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이전투구 대상이 된 '당대표' 제도 손 봐야
군부독재 시대 당대표에 권한 집중
한 개인 리더십 의존하는 당대표체제 검토해봐야

6·3 지방선거가 끝난 뒤 정치권에선 기묘한 일들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내부에서 모두 '패배'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의의 수용이나 반성의 뜻도 일부 있겠지만, 저마다 '패배'를 내세운 이면은 따로 있다. 지도부 책임론을 부각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담겨 있다.
실제 지방선거 이후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책임론은 하루가 멀다고 당 안팎에서 나온다. 연임 도전 가능성이 큰 정 대표는 불출마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신임을 묻겠다는 장 대표는 약속을 이행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선거 후 '지방선거 민심은 어디로 향했나' 대신 각당 '지도체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화두가 됐다.
이 권력투쟁 낯익은 장면 아닌가. 그간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정치적 고비 순간마다 당대표를 두고서 극심한 쟁투를 벌였다. 당청관계를 둘러싼 갈등도, 계파 간 힘겨루기도 주연 인물만 다를 뿐 반복됐다. '당대표가 문제'라며 문제의 해결책으로 교체 시도가 있었지만, 국민 기대치는 매번 충족되지 못했다.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이제 질문을 바꿔 물어야 할 때가 됐다. '당대표 제도는 우리 정치에 과연 도움이 되는가'와 같은.
한국 정치사에서 정당은 과거엔 총재, 최근엔 당대표라는 일극체제의 틀을 유지해왔다. 학자들은 군부독재 시절 투쟁해야 했던 정당의 특수성에서 원인을 찾았다. 정당정치의 틀을 갖췄던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시대' 지도자들은 정권의 탄압에 맞서 사실상 전시체제 성격으로 모든 권한을 총재에게 집중시켰다. 그 결과 당은 당내 민주주의보다는 총재의 결심에 따라 운영됐다.
정치력이 사라지고 '집권'만을 절대 선으로 여기면서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는 뒷전이 됐다. 아침 공개회의에서부터 정당의 메시지 모두 상대 세력에 대한 공격, 비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더 잘 싸우는 입', 즉 투쟁력이 정당 지도부의 능력이 됐다. 투쟁력을 갖춘 자가 제왕적 권력까지 거머쥐고 '공천권'마저 차지하면서 당을 장악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결국 협치나 의회주의는 설 곳을 잃게 되고,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양심에 따라 수행해야 할' 국회의원 의무는 당파적 이익, 강성 투쟁 대오 앞에 짓눌렸다. '투쟁력'을 내세우는 정치가 공천권을 앞세워 자가복제 과정을 거치며 정치의 공간은 사라지고 투쟁만 남게 됐다.
반복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정당의 현대화 작업이 필요하다. 당의 노선이나 정책을 두고서 당원이 토론하고 토론의 결과로 정강·정책이 선택되며, 당 지도부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인물로 선택되는 방식이다. 당원 기층단위의 토론문화와 하의상달식 당내 소통구조와 함께 정치인 한 개인의 리더십에만 의지하는 '당대표 제도'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요구된다.
나주석 정치부 차장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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