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유럽 잇는 4250㎞ 철길 뚫렸다…전쟁이 만든 ‘新실크로드’

바닷길이 막히자 대륙길이 열렸다. 이란전쟁으로 중동 바다에 빨간불이 켜지자 육로를 통한 교역량이 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에도 호르무즈해협이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서 ‘신(新) 실크로드’가 부상하는 모습이다. 현재 글로벌 교역 물동량에서 육로 운송의 비중은 약 20%에 불과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며 물류 경로 다각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는 전망이 쏟아진다.
카자흐스탄 철도로 중국에서 유럽까지

카자흐스탄 국영철도사 카자흐스탄테미르졸리(KTZ)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이 회랑을 통과한 컨테이너 열차는 전년 동기 대비 34.4% 증가했고, 카스피해 구간 컨테이너선 수송량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산 공산품은 대개 동남아시아 말라카해협을 지나 수에즈 운하를 거쳐 유럽으로 운송되는데, 수에즈 인근 중동이 불안해지자 이곳이 활황을 맞은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022년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러시아를 지나는 북부 회랑을 피해 이곳 물동량이 10배 급증한 상황에서 이란전쟁으로 더욱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세계은행은 “중부 회랑이 지정학적 충격에 대응하는 대체 물류축으로 부상하면서 2030년까지 화물량이 현재의 3배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KTZ는 2030년까지 100억 달러(약 15조3500억원)를 투입하고 올해 900㎞의 신규노선을 건설한단 계획이다. “카자흐스탄이 전쟁 최대 수혜국”(더디플로맷)이란 말까지 나온다.
中 일대일로 맞서라…인도-유럽 육로 논의 활발

참여국들의 의지는 상당하다. “주요 항로의 안전 확보가 어려워지며 IMEC가 떠오르고 있다”(포춘) “러시아의 위협이 계속되고, 미국과의 결속이 약화하며 EU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럽의 의지가 높아지고 있다”(AP통신)는 분석이 나온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이달 초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대체 수출경로를 구축해야 한다”며 IMEC를 재차 강조한 이유다.

사우디는 이미 육로의 가능성을 여러모로 탐색 중이다. 동부 유전에서 홍해로 이어지는 동서 송유관의 송유량을 하루 200만에서 700만 배럴까지 늘렸고, 국영 광물기업 마덴은 UAE와의 사막길을 활용해 비료를 운송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튀르키예와 ‘헤자즈 철도’ 사업 MOU도 맺었다. 오만에서 사우디를 지나 튀르키예로 이어지는 육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길들은) IMEC에 포함된 경로는 아니지만 향후 육지길 인프라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러시아·이란은 남북길 잇는다

각 진영이 대륙길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걸림돌도 적지 않다. 바닷길은 수십 년 간 미국 주도의 자유무역 질서 속에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해운 규범과 보험 체계가 정착됐지만, 육상 운송은 사정이 다르다. 여러 국경을 통과해야 하는 데다 국가마다 관세와 규제가 제각각이고, 도로·철도 등 인프라 수준도 큰 차이를 보인다. 비용 측면에서도 육상보다 해상 운송이 훨씬 경제적이다.
그럼에도 원자재·에너지·공산품 등의 원활한 수출입이 매우 중요한 한국에 물류망 다변화는 필수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4월 보고서에서 “대체 운송로를 염두에 둔 장기 수출입 전략을 짤 때”라며 특히 IMEC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육로가) 에너지 벌크수송의 완전 대체재가 되기는 어렵다”면서도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와 달리 IMEC는 다자 구조인 만큼, 한국 기업들의 참여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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