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등 전세계 올리는데 한국은 낮췄다…출국세 둘러싼 관광재원 전쟁
태국도 최근 출국세 크게 인상해
호주·영국 등도 관광 재원 확대 나서
한국 출국납부금 현실화 목소리
일본 정부가 다음 달 1일부터 외국인 관광객 등 일본을 떠나는 국제선 출국 승객에게 부과하는 국제관광여객세, 이른바 출국세를 기존 1000엔(약 9500원)에서 3000엔(약 2만 8500원)으로 3배 인상한다.

22일 교도통신은 내달 1일부터 일본 정부가 출국세를 인상한 후 확보한 재원으로 관광 인프라 확충, 공항·관광지 혼잡 완화, 오버투어리즘 대책 등에 활용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일본은 출국세 인상과 함께 외국인 비자 발급 수수료도 대폭 올린다. 단수 입국 비자 수수료는 3000엔에서 1만5000엔으로, 복수 입국 비자 수수료는 6000엔에서 3만 엔으로 각각 5배 인상된다. 한국, 대만, 미국 등은 일본과 상호 비자 면제 제도를 적용받아 단기 관광 시 최대 90일간 무비자 체류가 가능해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다.
반면 비자 발급이 필요한 국가의 관광객과 장기 체류 수요에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다만 모든 승객에게 일괄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입국 후 24시간 이내에 출국하는 환승객과 2세 미만 유아 등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6월 30일 이전 항공권을 구매한 승객은 7월 1일 이후 출국하더라도 기존과 같은 출국세를 적용한다.일본 정부는 자국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여권 신청 수수료 인하도 병행한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혼잡과 지역 민원은 관리하되, 자국민 해외여행 심리 위축은 줄이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태국·호주·영국도 부담금 확대출국세 인상은 비단 일본만의 움직임은 아니다. 태국 공항공사(AOT)는 지난 20일부터 국제선 출국 승객에게 부과하는 여객서비스요금(PSC)을 730밧(3만 4000원)에서 1120밧(약 5만 2000원)으로 올렸다. 인상률은 53.4%다. 적용 대상은 방콕 수완나품·돈므앙, 치앙마이, 치앙라이, 푸껫, 핫야이 등 AOT가 운영하는 6개 주요 공항의 국제선 출국 승객이다. 국내선 요금은 130밧(약 6000원)으로 유지했다.

태국 공항 당국은 이번 인상이 세금이 아니라 공항 시설 투자 재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확보된 재원은 공항 인프라 확장, 보안 시스템 강화, 자동 수속 시스템 도입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그러나 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출국 비용을 높이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태국의 외국인 관광객은 약 3300만 명으로 전년보다 7.2% 감소했지만, 베트남은 20% 이상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호주와 영국도 높은 수준의 출국 관련 부담금을 유지하고 있다. 호주는 해외로 출국하는 승객에게 70호주달러를 부과하고 있으며, 영국은 항공 여객세(APD)를 거리와 좌석 등급에 따라 차등 부과한다. 특히 영국 APD는 장거리·상위 등급일수록 세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세계는 올리는데 한국은 되레 가격 낮추는 이유는?출국세를 올리는 세계적 추세와 달리 한국은 지난해 7월 출국납부금을 1만 원에서 7000원으로 낮췄다. 면제 대상도 기존 2세 미만에서 12세 미만으로 확대했다. 당시 정부는 국민 부담 완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관광업계와 학계에서는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안정성이 약화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출국납부금은 관광진흥개발기금의 핵심 재원 중 하나다.

정부가 목표로 내건 '2030년 외래 관광객 3000만 명 유치'를 달성하려면 지역 관광 인프라 개선, 해외 홍보, 관광수용태세 정비 등에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출국납부금 인하 이후 기금 수입이 줄면서 중장기 관광 정책의 재원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와 관광업계 안팎에서는 출국납부금 현실화 논의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세계 주요 관광국들이 관광객 증가에 따른 혼잡, 환경 부담, 인프라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출국세와 관광세를 올리는 흐름과 달리 한국만 부담금을 낮춘 것이 관광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출국납부금 인상은 해외여행객의 직접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 만큼 조세 저항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항공권 가격에 포함돼 체감이 덜하더라도, 가족 단위 여행객이나 잦은 해외 출국자에게는 민감한 사안이 될 수 있다.
앞서 일본은 출국세 인상 명분으로 오버투어리즘 대응과 관광 인프라 재투자를 내세웠고, 태국은 공항 확장과 보안 강화라는 사용처를 강조하고 있다. 한국 역시 외래 관광객 3000만 명 시대를 말하려면 출국납부금의 필요성과 사용 내역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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