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까지 노래방" 결혼 앞두고 숨진 여성 소방관, 음주 회식 시달려
국무조정실, 관련자 17명 징계 요구…퇴직자 2명 수사 의뢰
이재명 "용납될 수 없는 갑질"…전 부처 조직문화 점검 지시
결혼을 앞두고 지난해 숨진 광주 광산소방서 소속 여성 소방관 A 소방교(당시 28)가 생전 장기간 음주 회식 강요와 사적 심부름, 부당한 지시를 받아온 사실이 정부 조사에서 드러났다. 국무조정실은 관련자 17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고, 퇴직자 2명을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25일 정부 합동 점검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A 소방교는 사망 전 약 15개월 동안 모두 24차례 음주 회식에 참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회식은 노래방과 나이트클럽 등에서 이튿날 새벽 2시까지 이어졌다.

회식 자리에서는 "서장과 과장 사이에 앉아라", "서장에게 인사드리고 술을 받아라", "편하게 오빠라고 불러라"는 등의 요구가 반복됐다. 전임 서장의 부친상과 장인상에서는 상차림을 준비했고, 주말까지 이어진 서장 퇴임식 행사 준비와 상사의 차량 운전 등 사적인 업무에도 동원됐다. 일부 상사는 해외여행을 다녀올 때 술과 커피 등을 사 오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소방교가 숨진 뒤에도 부적절한 대응은 이어졌다.
광주소방본부는 면직 인사 관련 공문서에 A 소방교의 사망 배경이 약혼자와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처럼 기재했다. 이 과정에서 권한 없이 고인의 생전 심리상담 자료를 취득한 뒤 일부 내용만 발췌해 사용했고, 해당 공문서는 대국민 공개 상태로 15개 유관 부서에 발송돼 대내외에 노출됐다.
광산소방서는 유가족의 요청에도 별도 조사를 하지 않은 채 A 소방교의 사망에 대해 '특이사항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자체 조사에서는 갑질 행위자로 지목된 부서장에게 실무조사를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상급 기관인 광주소방본부도 A 소방교가 사망한 다음 달 익명 제보 시스템인 '레드휘슬'을 통해 조사 요청을 받고도 광산소방서 자체 조사 결과를 확인하는 수준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한 달 뒤 약혼자가 다시 문제를 제기했지만 "객관적 증빙자료가 제출되면 향후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유가족이 상급 기관인 소방청을 방문한 지난달까지 약 5개월 동안 감찰 착수 여부조차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청 역시 사건이 공론화된 뒤 국무조정실 점검이 이뤄진 이달 11일까지 약 한 달 동안 관련자 대면조사를 실시하지 않는 등 적극적인 조사에 나서지 않았다고 점검단은 밝혔다.
이창석 소방노조 전국위원장은 "소방 조직에 깊이 뿌리 내린 '상후하박(상급자에게는 후하고 하급자에게는 박한)' 문화가 빚어낸 사건"이라며 "상급자 중심의 권위적 문화와 폐쇄적인 조직 분위기가 직장 내 갑질을 방치하고 문제 제기조차 어렵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 조직이 정작 내부 구성원의 인권과 존엄은 지키지 못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며 "낱낱이 밝혀진 진상을 토대로 책임자와 가담자 모두 엄중하게 처벌받아 이러한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무조정실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광산소방서 9명, 광주소방본부 6명, 소방청 본청 2명 등 모두 17명에 대한 징계를 소방청에 요구하기로 했다. 퇴직자 2명은 수사를 의뢰하고, 점검 과정에서 추가로 확인된 광산소방서의 사행 행위 등 위법 사실도 함께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3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사건을 언급하며 "직장 내 갑질이 아주 최악의 갑질"이라며 "과거에는 그랬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각 부처와 청에서 꼭 챙겨달라"며 공직사회 전반의 회식 문화와 직장 내 갑질 관행을 직접 점검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호남취재본부 송보현 기자 w3t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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