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전부터 투표용지 부족 조짐에도… 오후 8시 이메일로 뒷북 현황 파악
선관위, 사고 실태 파악도 난맥상

6·3 지방선거 당일 오전부터 전국 곳곳에서 투표용지 부족 우려가 잇따랐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고 발생 약 9시간 뒤에야 전국 시·도선관위에 처음으로 공식공문이 아닌 이메일을 통해 현황 파악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기초 선관위를 대상으로 한 첫 공식 공문은 나흘째인 6일에야 이뤄졌다. 선관위가 즉각적인 사고 대응은커녕 전국 피해 실태 파악에도 난맥상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5일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앙선관위는 선거 당일인 지난 3일 오후 7시49분 전국 17개 시·도 선거과장에게 ‘투표용지 부족으로 선거인 대기 등 발생 현황 파악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에는 “현재 시·도위원회 선거과에 보고된 투표용지 부족으로 선거인이 대기했거나 추가 투표용지 배부 상황 등이 발생한 투표소가 있다면 서식 없이 메일로 지금 바로 알려 달라. 없는 경우에는 없다고 알려 달라”고 했다. 투표소별 발생 시각이나 선거인 대기 여부, 투표 중단 여부, 추가 공급 및 실제 사용 매수 등 통일된 조사 항목도 제시하지 않았다.
허술한 확인 체계 탓에 초기 보고와 최종 결과가 달라진 사례도 부지기수다. 전북선관위는 선거 당일 오후 8시6분 “투표용지 부족한 곳이 없다”고 회신했지만, 이후 익산 왕궁면 제3투표소에 무번호 투표용지를 추가 공급해 실제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충북 역시 처음에는 “해당 사항 없다”고 보고했다가 뒤늦게 단양군 영춘면 제2투표소의 추가 교부 사실을 별도로 보고했다. 부산 북구 화명1동 제7투표소도 초기에는 정확한 사용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틀 뒤 작성된 사건보고서에는 인근 투표소에서 긴급 공급을 받아 대기하던 선거인 12명이 투표를 마친 것으로 정리됐다. 가장 큰 사고가 발생한 서울은 당일 이메일 회신은 하지 않았고, 공식 공문 조사 이후인 8일부터 18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사고 현황을 수정 제출했다.
중앙선관위가 통일된 조사 서식을 내려 공식 조사를 시작한 것은 선거가 끝난 뒤인 6일이었다. 선관위는 ‘선거일 투표용지 추가 송부 투표소 현황 등 파악·제출’ 공문을 보내 시·도선관위가 관할 구·시·군 자료를 취합해 제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각 지역의 보고 내용은 계속 수정됐다. 특히 서울은 다섯 차례에 걸쳐 추가·정정 보고를 제출했고, 일부 투표소는 투표 중단 시간까지 다시 바로잡았다.
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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