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서 화물선 피격, 철수작전 중단…"이란 혁명수비대 소행"(종합)
美·이란 입장표명 자제…긴장완화 노력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화물선이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에, 선박들이 다시 해협에 묶이게 됐다. 원유수급 안정화 기대감에 3거래일 연속 하락하던 국제유가도 다시 반등했다. 미국과 이란 양측은 해당 사건에 대한 공식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양군간 직통채널 구축에도 합의하며 긴장 강도를 낮추려 하고 있다. 하지만 양국이 종전합의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지 불과 8일 만에 피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후속 협상의 향방은 안개 속에 갇히게 됐다.
25일(현지시간)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는 이날 호르무즈 해협 남단 오만 해안 일대를 지나던 화물선이 선체 우현에 발사체를 맞았다는 신고를 접수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선박은 싱가포르 선적의 컨테이너선인 에버러블리호로 알려졌으며 함교와 조타실이 일부 파손됐지만 인명피해나 원유 유출 등 환경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미국과 이란 양측정상이 MOU에 서명한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서 화물선이 피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당국에서는 이번 공격을 이란 혁명수비대(IRGC) 소행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 당국에서 공격 주체를 조사하고 있다"며 "혁명수비대 고위층 지시에 따른 것인지, 하위 간부의 독단적 결정에 의한 공격인지 여부를 파악 중"이라고 전했다.
이란은 해당 공격의 배후를 자처하지 않고 있다. 피격 사건에 대한 언급도 피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정부가 지정한 해로만 이용해야한다고 경고했다. 이란 정부의 호르무즈 해협 관리기구인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엑스(X)를 통해 "당국이 지정한 구역을 벗어난 항로를 통항하는 배들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고 보험 적용 및 관련 배상 책임대상에서도 제외된다"며 "미승인 항로 이용으로 발생하는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선주와 선박운영사, 선장에게 있다"고 밝혔다.

이날 미국과 이란 양측은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양군간 직통채널을 개설하기도 했다. J.D.밴스 미국 부통령은 영국 매체인 언허드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 중부사령부(CENTCOM)와 이란 혁명수비대(IRGC)에서 직접 소통을 담당할 당국자를 한 명씩 카타르 도하에 보내는데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미국과 이란 양측간 충돌 재개 우려가 커지면서 호르무즈 해협 개방 작업은 중단됐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추진 중이던 호르무즈 해협 선박·선원 철수 계획을 일시 중단했다.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IMO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오만 해안에서 발생한 화물선 피격에 관해 통지받았다. 이 선박은 IMO의 철수 계획에 따라 움직인 선박은 아니다"라며 "항행 안전 보장을 위해 철수계획은 추가로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유 수급 정상화 기대가 꺾이면서 앞서 3거래일 연속 하락했던 국제유가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물은 전장대비 2.25% 상승한 배럴당 71.92달러, 북해산 브렌트유 8월물도 전일보다 2.06% 상승한 배럴당 75.26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화물선 피격 사건이 향후 후속협상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당국에서는 화물선을 공격한 드론이 충돌 직전 배의 서쪽에서부터 근접해 온 정황을 고려해 이번 공격이 우발적인 공격이 아닌 의도적인 공격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난주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MOU의 유지 가능성이 첫번째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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