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원유판매·핵사찰’ 맞교환…“오바마보다 성급한 제재 해제”

강태화 2026. 6. 23.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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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이 22일(현지시간) 각각 이란산 원유에 대한 수출 규제 해제와 호르무즈해협의 무료 통항을 약속했다. 시한은 핵 프로그램과 관련한 본협상이 진행될 60일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기자들과 이란과의 협상 과정에 대한 문답을 진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양측 모두 스위스 협상에서 합의한 사안을 일단 준수하면서 협상 동력을 이어가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란이 수용하기로 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과 그에 따른 미국의 추가 보상 등 핵심 사안에 대해선 협상 하루만에 이견이 노출됐다.


‘60일짜리’ 원유 판매…달러 결제도 허용

미국은 이날 이란의 원유 관련 제재를 풀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X(옛 트위터)를 통해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의 자유롭고 개방된 통항과 IAEA 사찰단의 재입국을 약속했다”며 “(미국은) 이란산 원유의 생산·인도·판매를 허용하는 60일짜리 임시 일반면허를 발급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의 자유 통항과 IAEA 사찰 수용을 약속한 이란에 대한 ‘맞교환’ 형식의 제재 해제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현지시간 22일, 오만 무산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은 원유 수출 통제 해제가 적용되는 8월 21일 0시 1분(미 동부시간 기준)까지 원유 대금의 달러 결제도 허용했다. 중국 등에 헐값으로 원유를 팔아온 이란 입장에선 시장가로 원유를 파는 동시에 달러 부족에 따른 환율 급등 상황도 진정시킬 수 있게 됐다.

재무부는 다만 북한과 쿠바, 크림반도를 포함한 러시아가 점령했다고 주장하는 우크라이나 지역의 개인·기관과의 원유 거래는 계속 막기로 했다. 북한과 쿠바에 원유가 공급되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이란, 호르무즈 ‘한시적’ 무료 통항 재확인

이란도 호르무즈 개방 원칙을 재확인했다. 스위스 협상 직후 곧장 오만을 방문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을 만난 바드로 빈 하마드 알 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은 X를 통해 “우리는 국제법 준수와 통항료 없는(toll-free) 호르무즈해협의 안전한 통항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란이 약속한 해협 개방 기간 역시 60일로, 미국의 원유 수출 허용 기간과 같다.

JD밴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진행된 이란과의 협상 도중 이란의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한 행정명령 서명식 도중 “협상이 진행 중이라 어떻게 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면서도 “호르무즈해협 관련 상황이 아주 잘 진행되고 있고, 어제 해협을 통과한 석유량이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고 말했다. 이란과의 스위스 협상에 대해선 “해협이 열려 있고, 이란은 절대로 핵무기를 갖지 못한다는 두 가지 성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IAEA 내세우지만…이란 “추가 합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소셜미디어(SNS)엔 “이란이 앞으로 오랫동안 ‘핵 투명성(Nuclear Honesty)’을 보장하기 위해 주요 무기 사찰을 수용하는 데 동의할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잘 알고 있다”며 이란의 IAEA 사찰 수용을 협상의 핵심 성과로 제시했다. JD 밴스 부통령도 이를 “핵 프로그램을 영구 종식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5일 촬영된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위치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이란의 국영 IRNA 통신은 “핵 문제와 관련해 어떠한 새로운 의무도 수용하지 않았다”며 IAEA의 검증 수용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언론들도 의구심을 제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IAEA 복귀는 본질적 핵 문제 해법과는 거리가 멀다”고 평가했고, 워싱턴포스트(WP)도 “IAEA 복귀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파기한 2015년 오바마 행정부의 핵합의(JCPOA)에 포함됐던 조치를 복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악시오스는 “정보당국은 완전한 핵 합의가 최종 타결될지 회의적”이라며 “논의 진전을 위해서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휴전, 호르무즈해협 통항 보장,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위협 자제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짚었다.


동결자금도 먼저 해제?…“미국 농산물만 구입”

이란의 또 다른 ‘돈줄’이 될 동결자금도 논란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협상 직후 “이란 석유의 수출 제재가 면제되고 일부 동결자금이 해제됐으며 재건 및 개발 계획이 가동됐다”고 밝혔다. 갈리바프 의장은 더 나아가 동결자산 해제 규모를 “120억 달러(약 18조원)”라고 특정했다. 이란이 양해각서 체결의 대가로 요구했던 액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이란과의 협상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동결자금 해제는 핵 포기에 연계돼 진행된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이날 관련 질문을 받자 “추진 중인 조치 중 하나는 동결 해제 자금을 식량 구매에 사용하는 것”이라며 “옥수수, 대두 등 이란이 필요로 하는 모든 품목이 우리 농부들로부터 구매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은 “자금이 의도대로 (농산물 구입에만) 사용될 수 있도록 보장할 체계를 마련할 것을 카타르에 요청했고 카타르도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합의 이행에) 진전을 보이지 않을 경우 자금은 해제되지 않을 것이고, 며칠 동안의 협상에서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며 이란이 용처 제한에 동의했는지 불명확한 상황임을 시사했다.


“오바마 때보다 성급한 제재 해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본협상과 동시에 이뤄지는 보상에 대해 “20년 동안 구축해 온 대(對)이란 제재 체계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난다”며 “이란이 핵을 포기하기 전에 상당한 경제적 혜택을 얻는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애틀랜틱 카운슬의 대니얼 태넌바움 선임연구원은 NYT에 “JCPOA 때 제재 완화는 IAEA가 핵 관련 의무 이행을 확인한 지 6개월 뒤에 이뤄졌다”며 “이번 조치는 오바마 정부 때에 비해 성급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캠프 데이비드 방문 일정을 마치고 전용차량 편으로 이동하며 차장 밖을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특히 이란이 막대한 해제 동결자금을 미국산 농산물 구매에만 쓰더라도, 원유 수출 대금을 확보하게 될 이란은 무력 증강이나 테러 세력 지원 등을 위한 달러를 확보할 수 있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등 동맹국 기업의 투자 형식으로 조성되는 ‘최소 3000억 달러’의 재건 기금까지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의 돈은 지출되지 않는다”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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