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트 강국 日의 삽질…‘귀칼’ 대박인데 정부가 5000억 날렸다

유성운 2026. 6. 25.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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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사진 에스엠지홀딩스

‘귀멸의 칼날’, ‘나루토’, ‘원피스’…

세계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는 일본 IP(Intellectual Property)들이다. 하지만 정작 일본 정부가 자국 콘텐트와 문화를 해외에 확산시키겠다며 야심차게 만든 문화수출기구 ‘쿨재팬’은 5000억원대 손실을 기록하며 존폐 기로에 섰다.

아사히신문은 쿨재팬의 2025년도 누적 손실이 540억엔(약 5139억원)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23일 보도했다. 이는 2026년 3월 말까지 누적 손실을 426억엔(약 4054억원)으로 억제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목표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이에 따라 일본 경제산업성은 7월 이후 검토기구를 설치해 폐지 또는 다른 기구와의 통합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정부 내부에서는 “폐지도 어쩔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일본 정부가 관민펀드를 조성해 쿨재팬을 만든 것은 제2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 시절인 2013년이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게임, 음식, 패션, 관광 등을 매개로 삼아 ‘일본다움’을 해외 수요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을 토대로 추진됐다.

당시 한국이 드라마, 음악, 화장품 등을 앞세워 한류붐을 일으키면서 세계 시장에서 국가 이미지를 높여갔던 것이 자극제가 됐다고 한다. 일본 정부도 그간 민간에만 맡겼던 자국의 문화 시장을 체계적으로 산업화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출자금 1513억엔(약 1조 4423억원) 가운데 약 90%를 정부가 부담했다.

애니메이션 '원피스' 중앙포토

하지만 투자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쿨재팬은 중국 닝보에 일본 엔터테인먼트 상업시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일본 패션·식품·생활용품 소개 시설, 일본 애니메이션의 해외 인터넷 배급 및 공식 상품 판매 플랫폼 사업 등에 투자했다. 그러나 사업 대부분 부진을 겪거나 철수·매각 수순을 밟았다. 설립 초기부터 투자처를 고르는 ‘안목’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이어졌고, 결국 기구 존폐까지 고민하게 됐다.

하지만 이것을 일본 문화의 실패로 연결짓기는 어렵다. 일본 콘텐트 산업 자체는 여전히 막강하기 때문이다.

최근 10년간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국내 및 해외 시장 규모 자료: 일본애니메이션협회

일본애니메이션협회(AJA)에 따르면 2024년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 시장 규모는 3조8407억엔(약 36조6398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해외시장은 2조1702억엔(약 20조 7034억)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하며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

애니메이션 외에도 ‘슈퍼마리오’나 ‘젤다의 전설’ 등으로 유명한 게임회사 닌텐도나 세계 콘솔게임계의 최강자로 군림하는 ‘플레이스테이션’의 소니 등의 IP까지 합치면 더욱 막강해진다.

결국 쿨재팬의 실패는 민간이 만든 IP는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더라도, 이를 관이 주도해 수익화에 나설 경우 성공하기 어렵다는 실례로 남게 됐다.

특히 쿨재팬의 경우 누적적자의 60% 가량이 인건비·세금 등으로 쓰이고, 책임 소재도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스기오 히데야(杉尾秀哉·입헌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참의원 결산위원회에서 “(인건비가 60%면)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힐난한 뒤, 관할 부처인 경제산업성을 두고 “담당자가 계속 바뀌는 무책임한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도쿄=유성운 특파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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