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세가 부른 '니가 좋아', "반려견과 산책하다 나온 노래"

이선필 2026. 6. 2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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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장면, 이 사람 - 영화 '와일드 씽'②] 이진희 음악감독 "영화 끝나도 흥얼거릴 노래 원했다"

영화의 모든 장면은 협업의 결과물입니다.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감독의 얘기를 듣고, 그 장면 뒤 숨은 주인공을 만나봅니다. <기자말>

[이선필 기자]

 영화 <와일드 씽> 속 주제가의 아이디어가 된 반려견 제니(완쪽), 오른쪽은 이진희 음악감독.
ⓒ 이진희 음악감독 제공
* '그 장면, 이 사람 - 영화 '와일드 씽'①에서 이어집니다.

이 노래의 시작과 끝은 반려견 덕이었다. 1990년대를 풍미했을 법한 댄스곡과 발라드곡을, 그것도 "듣자마자 귀에 꽂힐 수 있는 노래를 만들어 달라"는 영화 <와일드 씽> 손재곤 감독의 주문을 받은 이진희 음악감독은 반려견과 산책 중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던 멜로디와 가사를 놓치지 않았다.

"음악 작업 때 너무 오래 붙들지 않는 편"이라며 6월 16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사무실서 만난 이 음악감독은 웃어 보였다. "오래 앉아 있다고 해서 좋은 곡이 나온다는 보장은 없어서 차라리 설거지하거나 산책하다 생각나는 걸 메모해 놓는 편"이라며 그는 작업 비법을 살짝 공개했다.

그래서일까. 혹자는 그를 두고 '천재형 인간'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대학에서 클래식 작곡을 전공했지만, 대중가요는 물론, 팝과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두루 표현할 줄 아는 그는 영화 <이층의 악당>(2010)을 시작으로 15년 넘게 영화계 핵심 스태프로 참여해왔다.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때 샹송, 탱고, 살사 등을 넘나드는 곡을 만들어내며 인정받기 시작한 그는 최근 영화 <야당>(2024), <굿뉴스>(2025)에 이르기까지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관객의 장면] 수능 금지곡 지정 요청까지... "영화 끝나도 귀에 맴돌아"
 <와일드 씽>의 한 장면. 발라드 가수 최성곤(오정세).
ⓒ 롯데엔터테인먼트
지난 6월 3일 개봉한 <와일드 씽>을 두고 특정 장면보단 극 중 트라이앵글(강동원, 엄태구, 박지현)이 부른 '러브 이즈(Love Is)'와 최성곤의 '니가 좋아'를 언급하는 반응이 다수다. 오정세 배우가 직접 손동작을 짰다는 '니가 좋아'는 동료 배우 류승룡,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소셜미디어에 패러디 영상을 올리며 더욱 유명해졌다. 가상 가수의 노래지만 두 곡 모두 멜론 차트 '핫100'('러브 이즈' 57위, '니가 좋아' 62위, 6월 22일 기준)에 올라 있다.

관객들 사이에선 "영화가 끝났는데 노래가 계속 귀에 맴돈다"라거나, "노래가 좋아서 봤는데 오정세한테 빠지다 못해 휘감기고 나옴. 진심으로 도른자임", "수능 금지곡으로 선정해야 한다"(이상 네이버 관람평) 등의 평이 나오고 있다. 일부 장면을 언급하는 감상평도 있었는데 역시나 노래와 관련한 순간이었다. 아래는 그와 관련된 영화 후반부다.

데뷔하자마자 가요프로 1위를 차지하며 일약 스타가 된 트라이앵글. 반면 이들에 밀린 최성곤은 39주 연속 2위에 머무는 비운의 기록을 세운다. 설상가상 마약 투약 혐의로 수감, 강제 은퇴하게 되고 트라이앵글 또한 표절 시비에 휘말리며 해체된다. 20년 후, 강원도 엑스포 유치를 위한 행사에 섭외된 트라이앵글과 최성곤은 온갖 방해에 굴하지 않고 우여곡절 끝에 행사장에 도착한다.

이미 반주가 나오는 와중,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억누르며 무대로 뛰어오른 최성곤은 헛구역질까지 하며, 특유의 미성을 뽐낸다. "토하는 남자에게 반한 건 처음"이라는 한 블로거 감상평처럼 이 대목에서 박장대소했다는 반응이 여럿 있었다.

"시나리오 단계 때부터 손재곤 감독님이 설정한 건데 그렇게까지 터질 줄은 저도 몰랐다. 오정세 배우님이 너무 잘해내신 덕인 것 같다. 짠하면서도 웃긴 지점이었다. 사실 아예 주제곡처럼 영화에 넣는 작업은 처음이었다. 가사도 이번에 처음 써봤다. 손 감독님은 '너무 웃기려고 작정한 거면 안 되지만 동시에 듣자마자 귀에 꽂히고 흥얼거릴 수 있는 걸 해달라'고 하셨는데, 마치 이건 배우에게 '적당히 연기력을 발휘하면서도 재밌게 표현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지 않나? (웃음)

처음엔 어렵게 느껴졌는데 대학 동기인 심은지 작곡가(아이유, 트와이스 등과 작업)에게 부탁해서 '러브 이즈'가 나온 이후 부담을 좀 덜었다. 그걸 트라이앵글 1집 타이틀곡으로 하면서 좀 안심되더라. 감독님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너에게' 등을 참고자료로 주셨다. (심은지 작곡가가 참여한) 싹쓰리(방송인 유재석, 가수 이효리, 비가 뭉친 프로젝트 그룹)라는 혼성그룹도 떠올렸다. 복고 감성도 있고, 요즘 관객들도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있다고 생각해서다. 90년대에 뉴 잭 스윙(New jack swing)이 유행이었기에 듀스, 디바, H.O.T. 등을 듣기도 했다.

정말 직관적이고 단순한 멜로디와 가사였으면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반려견(제니)과 아침에 산책하다 물끄러미 그 친구를 바라보는데 너무 예쁘고 착한 모습에 저도 모르게 '니가 좋아, 너무 좋아'라는 가사와 멜로디가 나오더라. 바로 메모했다. 트라이앵글의 2집 타이틀곡인 '샤우트 잇 아웃(Shout It Out)'은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떠올랐는데 저도 계속 꽂히더라. 누구는 가사를 잠결에 썼냐, 챗GPT 돌렸냐고도 하는데 맨정신에 쓴 거다(웃음)."

[이진희 음악감독의 장면] 트라이앵글의 마지막 무대... "현장감 살렸다"
 영화 <와일드 씽> 대본의 일부분.
ⓒ 롯데엔터테인먼트
1982년생인 이 감독은 "한 명의 관객으로서 트라이앵글의 마지막 무대, 특히 강동원 배우님의 헤드스핀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그는 "영화 속 모든 이야기가 그 장면으로 달려가는 것 같았다"며 "그 부분이 어떻게 구현되는가에 따라 영화의 성패가 갈린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해당 장면은 헐떡거리던 최성곤이 겨우 무대를 마치고 내려온 직후 이어진다.

대타 가수 태풍(강기영)을 제압하고 무대에 오른 트라이앵글. 하지만 총괄 피디는 반주를 틀지 않고 버틴다. 트라이앵글 메인 보컬 도미(박지현)가 돌연 반주 없이 노래 첫 소절을 시작하고, 리더 현우(강동원)가 화음을 쌓더니 춤을 보탠다. 관객들은 당황해 하다가 서서히 호응하고, 래퍼 상구(엄태구)의 랩까지 얹어진 뒤 이윽고 객석에서 환호가 터진다.

정작 아카펠라로 시작한 무대 장면이기에 극적 효과음이 쓰일 필요는 없었다. 그렇다고 음악감독이 손 놓고 있던 건 아니었다. 이 감독은 "라이브 무대답게 현장감을 살리고, 소리를 설정하는 게 중요했다"며 보이지 않는 공력을 쏟은 지점들을 차례로 전했다.

"진짜 라이브 공연을 보고 있다는 느낌 전달이 핵심이었다. 에코(메아리)라고 하는 효과를 적절히 썼고, 트라이앵글 팬들의 환호도 현장감 있게 디자인했다. 영화의 감동 지점이고, 관객들도 눈물을 흘릴 수 있기에 사운드 디자인에 더 신경 썼던 것 같다. 그리고 영화에선 스쳐 지나갈 수도 있지만, 현우가 라디오 프로에 출연했던 장면도 기억해주시면 좋겠다. 후배 가수(공명)랑 방송 패널로 나오는 설정인데 방송 녹음 부스에서 대화하는 신을 보시면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있다. 요즘 K-팝 같은 곡인데 들릴까 말까 정도의 음량이지만, 그것도 공들여 만든 곡이다(웃음)."

"영화음악 아닌 내 음악으로 이뤄진 앨범 내는 게 목표"
 영화 <와일드 씽>의 음악을 담당한 이진희 음악감독.
ⓒ 롯데엔터테인먼트
"천재형이 맞는 것 같다"는 말에 그는 손사래를 쳤다. "영화에 도움이 되는 사람 정도"라며 이 감독은 "이쪽 일을 하다 보니 음악인이기보단 자연스럽게 영화인에 가까워진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6살 무렵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며 음악가의 꿈을 키웠던 그는 연주보단 편곡과 작곡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피아노 선생님의 권유로 작곡으로 진로를 정했다고 한다. 그러다 학부생 시절 접한 영화 <반지의 제왕>(2001) 속 오케스트레이션에 반하며 영화음악 관련 지식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최근 영화음악들이 사운드 효과 정도로 축소되는 흐름에서 <와일드 씽>의 존재는 그에게 더 반가울 법했다. 그는 "아무래도 노래든 사운드 효과든 채울 수 있는 영역이 다른 것 같다. 서로 보완해가며 같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이었다.

"결국 영화를 위해 존재하는 음악이니까. 대사보다 음악이 앞서가도 안 되고, 장면을 잡아먹어도 안 된다. 제 경우엔 시나리오를 본 뒤 현장에서 보내주시는 편집본을 보면서 구체적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킨다. 영화 일을 하면 할수록 고민이 깊어진다. 어떻게 하면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가 가장 어려운 숙제 같다.

<와일드 씽>은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고, 음악 자체로 관심받고 있기에 저로선 감사한 작품이다. 이런 일이 제겐 처음이라 자극이 될 것 같다. 언젠가 영화 속 음악이 아닌, 제 음악으로만 채워진 앨범을 내고 싶다. 피아노곡이 될 수도 있고, 협연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일상에 쫓긴다는 핑계로 안일해진 면이 있는데, 한번 도전해보겠다(웃음)."

[관련기사]
- "강동원, 촬영 미뤄달라고"... '와일드 씽' 감독이 밝힌 비하인드 신 (https://omn.kr/2ir3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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