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지난해랑 다르네?” 계양산 올라가 봤더니…러브버그 아직 ‘잠잠’

유정민 2026. 6. 2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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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러브버그’로 뒤덮인 계양산 가봤더니
러브버그 개체 수 감소…“친환경 방제 효과라고만 할 수 없어”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로 몸살을 앓았던 인천 계양산 일대가 달라졌다. 지난해 정상을 새카맣게 뒤덮었던 러브버그 떼는 아직 관측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이같은 변화가 친환경 방제 효과 덕분인지는 이달 말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계양구청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23일까지 접수된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43건이다. 지난해 계양구에 접수된 민원은 504건이다. 아직 러브버그 활동 시기가 남아 있지만, 이와 비교하면 적은 수준이다.

앞서 국립산림과학원은 러브버그의 주요 활동 기간을 지난 15일부터 오는 29일로 내다봤다. 특히 러브버그 우화율이 50%가 넘어서는 ‘최성기’로는 24일이 지목됐다. 박용환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최성기가 지난 만큼 앞으로도 현재 수준의 러브버그 상황이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23일 인천 계양구 계양산 일대에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 대발생에 대비해 친환경 방제 장비들이 가동되고 있다. 김재형 영상기자
러브버그의 최성기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인천 계양산 등산로를 찾았다.등산로에는러브버그가 1~2쌍씩 드문드문 보였다. 흰색 상의를 입고 계양산 일대를 돌아다녀도 옷에 달라붙거나 시야를 방해하는 현상은 거의 없었다. 지난해 러브버그가 떼로 몰려 있던 등산로 주변 휴식용 의자나 바위도 깨끗한 상태를 유지했다. 등산객들도 얼굴로 날아드는 러브버그를 피하려 손을 휘젓거나 몸을 털어내는 기색 없이 산행에만 집중했다.
지난해 6월30일 인천 계양구 계양산 정상에서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가 대량 출몰했다. 쿠키뉴스 DB
계양산은 지난해 러브버그가 대량 발생해 주민 민원이 잇따랐던 지역이다. 이에 인천시와 계양구는 지난 5월부터 계양산 주변에 친환경 방제제(Bti)를 지원받아 유충 단계부터 방제 작업을 실시했다. 현재 계양산 정상과 등산로 일대에는 유인물질포집기 100기, 롤트랩 40개, 흡충기 8기, 대·소형 광원포집기 9기 등 방제 인프라가 가동 중이다.
23일 인천 계양구 계양산 일대에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 대발생에 대비해 친환경 방제 장비들이 가동되고 있다. 유정민 기자
실제로 계양산 곳곳에서 러브버그를 막기 위한 친환경 방제책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나무와 나무 사이에는 ‘노란색 끈끈이 롤 트랩’이 길게 둘러져 있었다. 산을 오르는 길목마다 ‘갈색 끈끈이 롤 트랩’이 나무 기둥을 감싸고 있는 것도 보였다. 롤 트랩에는 러브버그 60마리 정도가 이미 붙어 있었다. 러브버그 외에도 나방, 파리 등 다른 곤충들도 함께 포획된 상태였다. 롤 트랩에 착지한 러브버그들이 탈출을 시도했지만 그럴수록 끈끈이에 더 달라붙어 옴짝달싹 못 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지자체 차원에서 러브버그 친환경 방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안내문과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23일 인천 계양구 계양산 일대에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 대발생에 대비해 친환경 방제 장비들이 가동되고 있다. 김재형 영상기자
시민들은 올해는 러브버그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계양산 정상을 다녀온 정운창(74·남)씨는 “포집기나 끈끈이 트랩 같은 장비들이 곳곳에 많아졌다”며 “지난해에 비하면 러브버그가 5분의 1 수준으로만 보인다”고 말했다. 여름 불청객 러브버그에 대한 정부의 친환경 방제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씨는 “러브버그가 한창 많을 때는 얼굴 앞을 나뭇잎으로 계속 흔들면서 가야 했는데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계양산 둘레길에서 만난 박모씨(55·여)는 “러브버그가 있긴 한데 작년 같진 않다”며 “한여름에도 잘 안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끔 계양산을 등반한다는 김모씨(53·남)도 “지난해 계양산이 러브버그로 너무 떠들썩해서 그런지 올해는 방제를 열심히 한 것 같다”며 “확실히 벌레 수가 줄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계양산 인근 상가 상인들도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러브버그 수가 확연히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계양구 계산동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점원은 “지난해에는 러브버그가 너무 많아서 골머리를 앓았는데 지금은 거의 안 보인다”며 방제 효과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난해 러브버그 민원이 다수 발생했던 계산2동 일대도 이날 오후에는 1~2마리가 상가 유리 벽에 붙어 있는 정도였고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러브버그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계양구청 환경과 관계자는 “러브버그 출몰 상황이 종결될 때까지 지켜봐야겠지만 친환경 방제가 러브버그 개체 수 관리에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30일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가 대거 출몰하고 있는 인천 계양산 정상에서 한 시민이 코를 막고 올라오고 있다. 쿠키뉴스 DB
다만 일각에서는 러브버그 개체 수가 친환경 방제로 인해 줄어든 것이라고 안심하기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양영철 을지대학교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러브버그는 중국으로부터 서남풍을 타고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매년 대발생 출몰 지역이 달라진다”며 “러브버그의 유동적인 특성을 고려했을 때 개체 수 감소를 친환경 방제 효과로만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한계가 있는 선제적인 방제보다 러브버그 천적 개발이나 러브버그 생태 습성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러브버그의 본격적인 대발생은 이번 주말이 기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지난 주말에 비가 온 이후부터 계양산 정상의 러브버그 개체 수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다음 주 중 대출몰할 가능성이 있어 진짜 방제 효과를 검증하려면 이달 말까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관은 “러브버그는 해외 유입종이기 때문에 국내 자생 생물과 경쟁을 발생할 수 있어 적절한 수준의 방제 조치는 필수적이다”고 덧붙였다.

유정민 기자 yu@kukinews.com
영상=김재형 영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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