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감 휩싸인 법무부·검찰 “與 권력 투쟁에 檢 제물 전락”
“與 전대 앞두고 당원 눈치” 비판
법무부·개혁추진단 패싱도 논란
공소청·중수청 10월 출범 불투명

김민석 국무총리가 25일 검사의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정부 입장으로 공식화하되 정부안을 국회에 내지 않기로 하면서 법무부와 검찰 내부는 당혹감에 휩싸였다. 특히 ‘수사·기소 분리’ 방침에 따른 형사사법체계 개편의 설계도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직접 준비해 온 법무부와 총리실 검찰개혁추진단에서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장 법조계에서는 ‘여권의 권력 투쟁에 검찰이 제물로 전락했다’는 날 선 반응이 나왔다. 국회가 형소법 개정 논의를 사실상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게 된 상황을 두고는 “오는 10월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은 물 건너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의 기본 입장으로 최종 정리했다”며 “정부가 별도의 입법안을 제시하기보다는 국회의 논의와 결정을 존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대검찰청 관계자는 통화에서 “검찰은 인권옹호와 피해자 보호라는 검찰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계속 표명해 왔다”며 “앞으로도 같은 의견을 계속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국회에서 보완수사권 폐지를 대원칙으로 한 입법 논의가 이뤄져도 ‘보완수사권 존치론’을 고수하겠다는 의미다.
검사들은 김 총리의 입장 발표가 친명(친이재명)계와 친청(친정청래)계의 이른바 ‘명·청 대전’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해석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선출하는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보완수사권 폐지론이 우세한 당원 여론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보완수사권의 예외적 적용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고,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는 보완수사권의 전면 폐지를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결국 검찰은 여당 대표 자리를 위해 제물로 바치는 정도의 의미밖에 없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한 부장검사는 “김 총리가 강성 당원 눈높이에 맞지 않는 법안을 냈다가 정 전 대표와의 ‘선명성 경쟁’에서 뒤처질 것을 우려한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김 총리의 브리핑 사실은 사전에 법무부와 추진단 측에 공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추진단은 보완수사권 폐지, 제한적인 보완수사권 존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되 보완조사권을 도입하는 방안 등 복수의 법안을 검토해 왔고,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정부 최종 입장을 관계기관 논의도 없이 정하느냐”며 “지금까지 정부 차원에서 해온 형소법 개정 작업을 스스로 ‘요식행위’로 전락시켜버린 셈”이라고 비판했다. 추진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한 인사는 “‘국무총리 김민석’이 아니라 ‘정치인 김민석’의 입장 발표였다”며 “총리로서 그간 해온 일들을 모두 무위로 돌려버렸다”고 꼬집었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 이후 공소청·중수청을 신설하겠다는 여권의 시간표는 조정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민주당은 보완수사권 폐지를 두고 내홍이 심화되자 형소법 개정 논의를 6·3 지방선거 이후로 한 차례 미룬 바 있다. 한 부장검사는 “적어도 8월 전당대회가 끝나야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한 차장검사는 “한 번 시행한 제도는 수정이 정말 어렵다”며 “10월이라는 기한에 쫓겨서 설익은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는 숙의를 거쳐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자창 이서현 박재현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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