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위증' 4대3 유죄...그러나 검찰은 웃을 수가 없다

김종훈 2026. 6. 2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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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 판결문 해설] 7대 0 정치자금 무죄·직권남용 등 공소기각...재판부, 공소권 남용 질타

[김종훈 기자]

▲ 증언대에 선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왼쪽 아래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이화영 변호인인 서민석 변호사. 2026-04-14
ⓒ 남소연
역대 최장, 최대 규모로 진행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국민참여재판의 결론을 세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연어술파티 의혹 관련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유죄.
이재명 후원회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무죄.
경기도 사업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공소기각.

위증 혐의 4대3, 일단 검찰이 이겼다

일단 가장 주목받은 이른바 '술파티 위증' 혐의에서 검찰이 이겼다. 지난 20일 새벽 3시 45분께 재판부(수원지법 형사11부 재판장 송병훈)는 '이 전 부지사가 국회 청문회에서 기억에 반하는 허위 진술을 했다'고 판단했고, 징역 4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진술의 일관성이었다.

'연어술파티' 당일로 특정된 2023년 5월 17일 수원지검 1313호 영상녹화실에 술이 반입됐는지, 이 전 부지사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등과 함께 술을 마셨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관련자들의 법정 진술이 서로 부합한다고 보았다. 박상용 검사, 김성태 전 회장, 쌍방울 관계자들, 교도관들의 진술이 "술 반입은 없었다"는 방향으로 일치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관 및 배심원들의 면전에서 선서한 증인들의 법정진술이 상호 부합하고, 그 진술을 배척할 만한 사정은 엿보이지 않는다."

반면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은 배척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이 전 부지사의 주장이 음주 장소, 음주 양 등에서 일관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면서 "쌍방울 법인카드로 검찰청 인근 편의점에서 소주와 생수가 결제된 내역이 존재하지만, 그것만으로 피고인에게 실제 술이 제공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적시했다.

이 대목만 보면 검찰은 핵심 쟁점에서 승리를 거둔 셈이다. 실제 '술파티 의혹'은 정치적으로도, 수사 신뢰도 차원에서도 가장 뜨거운 쟁점이었다. 법원이 이 전 부지사의 국회 증언을 허위라고 판단했으니, 검찰은 최소한 핵심 전선 하나를 방어한 셈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배심원 판단이 갈렸다. 술이 제공되지 않았는지를 두고 배심원 7명 중 4명은 그렇다고 봤지만, 3명은 아니라고 봤다. 4대3, 단 한 명 차이였다. 국민참여재판의 평결은 유죄 쪽으로 기울었지만, 이 사건의 사실관계가 명쾌하게 정리됐다고 보기 어려운 숫자다. 이 사건이 배심원들 사이에서도 치열한 판단의 대상이었음을 보여준다.
▲ '연어 술파티' 수원지검 현장 재연 나선 의원들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연어 술파티, 진술 회유 의혹 검증을 위해 9일 경기 수원지검을 현장 방문한 가운데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비롯한 의원들이 인근 편의점에서 '당시 쌍방울 직원이 소주를 사서 생수병에 넣었다'는 증언을 재연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더구나 이 사건에는 법인카드 소주 결제 내역이라는 정황이 여전히 존재한다. 문제의 시간대 쌍방울 관계자 박상웅씨가 수원지검 13층에서 퇴실한다. 그리고 해당 시간에 또 다른 쌍방울 관계자가 수원지검 바로 앞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소주와 생수를 결제한다. 박씨는 소주가 구입된 지 몇 분 뒤 다시 검찰청 13층으로 들어간다. 피고인 측은 이를 술 반입 정황으로 제시했다. 심지어 같은 날 오전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구치소에서 지인에게 소주를 준비하라는 지시까지 내리는 듯한 정황의 발언을 한다.

물론 검찰은 이 모든 상황에 대해 우연의 일치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배심원 다수 의견과 증인들의 일관된 법정 진술 등을 종합해 검찰 쪽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 판단이 오히려 술파티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을 예고하고 있다. 당장 법무부와 검찰 내부 감찰 과정에서 술 반입 정황을 인정한 바 있다. 실제 법무부는 지난해 조사 결과 발표에서 김성태 전 회장 등이 종이컵에 소주를 마신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고, 대검 감찰 과정에서도 술 반입 자체는 인정됐다. 향후 술파티 의혹을 놓고서 지속적인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 될 것이다.

분명한 점은 법원은 형사재판의 증명 구조 안에서 '이 전 부지사의 국회 증언이 허위'라고 판단했지만, 이것이 곧 검찰청 안에서 벌어진 모든 일의 의문을 해소했다는 뜻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만장일치 무죄... 배심원도 재판부도 설득하지 못한 정치자금 혐의

위증 사건 유죄로 가려졌지만 이번 판결에서 결코 놓쳐서는 안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재판부가 정치자금과 직권남용 등 혐의에 대해 각각 무죄와 공소기각을 내렸다는 점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서 배심원 7명은 전원 무죄 의견을 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김성태 전 회장과 공모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 또는 대선 후보 후원회에 한도를 초과한 이른바 '쪼개기 후원'을 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의심 자체는 언급했다. 여러 사람 명의로 후원금이 기부된 점 등을 보면 피고인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범행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대목은 중요하다. 재판부는 단순히 증거가 부족하다고만 말하지 않았다. 국민참여재판의 취지도 함께 언급했다. 배심원 전원이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린 이상,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도입된 국민참여재판 제도의 취지를 고려해 그 의견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즉 정치자금법 혐의에서 검찰은 배심원도, 재판부도 설득하지 못했다. 의심은 있었지만 증명은 없었다. 검찰의 기소는 법정에서 유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오로지 처벌 목적"... 판결문이 남긴 가장 강한 문장

검찰 입장에서 가장 뼈아픈 부분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한 공소기각이다. 이 부분에서 재판부는 단순한 무죄 판단을 넘어 검찰의 기소 방식 자체를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먼저 원칙을 세웠다. 피고인은 자신의 형사사건에서 방어권을 행사한 뒤 유무죄 판단을 받아야 한다. 공소제기되지 않은 타인의 사건에서 사실상 유죄 판단을 받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앞서 신명섭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을 기소하면서, 이 전 부지사를 공범으로 공소장에 적시했다. 문제는 그 시점에 이 전 부지사는 해당 사건의 피고인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 전 부지사는 자신의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재판 공소사실 안에 공범으로 등장했다.

재판부는 이를 매우 강하게 비판했다.

"검사가 오로지 피고인을 처벌하겠다는 목적 아래 타인의 사건 공소사실에 이 전 부지사를 공범으로 적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피고인은 기소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유죄 판단을 받았고, 방어권이 중대하게 침해됐다."

형사재판에서 재판부가 검찰에 대해 "오로지 피고인을 처벌하겠다는 목적"이라고 적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단순히 증거 부족을 지적한 것이 아니라, 기소권 행사 자체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한 셈이다.

결론은 공소권 남용이었다. 재판부는 이 부분 공소제기가 피고인의 방어권이 중대하게 침해된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서 공소권 남용에 해당함이 명백하다고 못박았다. 물론 재판부의 공소기각 판결 전에 배심원들 역시 이 쟁점에 대해 7대0, 이 전 부지사 측 손을 들어줬다.
▲ '술파티 위증 혐의' 이화영 국민참여재판 8일 시작 5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법정 모습. '검사실 술파티 의혹' 관련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준비절차가 1년 2개월만에 마무리되면서 오는 8일 배심원 선정을 시작으로 이 전 부지사의 재판이 본격적으로 열린다. 이 전 부지사의 국민참여재판은 이달 8일부터 19일까지 주말을 제외하고 열흘간 진행된다. 이는 역대 최장기 재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 연합뉴스
이번 국민참여재판 판결은 역설적이다. 검찰은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위증 혐의에서 유죄를 받아냈지만 동시에 정치자금법 혐의에서는 무죄를 받았고, 직권남용 혐의 등에서는 공소권 남용이라는 강한 질책을 받았다.

결론적으로 이번 국민참여재판은 어느 한쪽의 완승으로 끝난 재판이 아니었다. 검찰은 가장 관심이 집중된 위증 혐의에서 유죄를 받아냈으나 정치자금 혐의에서는 배심원과 재판부 모두를 설득하지 못했고, 직권남용 혐의 등에서는 공소권 남용이라는 뼈아픈 지적까지 받았다. 반대로 이 전 부지사 역시 위증 혐의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21일 이 전 부지사 측은 유죄로 나온 위증 혐의에 대해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역대 최장 국민참여재판이 남긴 논란과 질문 역시 2심으로 넘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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