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계양산 러브버그, 서울로 이동?…‘절정기’에 자취 감춘 이유

허정원 2026. 6. 25.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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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님, 여기에도 한 마리도 없습니다” "

러브버그 생태 파악 연구를 하고 있는 충남대ㆍ한경국립대 연구진이 24일 인천 계양산에 설치된 러브버그 포획용 트랩을 확인하고 있다. 트랩 별로 땅 아래에서 깨어나는 러브버그의 수를 비교해 선호하는 환경을 알아내기 위한 것이다. 허정원 기자.


24일 인천 계양산 정상 인근 산비탈.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생태 조사를 위해 텐트 모양의 트랩을 차례로 열어보던 충남대·한경국립대 연구진이 이렇게 상황을 보고했다. 지난 5월 기자와 연구진이 산을 찾았을 땐 낙엽 아래 곳곳에서 작은 지렁이 같은 러브버그 유충들이 발견됐지만, 정작 성충이 돼 날아다녀야 할 이 날엔 자취를 감췄다.

산 곳곳에선 설치된 포획틀에선 러브버그를 유인하기 위해 뿌린 장미향이 났다. 하지만 정작 포획틀엔 러브버그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러브버그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나무 둘레 등에 설치한 끈끈이에는 나방·파리 등과 함께 죽은 러브버그가 보였다. 그래도 우려했던 ‘대발생’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작년 여름 빽빽하던 러브버그, 어디로?

24일 연구진이 정상 남쪽 부근에서 설치된 트랩에서 채집한 러브버그. 보존을 위해 에탈올에 담았다. 남쪽 사면에 설치된 트랩과 달리 해가 잘 들지 않고 습한 북쪽 사면엔 러브버그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허정원 기자.


지난해 대발생으로 ‘경계태세’가 삼엄했던 계양산에서 러브버그가 급감했다. 지난해와 달리 무리를 이뤄 날아다니며 등산객들을 괴롭히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이 날은 국립산림과학원이 올해 러브버그의 활동이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던 날이다. 방역 당국은 5월 부터 계양산 정상부를 집중적으로 방제해 개체 수를 줄였다.

그러나 러브버그는 숲을 타고 수도권 곳곳으로 퍼진 상태다. 경기 북부에선 올초부터 유충이 대량 발견되기도 했다.

위준 충남대 응용생물학과 교수는 “도심의 녹지가 많은 곳 등으로 서식지를 확대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실제로 서울 양천구 용왕산에선 동틀 녘과 해 질 무렵 무리를 이뤄 비행하는 러브버그가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대모산·양재천 등 녹지가 많은 서울 강남 일대에서도 작년보다 많은 러브버그가 관찰되고 있다.

지난해 6월 30일 오전 인천 계양구 계양산 정상이 러브버그 발생 상황. 대발생으로 등산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올해는 종적을 감추다시피 했다. 연합뉴스.

알 끌며 퍼뜨리는 모습 포착…특성은 ‘오리무중’

이날 연구진이 열어 본 트랩은 유충에서 성충으로 변하는 러브버그 수를 측정하기 위해 지난봄 설치한 것이다. 방제를 한 곳과 하지 않은 곳, 산 경사가 급한 곳과 완만한 곳, 일사량이 많은 곳과 적은 곳 등 조건이 각기 다른 곳에 트랩을 설치해 러브버그가 좋아하는 환경을 알아볼 목적이다.

이날 러브버그가 상대적으로 많이 발견된 곳은 산 정상 남쪽 사면의 트랩이었다. 북쪽 사면보다 해가 잘 들고 덜 습한 곳이다. 러브버그는 습기가 많은 곳을 좋아한다고 알려졌지만 이와 반대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남쪽 사면 중 봄부터 방제제를 집중적으로 살포한 한 곳엔 개체 수가 특히 적었다. 산림과학원이 개발한 친환경 방제제의 효과성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경사가 급한 곳보다 완만한 곳에, 침엽수보다 활엽수 아래 트랩에서 대체로 러브버그가 많이 나오는 경향을 보였다. 위 교수는 “침엽수가 땅에 떨어지면 산성도(pH)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며 “토양의 특성과 러브버그와의 관계도 연구 대상”이라고 밝혔다.

24일 알 낳는 러브버그. 알을 끌고 다니며 퍼뜨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계양산 현장에선 러브버그의 산란 장면도 목격했다. 러브버그는 하얀색 알을 질질 끌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현장의 한 연구진은 “러브버그가 어떤 곳에선 집단으로, 어떤 곳에선 단독으로 부화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 같은 산란 방식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아직 정체불명인 부화 조건을 파악하기 위해 인공 부화 실험도 하고 있다.

계양산의 러브버그는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지만, 올해엔 지난해와 같은 대발생이 없을 거라 단언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게 연구진의 판단이다. 러브버그의 생태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위 교수는 “아직 장마가 오지 않은 등 일반적으로 러브버그가 선호하는 환경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작년보다 넓은 지역에 유충이 다량 확산한 만큼 언제, 어디서든 러브버그는 대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 책임자인 김동건 삼육대 교수는 “러브버그 개체 수가 과도하게 늘어날 경우 생태계 교란을 주는 등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며 “적정 수준의 개체 수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올해 말 러브버그 생태 특성과 친환경 방제제의 효과 관련 연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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