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7시 30분 급식실 검수대 앞, 15년 차 영양사의 토로

박상준 2026. 6. 2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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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고양 ㅈ 중학교 학부모 급식 모니터링 동행 취재... 깐깐한 검수 이면에 가려진 조리 현장의 인력난과 예산 한계

[박상준 기자]

학생들에게 매일 제공되는 무상급식은 어떤 과정을 거쳐 조리대 위에 오를까. 그 출발점을 확인하기 위해 23일 오전 7시 30분, 경기도 고양시 ㅈ 중학교 식생활관(급식실) 하역장을 찾았다.

학교 급식 식자재 검수는 매일 아침 배송 차량이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이루어지며, 학부모 모니터링 위원과 학교 급식 관계자가 동석하여 복수 검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현장은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철저하고 건조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엄격한 위생 통제와 정량적 검수 과정

급식실 내부는 교차 오염 방지를 위해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다. 검수에 참여하는 학부모 모니터링 위원 역시 예외 없이 정해진 위생 복장을 갖춰야 했다.
▲ 필수 위생 복장. 급식실 출입을 위해 방문객에게 제공되는 일회용 부직포 위생 가운, 마스크, 위생모.
ⓒ 고양e뉴스
▲ 학부모 학교급식 검수기록지. 조리 종사자의 개인위생 점검표부터 가공식품 유통기한, 식재료 신선도 확인란 등이 상세히 기재되어 있다.
ⓒ 고양e뉴스
위생복을 착용하고 손 소독을 거친 후 하역장에 들어서자, 검수 테이블 위에는 '학부모 학교급식 검수기록지'가 놓여 있었다. 해당 기록지에는 조리 종사자가 건강진단증을 비치했는지, 장신구 착용을 금지하는 개인위생 규정을 지켰는지 확인하는 항목부터 납품된 식품의 유통기한과 포장 불량 상태 등을 점검하는 세부 지표가 명시되어 있었다.
오전 7시 40분경, 납품업체의 냉장·냉동 탑차가 하역장에 도착했다.
▲ 식자재 반입.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녹색 전용 배송 박스에 담겨 줄지어 들어오는 각종 채소류 식자재.
ⓒ 고양e뉴스
▲ 적외선 온도 측정. 조리 종사원이 포장 비닐을 열어 깐 양파의 중심 온도를 적외선 온도계로 정밀하게 측정하고 있다.
ⓒ 고양e뉴스
▲ 육안 검수. 붉은 홍고추의 무른 곳이나 상한 부분이 없는지 맨눈으로 일일이 확인하는 과정.
ⓒ 고양e뉴스
현장에서의 검수는 단순히 육안으로 살피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채소류의 경우, 조리 종사원이 대용량 깐 양파 포장을 개봉한 뒤 즉각 적외선 온도계를 사용해 중심 온도를 측정했다. 납품 기준 온도(10도 이하)를 준수했는지 정량적인 수치로 확인하기 위함이다. 이후 홍고추 등 채소의 외관 훼손 여부를 확인하는 육안 검수가 병행되었다.
▲ 세척 대기. 검수를 통과한 깐 양파와 당근 등이 대형 스테인리스 세척조에 담겨 조리 준비를 대기하고 있다.
ⓒ 고양e뉴스
▲ 육류 중량 확인. 대용량 육류의 진공 포장 상태를 점검한 뒤, 대형 저울에 올려 납품서상의 중량과 일치하는지 대조하고 있다.
ⓒ 고양e뉴스
육류 품목에 대한 점검은 중량 대조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대용량 진공 포장된 고기를 전자저울에 올려 실제 무게를 재고, 납품서에 기재된 중량과 정확히 일치하는지 확인했다. 진공 포장지의 파손이나 핏물 고임 현상 여부도 함께 점검 대상이었다.
▲ 가공식품 검수. 순창 찰고추장, 참기름 등 가공식품의 포장재 파손 여부와 유통기한을 점검하고 있다.
ⓒ 고양e뉴스
▲ 서류 대조. 영양교사가 당일 출력된 '식재료 검수서'를 지참하고, 현물과 납품 서류가 일치하는지 품목별로 하나하나 대조하며 확인 표시를 남기고 있다.
ⓒ 고양e뉴스
가공식품 역시 포장 상태와 유통기한을 점검했다. 이 모든 과정은 영양교사가 당일 출력된 '식재료 검수서' 상의 품목, 규격, 원산지, 수량을 실제 입고된 현물과 일일이 대조하여 확인 서명을 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되었다.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검수 과정은 사전에 정해진 매뉴얼대로 건조하지만 빈틈없이 진행되었다.

15년 차 영양교사 "업무 강도 심화... 인력 수급 원활하지 않아"

검수가 끝난 직후, 조리 실무 준비로 바쁜 현장 책임자인 영양교사(학교 급식 경력 15년 차)를 만나 급식실 운영 현황과 실무적 애로사항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매뉴얼대로 투명하게 운영되는 시스템과 달리, 현장을 지탱하는 종사자들의 노동 환경은 여러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영양교사는 현장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심화되는 노동 강도와 인력 부족을 꼽았다. 그는 "일이 점점 더 힘들어진다고 한다. 실무사님들도 이제 (일하기가) 쉽지 않고, 인력 수급도 원활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년이 다가오는 분들은 많으시고 또 (새로) 하시겠다는 분들은 적고. 일의 강도가 세니까 오래 하시지 못하고 그만두시는 경우가 많다"라고 토로했다.

물리적인 노동 환경 개선의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여름철 더위와 관련해 영양교사는 "여름에는 더 힘들어 한다. 밖에 날씨가 33도면 (조리실 내부는) 조리기구 열기로 인해 굉장히 (덥다)"라고 전하며, "휴게실 면적은 이만한데(작은데) 이 분들도 쉴 공간을 알아봐야 하지만 사실 (여의치 않다)"고 덧붙였다.

시설 보수와 예산 문제에 있어서도 현장과 행정 간의 시차가 존재했다. 그는 "바닥이 미끄러워 넘어질 위험도 있다. (그런데) 신설교(2021년 개교)라서 아직 예산을 못 주신다고 한다"고 전했다. 안전사고 우려에도 불구하고 규정에 묶여 즉각적인 바닥 미끄럼 방지 보수가 어렵다는 것. 또한 노후 조리 기구에 대해서도 "저희는 가스식이다. 전기식으로 (유행이) 변했는데 저희는 내용 연수가 안 돼서 바꿀 수 없다"고 토로했다.

식단 편성에 영향을 미치는 급식비 예산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한 끼에 식품비가 4340원이다. 운영비는 별도로 470원"이라며 빠듯한 단가 구조를 설명했다. 제한된 예산 안에서 물가 상승을 방어하고 양질의 식재료를 수급해야 하는 영양교사들의 행정적 고민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날 학교의 급식 식자재 검수 모니터링은 원칙을 준수하는 현장의 전문성과, 그 시스템을 떠받치고 있는 인력 구조의 불안정성이라는 상반된 현실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이날 모니터링에 참여한 한 학부모는 "검수 과정이 워낙 깐깐하고 투명해 급식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안심이 된다"면서도 "아이들의 밥상을 책임지시는 분들이 이렇게 열악한 환경과 인력난 속에서 일하고 계신 줄은 미처 몰랐다. 교육청 차원의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고양시를 비롯한 전국의 학교 급식 현장은 철저한 시스템을 통해 학생들에게 안전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조리 종사자들의 희생과 높은 노동 강도가 자리하고 있다. 질 높은 무상급식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교육 당국이 대체 인력 풀 확보, 시설 개선 예산의 탄력적 운영, 조리 환경 개선 등 보다 현실적인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이기 전에 한 명의 학부모로서 현장에서 직접 마주한 ㅈ 중학교 급식실의 검수 과정은 안도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적외선 온도계로 식재료의 중심 온도를 재고, 납품서의 글자 하나하나를 현물과 대조하는 영양교사님과 조리 실무사님들의 깐깐한 손길 덕분에 우리 아이들이 안전한 밥상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뷰를 통해 전해 들은 15년 차 영양사님의 고백은 무상급식 제도가 안착한 지금, 우리가 다음으로 들여다보아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명확히 짚어줍니다.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의 조리실, 내용 연수 규정에 막혀 미뤄지는 미끄럼 방지 공사와 인덕션 교체, 그리고 결원이 생겨도 쉴 틈 없이 동료의 몫까지 떠안아야 하는 인력난. 완벽한 매뉴얼 뒤에는 결국 이를 묵묵히 버텨내는 사람들의 희생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안전하고 든든한 한 끼는, 그 한 끼를 짓는 사람들의 안전하고 쾌적한 노동 환경 위에서만 지속될 수 있습니다. 감시와 모니터링을 넘어, 이제는 고양시와 교육 당국이 현장의 구체적인 고충에 응답하고 실질적인 환경 개선 예산을 적극 집행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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