여름에 맞춰 설계된 주택과 학교, 병원, 교통 인프라가 현재의 폭염을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유럽,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더워지는 대륙유럽 전역으로 시야를 넓히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는 유럽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더워지는 대륙이며, 1990년대 중반 이후 10년마다 약 0.56도씩 상승해 세계 평균 상승 속도의 두 배를 넘는다고 분석했다. 산업화 이전과 비교하면 유럽은 이미 약 2.5도 더워진 상태다.

세계기상귀속(WWA) 연구진도 이번 6월 유럽 폭염이 과거 같은 기압 배치에서도 훨씬 더 뜨거운 결과를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번 폭염 기간인 6월 18~29일 유럽 도시의 45%가 실내 열 스트레스 기준을 넘어섰거나 넘어설 것으로 봤고, 많은 주택·학교·교통·에너지 시설이 장기 폭염에 맞춰 설계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폭염이 반복되면서 유럽에서는 에어컨을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유럽의 에어컨 보급률은 약 20% 수준으로, 폭염이 잦은 지역에 비해 낮은 편이다. 전통적으로 여름이 비교적 온화했던 데다 오래된 건물이 많고, 전기요금 부담과 환경 문제에 대한 거부감도 에어컨 확산을 늦춘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에어컨을 갖춘 가구가 최근 3년 사이 두 배 늘어 약 400만 가구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재택근무 증가와 잦아진 고온 현상으로 냉방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에어컨은 여전히 환경 부담이 큰 '마지막 수단'으로 여겨지지만, 병원·학교·요양시설 등 취약 시설을 중심으로 냉방을 공공보건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일각서는 단순히 에어컨 보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본다. 냉방 수요가 급증하면 전력망 부담과 온실가스 배출 문제가 함께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고효율 냉방기기, 열펌프, 차양, 단열, 도시 녹지 확대, 야간 환기, 취약계층 냉방 쉼터 확충 등 '냉방권'과 '기후 적응'을 함께 고려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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