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당 3.05골… 21세기 최대 골잔치 펼쳐진 북중미월드컵

2026년 북중미월드컵에서 21세기 최고 골 잔치가 펼쳐지고 있다. 지난 12일(한국시간) 개막 이후 23일까지 치른 조별리그 44경기에서 모두 134골이 터졌다. 경기당 평균 3.05골. 2002년 한·일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21세기에 열린 월드컵 중 가장 화끈한 골 잔치 대회다. 20세기로 거슬러가면 1958년 스웨덴 대회(평균 3.60골) 이후 68년 만에 가장 화끈한 골 잔치 중이다.
사실 골 풍년은 월드컵 본선 참가국 수가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나면서 예상된 일이다. 대륙별 쿼터가 대폭 늘어 과거라면 지역 예선 통과가 어려웠을 국가도 대거 본선 무대를 밟았다. 이로 인해 각 조에 속한 국가 간 실력 차가 크게 벌어졌다. 대량 득·실점 경기가 속출한 주요 원인이 됐다. 실제로 조별리그 B조 캐나다-카타르전(6-0), E조 독일-퀴라소전(7-1), F조 스웨덴-튀니지전(5-1) 등 큰 점수 차 경기가 쏟아지면서 경기당 골 수를 크게 끌어올렸다.

전술적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 21세기 들어 평균 골 수가 가장 적었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평균 2.10골)의 경우 강한 압박의 질식 수비 전술이 세계 축구의 대세가 되면서 골 가뭄이 심해졌다. 그러나 2014년 브라질 대회(평균 2.83골)를 기점으로 세계 축구 흐름이 공격 축구로 돌아섰다. 이번 대회에서는 경기당 평균 득점이 남아공 대회보다 0.9골 이상 늘었다. 또 다른 전술적 요인은 크로스 패스나 세트피스의 변화다. 키커가 상대 골키퍼와 수비진 사이의 좁은 틈을 겨냥해 낮고 빠른 다이렉트 크로스 패스를 연결하는 게 최근 추세다. 이때 급하게 복귀하던 수비진이 실수로 자기 진영 골망을 흔드는 자책골이 많이 나온다. 이번 대회 자책골도 8개나 된다.
현장의 선수나 코치진은 골 증가 최대 요인으로 공인구를 꼽는다. 이번 대회 공인구 ‘트리온다’는 역대 최소인 4장의 패널을 이어붙인 구조에 솔기(홈)가 깊이 팼다. 이로 인해 공기 저항이 줄고 비행 안정성은 높아졌다. 그로 인해 공에 정확한 임팩트가 가해질 경우 위력적인 속도와 궤적으로 날아가는 특성을 갖게 됐다. “공이 너무 빨라 제대로 차면 막기 어렵다”는 게 현장 반응이다. 공표면그립력을 높인 점도 다습한 북중미 기후 환경에서 강력한 스핀 슈팅을 가능케 해 중거리 골이 늘어난 또 다른 원인으로 분석됐다.

기후 등 환경 요인도 다른 방식으로도 골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멕시코시티·과달라하라 등 공기 밀도가 낮은 해발 2000m 안팎 고지대 경기장이나 미국 남부의 극심한 무더위는 선수들 체력을 빠르게 고갈시킨다. 이런 환경 스트레스 탓에 경기 후반 수비진 집중력이 급속히 떨어진다. 이번 대회 처음 도입된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와 엄격한 인저리타임 관리로 실제 경기 시간도 늘었다. 이번 대회 전체 골의 53.7%가 후반전에 터졌고, 특히 후반 20분 이후 경기당 0.63골이 나온 점도 이런 현상의 방증이다.
장혜수 스포츠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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