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하게도 다시 돌아왔습니다”…사표 쓴 검사들 ‘줄줄이 복직’ 왜

정진호 2026. 6. 23.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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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에서 전례 없는 복직 인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공개적으로 사직인사를 하고 퇴임식까지 치른 뒤에도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사나 감찰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지만, 주로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에 연루된 검사들이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뉴스1

복직인사 게시판 된 사직 게시판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사표를 제출한 이성범 검사(전 수원지검 2차장)는 지난 1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복직 인사를 올렸다. 이 검사는 “1월 23일 수원지검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사직서 수리가 가능하다고 해 2월 3일 수원지검에서 퇴임인사식까지 했지만, 이후 사직서 수리가 어렵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연가 등으로 사직서 수리만을 기다리다가 머쓱하고 민망하게 서울고검 직무대리로 복직했다”고 밝혔다.

같은 게시판엔 지난달 18일 김현아 검사(전 수원지검 1차장)가 “다시 돌아왔습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2월 초 수원지검에서 퇴임식을 하고 검사 게시판을 통해 퇴임 인사를 드리고 대검에서 봉직기념패도 주길래 받고 할 거 다 했는데 민망하게도 다시 돌아왔다”며 “제가 더는 우리 조직과 구성원들께 도움될 것이 없다고 생각해 사직서에 ‘검사로서 소임을 다해 사직하고자 합니다’라고 썼는데 아직 그 소임을 다하지 못한 모양”이라고 했다.

이들이 글을 올린 이프로스 게시판은 사직 인사를 올리던 곳이다. 사표 미수리가 흔치 않은 일이다 보니 복직 인사 게시판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사표를 쓰고도 검찰청을 떠나지 못 한 건 두 사람뿐 아니다. 올해 초 사표를 제출한 서현욱 검사도 지난달 부산고검 창원지부로 복귀했다.


10개월째 사표 수리 지연도


이희동 전 남부지검 차장검사는 지난해 8월 사직서를 제출하고도 사직 처리가 아직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전 차장은 관봉권 띠지 분실 사태 당시 지휘라인에 있었다는 이유로 수사와 특검 수사 등이 반복되면서 사직 처리가 되지 않았다. 관봉권 분실 사건은 지난 5일 결국 무혐의로 끝났다.

이성범 검사와 서현욱 검사의 경우 지난 1월 법무부가 발표한 검찰 인사 명단에서 의원면직으로 이름을 올리기까지 했다. 면직이라고 공개했지만 실제론 처리가 안 됐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인사 관련 사안에 대해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에서 인사 업무를 맡았던 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나 감찰이 진행 중이라고 해서 모두 의원면직이 제한되는 건 아니다. 사직이 부당하게 거절되더라도 제대로 항의하긴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검사실 술파티 위증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지난 8일부터 19일까지 열렸다. 연합뉴스

감찰위 “징계 불가” 결론 내렸는데도


이성범·김현아 검사는 지난해 11월 수원지검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 집단 퇴정으로 감찰을 받고 있다. 재판부가 증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법관 기피 신청을 하면서 검사들이 퇴정할 당시 이 검사는 그 지휘라인인 수원지검 2차장을 맡았고, 김 검사는 수원지검장 직무대행을 지냈다. 서 검사는 수원지검 형사6부장을 맡으면서 연어술파티 위증 혐의로 이 전 부지사를 기소했다.

공무원 인사 규정에 따르면 중징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감찰이나 형사사건 수사가 진행 중일 때 의원면직이 제한된다. 도피성 사직으로 징계를 회피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다만 이번에 사표 수리가 안 되고 있는 검사들에게 중징계 수준의 잘못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검 감찰위는 지난 4월 이 전 부지사 재판에서 집단 퇴정한 검사들을 징계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런데도 사표 수리가 기약 없이 지연되면서 검찰 안팎에선 정권에 밉보이면 사직도 마음대로 하지 못 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떤 일을 수행할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건 헌법상 가장 기본적 권리 중 하나”라며 “정당한 이유 없이 사직을 못 하게 했다면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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