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통 멘 로봇개, 하루 한 층 뚝딱 아파트…김윤덕 "국토부가 미래 맨 앞에"[르포]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D홀. 전시장 한편에 등장한 네 발로 걷는 로봇 '스팟'과 최고 시속 370㎞급 차세대 고속철도 모형, 바퀴 없이 지붕 위 전선도 필요 없는 수소전기트램 앞은 신기술을 직접 확인하려는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현대자동차그룹 전시관 앞에서 초등학교 5학년 이모(12)양은 '스팟'을 한동안 바라봤다. 노란색 몸통의 '스팟'은 제자리에서 네 다리 관절을 굽혔다 펴고 춤을 추듯 고개를 까딱이고 있었다. "미국 박물관에서도 본 적 있는데, 여기서 다시 보니 좋아요."
세종에서 온 초등학교 3학년 김모(10)군은 "기차에 관심이 많아 수소전기트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드론도 조종해봤는데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재미있었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국토교통 분야 첨단 기술과 연구 성과를 전시하는'2026 국토교통기술대전'. 7281㎡(약 2200평) 규모 전시장이 81개 기관이 설치한 409개 부스로 가득 찼다. 자율주행, 우주항공, 스마트건설, 인공지능(AI) 시티 등 국토교통 분야 미래 기술과 연구성과를 체험할 수 있는 국내 유일 행사다. 올해로 15회째를 맞는 이번 전시회에는 현대차그룹과 현대로템, 대한항공등 대기업 참여가 부쩍 늘었다. 모두 올해 첫 단독 부스를 꾸렸다. 관람객들이 흥미를 갖고 국토교통 관련 신기술을 체험하는 기회도 많아졌다. 이날에만 9200명 이상이 전시장을 찾았다.
현대로템은 차세대 고속철도 'EMU-370' 모형을 내놨다. 현재 가장 빠른 KTX-청룡(시속 320㎞)보다 50㎞ 빠른 시속 370㎞로 달린다. 상용화되면 서울-부산 구간을 지금 2시간 30분대에서 1시간 50분대로 줄인다. 속도를 높이면 소음과 전력 소모가 늘어나는데, 차량 밑면의 돌출 장치를 매끄럽게 다듬어 공기 저항을 청룡 대비 10% 줄이고 차체에 차음재를 보강해 소음을 잡았다는 것이 현대로템 측 설명이다. 국토부는 내년 상반기 초도 차량 16량을 발주하고, 2031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주택 공급 문제 대안으로 떠오른 '사전 제작형 콘크리트(PC) 모듈러 주택' 부스도 참관객들 눈길을 끌었다. 방과 거실 등 건축물의 주요 부분을 공장에서 콘크리트로 미리 만든 뒤 현장에서 하루에 한 층씩 조립하는 기술이다. 기존 철골 모듈러의 단점이었던 층간 소음과 진동 문제를 익숙한 콘크리트 소재로 해결하면서도, 전체 공사 기간은 30%가량 단축할 수 있다. 한양대 연구진을 주축으로 17개 기관이 참여해 진행 중인 국가 연구개발 사업 성과물이다. 현장에서 만난 정찬우 한양대 교수는 "하루 한 층씩 올리는 것이 목표"라며 "현장 타설과 양생 과정을 줄여 공사 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대한항공 부스의 항공기 외관 검사 자동화 시스템 주변도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드론 4대와 지상 로봇 2대가 항공기 전체를 촬영하면 AI가 1㎜ 크기의 미세한 결함까지 50분 만에 찾아낸다. 정비사가 10시간 넘게 매달리던 위험한 고소 작업을 안전하고 빠르게 대체하는 기술이다.

코레일은 '교통약자'와 '안전'에 집중했다. 직원이 진땀을 빼며 밀어야 했던 300㎏ 수동 리프트 대신 세계 최초 '전동화 휠체어 리프트'를 소개했다. 조이스틱 하나로 360도 가볍게 움직이고, 라이다(LiDAR) 센서가 장애물을 인식해 알아서 멈춰 선다. 가파르던 탑승 경사도 역시 13도에서 법적 기준치(7.2도) 이내인 6.8도로 확 낮춰 추락 위험을 덜어냈다. 이 기기는 서울역 시범 운영에서 호평을 받아 올해 전국 역사에 90대가량 배치될 예정이다.
지하 역사 화재 같은 응급 상황에 대비한 '4족 보행 구난 로봇'도 선보였다. 역사에 불이 나면 관제센터에서 즉각 이 로봇을 급파한다. 등에 산소통을 짊어진 로봇은 유독가스 속을 뚫고 들어가 쓰러진 요구조자에게 로봇 팔로 산소마스크를 직접 씌워 '골든타임'을 확보한다. 단순한 4족 보행 순찰 로봇과 달리 호흡기를 씌워 인명을 구조하는 코레일만의 특허 기술이다.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승객은 본인이 직접 마스크를 얼굴에 댄 채 로봇 안내를 받아 안전 구역으로 대피할 수 있다. 이 로봇은 2028년께 현장 실증을 거쳐 상용화될 예정이다.

개막식에는 김윤덕 국토부 장관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김 장관은 축사를 통해 "부동산 문제 처리나 철도 사고 예방, 건설 사업 진행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첨단 기술 발전과 대한민국 미래를 개척하는 데 쏟고 있다는 점을 국민께 알리고 싶다"며 "이번 기술대전은 대한민국 미래를 밝히는 맨 앞에 국토교통부가 서 있다는 것을 함께 공감하고 다짐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개막식 직후 김 장관과 산하기관장,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50여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포함해 7개 주요 부스를 방문해 기술 시연을 지켜봤다.
이번 행사는 26일까지 열린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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