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김영록이가 해냈어"…마지막 한마디에 강당은 울음바다
김대중강당 1천여 명 참석 아쉬움 함께 나눠
24일 오후 2시 20분. 전남도청 김대중강당 무대 위 대형 스크린엔 '대도약의 8년, 새로운 대통합의 시대로'라는 문구가 떠 있었다. 이는 지난 민선 7·8기 8년을 마무리하는 김영록 전라남도지사의 지나온 길을 함축해 놓은 '문장'이었다.
객석을 가득 메운 도민과 공직자, 정치권 인사들은 그 문구를 바라보며 저마다 지난 시간을 떠올리는 듯했다. 정식 행사가 시작하기 약 10분 전이었지만 문금주 국회의원을 비롯해 시장·군수 등 각 기관단체장, 전남도청 소속 공직자, 도민 등 이미 강당엔 약 1,000여 명이 객석을 채우고 있었다.
'위대한 전남 새로운 시대로'를 주제로 시작된 1부 행사에선 김영록 지사의 지난 발자취를 담아낸 영상 기록이 상영됐다. 스크린에는 블루이코노미, AI, 에너지 대전환, 우주항공, 국가농업 AI 프로젝트, 국립의대 유치,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같은 단어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영상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었다. 전남의 산업 지도를 바꾸겠다고 목놓아 외쳤던 김영록 도지사의 지난 8년의 역사였다. 참석자들은 조용히 화면을 바라봤다. 영상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박수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 정적 속엔 지난 세월의 무게가 담겨 있었다.
2부 시작과 함께 본 행사인 이임식은 그야말로 눈물과 감동으로 젖어 들었다. 특히 떠나는 김영록 도지사를 응원하기 위해 무대로 올라왔던 김태희 전남도명예기자협회 회장은 자신이 준비해온 송별사를 읽어내려 오다 감정에 복받쳐 울먹이기도 했다.
무대 아래 좌석에서 이를 바라보던 김영록 도지사도 순간 울컥했던지 안경을 벗고 흐르던 눈물을 슬쩍 닦아냈다. 이윽고 이임사를 낭독하기 위해 무대 단상에 오른 김영록 지사는 잠시 객석을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지난 시간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그는 민선 7기 출범 당시를 "막막했다"고 회고했다. 지방소멸과 전국 최하위권 경제라는 현실 앞에서 두려움도 컸다고 했다. 그러나 반드시 전남을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다.
중학생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며 품었던 꿈, '당당한 전남 시대'를 열고 싶었던 마음도 털어놨다. 2019년 블루이코노미 선언 이야기가 나오자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재생에너지와 데이터센터, RE100, 이차전지 산업을 기반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결국 전남의 가능성을 믿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리고 '삼성과 SK 같은 대기업들이 전남을 찾고 있는 지금이 바로 그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국립의대 설립 추진과 광주 민간·군 공항 이전 문제를 언급할 때는 잠시 표정이 굳어졌다.
"도지사가 광주시 영업사원이냐는 말도 들었습니다" 란 그의 말에 객석에서는 옅은 웃음이 흘렀지만, 곧 조용해졌다. 그만큼 쉽지 않았던 시간이었음을 모두가 알고 있었던 탓이다.
그는 지난해 자신이 먼저 제안했던 전남·광주 통합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김 지사는 "AI와 에너지 대전환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광주와 전남이 함께 가야 한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짧게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러나 고독했습니다." 순간 강당은 숨소리조차 들릴 만큼 조용해졌다. 수많은 논란과 반대, 정치적 부담을 감당해야 했던 시간이 그 한마디에 담겨 있었다.
이임사가 끝을 향해 갈수록 목소리는 점점 떨렸다. "저는 이제 도지사직을 내려놓으며 길을 만들어 낸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김영록 도지사의 이 말에 객석에서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이어진 마지막 그의 입에선 "세월이 흐른 뒤 그때 김영록이가 해냈어 하고 따뜻하게 기억해 주시면 저는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라고 했다.
강당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함께 일했던 직원들은 고개를 숙였고, 일부는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김영록 영원해라"라는 응원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연설이 끝나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번 터진 박수는 쉽게 멈추지 않았다. 김 지사는 여러 차례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무대를 떠나기 직전까지도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강당을 나서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누군가는 무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겼고, 누군가는 동료와 악수를 나누며 지난 시간을 이야기했다.
그날 무대 위에 적혀 있던 '전남 대도약의 8년, 새로운 대통합의 시대로'라는 문구는 단순한 행사 표어가 아니었다. 김영록이라는 이름의 8년을 정리하는 문장이자, 전남·광주 통합특별시라는 새로운 시대를 향한 마지막 메시지였다.
호남취재본부 심진석 기자 mour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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