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 G7 합류해야”…‘G8 확대론’ 다시 뜬 이유

최근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서방 진영을 대표하는 선진국 클럽인 G7 회원국에 한국을 포함해 ‘G8’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됐다. 한국이 국제사회 안보 기여도, 경제력, 기술력 측면에서 이미 G7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만큼 50년이 넘은 G7 체제의 재편이 필요한 현시점에 한국이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영국 옥스퍼드대 국제관계학 강사이자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한국재단 펠로인 에드워드 하월 박사는 22일(현지시간) 영국 국제정치 온라인 플랫폼 ‘엥겔스버그 아이디어스’ 기고문에서 “한국의 역동적인 경제, 기민한 외교, 무역·국방 분야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과의 강력한 협력 실적을 바탕으로 한국은 G7에 자연스럽게 합류할 자격을 갖추게 됐다”고 밝혔다.
G7의 시작은 1975년이다. 당시 프랑스의 제안으로 미국·영국·프랑스·서독·이탈리아·일본 등 6개국이 처음 정상회의를 가지며 G6가 출범했고, 다음 해 캐나다가 합류하며 G7이 완성됐다. 이후 98년 러시아가 가입하며 잠시 G8 체제가 됐다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회원국들이 러시아의 배제를 결정하면서 다시 G7으로 돌아온 상태다. 당초 1차 석유 파동과 세계적 인플레이션 등 경제위기 대응을 위한 선진국 협의체로 출발한 G7은 점차 정치·경제·안보 의제까지 포괄적으로 다루는 정상회의로 발전했다.
英 하월 박사 “러·중 위협 커지는 지금 적기”
하월 박사는 “G7이 출범한 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국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대 초반 65%에서 현재 43% 수준으로 감소했다”며 인도·태평양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일본 한 곳만 아시아를 대표하는 현재 구조는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이 국제 질서 재편을 위협하는 지금이야말로 적기라며 “G7은 ‘자칭 실용주의자’ 이재명 대통령이 이끄는 한국을 G7의 8번째 회원국으로 받아들일 때”라고 제안했다.

하월 박사는 한국이 G8 후보로 적합한 이유가 단순히 자유·평화·민주주의·번영에 대한 헌신 때문만은 아니라며 “한국은 점점 더 견고한 물질적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선 안보 측면에서 한국은 전차, 천무 다연장 로켓, 자주포 등을 유럽으로 대규모 수출하면서 유럽 나토 회원국들에 미국 다음가는 무기 수출국이 됐다고 했다. 이어 한국이 2030년까지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을 목표로 세운 점을 언급하며 “한국이 ‘10년 내 핵추진잠수함 진수’를 약속한 것은 북한의 고도화하는 핵·미사일 능력에 대항할 중요한 균형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봤다.
“韓, 나토에 2대 무기수출국…亞 경제대국”
하월 박사는 경제 분야에서도 한국은 아시아 4위 경제 대국으로 이미 모든 G7 회원국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라고 강조했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등 인공지능(AI) 기술과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이 가진 강점을 간과할 수 없다고 했다.
하월 박사는 한국의 G7 가입을 막는 장애물로 한국과 갈등의 역사가 있는 일본 변수를 꼽으면서도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2023년 G7 정상회의에 한국이 초청된 사실을 거론하며 “과거를 넘어 지정학적·경제적으로 더욱 번영하는 미래로 나아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새로운 현실을 보여줬다”고 짚었다.
하월 박사는 또 G7의 관심사는 이제 경제 문제만이 아니라 지정학적 문제가 전면에 부각되고 있다면서 “이제 한국이 G7을 G8으로 변모시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월 박사는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동아시아 국제 관계에 정통한 전문가로 2023년 『북한과 세계 핵질서』를 펴내는 등 국제 안보와 지정학 분야에 조예가 깊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도 2020년 “韓 등 포함 G11 확대” 주장
한국의 G7 가입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1기 시절인 2020년 5월 G7을 “낡은 시대의 유물”이라고 지적하며 한국·호주·인도·러시아 등을 초청해 ‘G11 체제’로 확대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 재참여를 둘러싼 유럽 국가들의 반대와 미국 대선, 코로나 팬데믹 등이 겹치면서 논의는 중단됐다.

그러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론 클레인 전 백악관 비서실장이 2023년 11월 미 싱크탱크인 카네기국제평화재단 기고문을 통해 한국과 호주를 포함한 ‘G9 확대론’을 펴며 논의를 재점화했다. 클레인 전 실장은 당시 “중국의 도전을 고려할 때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을 G9으로 추가하는 게 타당하다. 경제 규모가 가장 큰 한국과 호주가 적합하다”고 제안했다.
바이든 측근, CSIS ‘韓·호주 포함 G9 확대론’
2024년 6월 미국의 외교안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보고서를 통해 “G7을 한국과 호주를 포함하는 G9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할 때 든 논리도 비슷했다. CSIS는 당시 “G7에서 아시아를 대표할 국가는 일본뿐이며 이런 구조로는 글로벌 거버넌스를 선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G7 정회원은 아니지만 2021년 영국, 2022년 독일, 2023년 일본, 2025년 캐나다, 2026년 프랑스 정상회의에 잇따라 초청받으며 사실상 G7의 대표적인 단골 초청국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이 G7에 가입할 경우 선진국이 만드는 규칙을 수동적으로 따르는 ‘룰 테이커’에서 규칙을 만들어가는 ‘룰 메이커’로 격상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
난관 적지않아…회원국 전원합의 필요
다만 정회원 가입이 현실화하기까지는 거쳐야 할 난관이 적지 않다. G7은 공식 헌장이나 가입 절차가 따로 명문화돼 있지 않은 비공식 협의체로, 회원국 확대를 위해서는 기존 회원국들의 만장일치 수준 합의가 필요하다.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는 회원국 확대가 의사결정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고, 일본 역시 한국의 합류에 우호적이지 않은 분위기다.
그럼에도 한국을 회원국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는 것은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 첨단 기술과 방위산업 역량 등을 바탕으로 한 한국의 전략적 위상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난 노숙자” 보육원 온 천재 여고생…전국 뒤집은 진짜 정체 | 중앙일보
- “커피의 배신이었다” 치매 증상 나타난 50대 뇌의 반전 | 중앙일보
- 전두환 신군부 불려갔던 MB…“자네 얼굴!” 정주영 경악했다 | 중앙일보
- “아들에 성관계 영상 보낸다”…전업주부 성착취 ‘악몽의 인플루언서’ | 중앙일보
- 여교사 12명 당했다…어린이집 화장실 ‘몰카’ 범인의 충격 정체 | 중앙일보
- 삼전 뛸 땐 좋았는데…“스마트폰 300만원 된다” 경악 예언 | 중앙일보
- 여중생 6층 옥상서 ‘위험한 점프’…옆 건물 건너뛰다 추락해 중태 | 중앙일보
- [단독] 배낭에 숨겨 들여온다…‘7만원 스시자로’의 습격 | 중앙일보
- 생활고 호소했던 이훈, ‘비상계엄 12.3’으로 17년만에 복귀 | 중앙일보
- 여친 성관계 영상 찍고 유포까지…‘예능 출연’ 테니스 코치 검찰 송치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