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지 않는 남자 찾아요”…인터넷 방송 ‘현대판 노예팅’ 실체

유튜브와 인터넷 방송 플랫폼 등에서 ‘소개팅 방송’이 유행하고 있다. 겉으로는 단순한 소개팅 같아 보이지만, 사실상 한 명의 여성을 두고 후원금을 통한 경매가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진행돼 ‘사실상 과거의 노예팅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예팅은 한 이성을 놓고 경매를 벌여 가장 높은 가격에 낙찰된 사람에게 하룻밤 성적으로 종사하는 성매매의 한 형태로, 약 10년 전쯤 유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개팅 방송은 여성들의 사진과 프로필 등을 게시한 채 진행된다. 프로필을 보고 마음에 드는 여성이 있는 시청자들은 해당 여성의 번호를 호명하며 후원금을 낸다. 이 과정에서 경쟁이 붙고, 가장 많은 돈을 낸 시청자가 해당 여성의 연락처나 데이트할 기회를 갖게 된다. 일부 방송은 ‘번호는 10만원, 데이트권은 20만원’ 등 정찰제로 운영되기도 한다.
공개되는 여성들의 프로필은 나이와 키, 몸무게, 거주지, 직업 등 일반적인 요소에 더해 특정 부위의 사이즈, 성적 취향까지 포함하는 등 노골적이다. 사진 역시 노출이 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상형에 ‘짧은 남자가 좋다’거나 ‘지치지 않는 사람’을 적어두는 등 성적인 내용을 암시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데이트의 수위도 후원금 액수에 따라 ‘함께 커피 한 잔 마시기’에서 ‘숙박업소에서 술 먹기’ 등으로 갈수록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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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금’ 사기도 잇따라
폐쇄적인 구조 탓에 각종 사기도 잇따른다. 이성이 마음에 든 시청자가 후원을 시작하면, 진행자가 미리 준비해 둔 계정을 통해 가짜로 경쟁을 붙여 후원금을 더 내게 유도하는 방식은 흔하다. 여성들에게 후원금의 일부를 떼어 준다며 참여를 독려해 놓고, 정작 방송이 끝난 이후에 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심지어 피싱 사이트를 따로 만들어 시청자를 끌어들인 뒤, 허위로 시청자가 본인의 계정에 돈이 충전된 것처럼 보이게 조작해 계획적으로 돈을 갈취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일선 경찰서의 한 수사과장은 “소개팅을 빌미로 한 방송에 후원하다가 사기를 당했다며 경찰서를 찾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며 “최근 수위가 높아지며 성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와 적극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방송을 통해 성매매가 이뤄지면 방송 진행자를 처벌할 수 있는지도 검토 중이다”고 덧붙였다.
경찰, 성범죄 발생 여부 주시
전문가들 역시 유해 콘텐트로 보고 사전에 확실히 규제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한 인간을 물건처럼 사고판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여성의 성적 대상화, 상품화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전이 얽힌 관계인 만큼 실제로 만났을 때 평등한 관계이기 어렵기에 각종 범죄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며 “성매매와 상당히 동일한 모습이라 상당히 문제적”이라고 덧붙였다.
유현재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노출이 심한 사진이나 성적인 표현 등이 청소년도 쉽게 접근 가능한 유튜브 등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것부터 문제가 있다”며 “정부가 소개팅 방송 등의 콘텐트가 퍼지는 것을 막는 규제를 마련해 청소년 노출 및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창용 기자 kim.chang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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