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손 놓고 미국과 초밀착한다…‘트럼프 벨트’ 뭐길래
중남미의 ‘블루 타이드(Blue Tide·우파 물결)’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등에 업고 이른바 “트럼프 벨트”(미국 뉴스맥스)로 진화하고 있다. 중남미 곳곳에서 트럼프와 정치·외교·안보 노선을 공유하는 우파 정권들이 잇달아 들어서면서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대선 결선투표에서 우파 후보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야가 사실상 승리를 굳혔다. 앞서 지난 7일 치러진 페루 대선 결선투표에서도 재검표 끝에 우파 후보 게이코 후지모리가 우세를 확보하며 내달 당선 발표를 앞두고 있다. 2019년 엘살바도르 대선을 시작으로 아르헨티나·에콰도르·볼리비아·온두라스·칠레·페루·콜롬비아에서 잇따라 보수 성향 정부가 들어서며 최근 7년간 중남미 8개국이 좌파 정부에서 친트럼프 성향 우파 정부로 이동한 것이다. 이들은 강경 치안, 반사회주의, 불법이민 통제, 시장 중심 경제와 정부 지출 축소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기존 블루 타이드가 중남미 전반의 우경화 현상을 뜻한다면, ‘트럼프 벨트’는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친미 우파 국가군을 가리킨다. 미국의 안보·외교 구상에 적극적으로 호응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AP통신은 “트럼프가 지지한 보수 동맹의 확장”으로, 닛케이아시아는 “중남미가 다시 미국의 뒷마당으로 기울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중남미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미주 카르텔 대응 연합(Shield of the Americas)’을 출범시켰다. 마약 카르텔, 인신매매, 불법이민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안보 협력체로 미국과 아르헨티나, 엘살바도르, 에콰도르, 온두라스, 칠레 등이 참여하고 있다. 트럼프는 출범 당시 “이 반구에서 적대적 외세가 발붙이도록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반 브리스코 국제위기그룹(ICG) 선임정책국장은 미 공영라디오 NPR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이념적으로 정렬된 국가들의 연합을 구축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이들 국가는 무엇보다 중남미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데 공동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아시아는 “중국이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잃고 있다”며 친미 정부 확산이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파나마는 일대일로 참여를 철회했고, 일부 중남미 국가들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에 나서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이번에 당선된 콜롬비아의 데 라 에스프리야가 미국·이스라엘과의 안보 동맹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중국과 밀착했던 구스타보 페트로 정부 노선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다만 트럼프 벨트가 중남미 전체를 장악한 것은 아니다. 베네수엘라·쿠바·니카라과는 여전히 좌파 정부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브라질은 향후 판도를 결정할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오는 10월 4일 대선 1차 투표를 앞두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진영과 트럼프의 공개 지지를 받은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 진영이 맞붙을 전망이다. 플라비우 보우소나루는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렸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의 아들이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 결과를 둘러싼 논란과 쿠데타 모의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으며, 현재 공직 출마가 제한된 상태다.
중남미 최대 경제국이자 인구 2억 명이 넘는 브라질까지 우경화될 경우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진 ‘핑크 타이드(Pink Tide·좌파 물결)’는 사실상 종언을 고하게 된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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