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만 북적이면 뭐 하나" 돈방석은 없었다…'객당 8987원'에 앓더니 결국 1000억원대 소송전[Why&Next]

권재희 2026. 6. 22. 07:1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천공항 면세전쟁 2라운드
신라·신세계免,1900억원 위약금 물고 철수
신라,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 제기
민법 제398조 적용, 법원 감액 가능성
신세계 "법적 대응 결정된 바 없어"
연합뉴스

호텔신라가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상대로 1000억원대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제기하면서 면세점 임대료 체계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코로나19 이후 국제선 여객 수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회복되며 이를 근거로 산출한 면세점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이 때문에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던 면세 사업자들이 잇따라 사업권을 반납하면서다. 이 과정에서 면세 사업자에게 부과된 위약금은 결국 공사에 부메랑으로 돌아간 모습이다.

22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지난달 공사를 상대로 1065억원 규모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DF1 구역 사업권을 중도 반납하는 과정에서 부담한 위약금이 과도했다는 것이 호텔신라 측 주장이다.

신라免, 작년 인천공항 임대료 4347억원…절반 가까운 '위약금'

앞서 호텔신라는 지난해 9월 인천공항 철수를 결정한 뒤, 공사 측에 1902억원의 위약금을 납부했다. 호텔신라는 이후 공사 입찰에서 새로운 면세 사업자로 롯데면세점이 선정되면서 지난 4월16일 인천공항 영업을 중단했다.

공사가 공개한 별도 기준 재무제표를 보면 호텔신라는 지난해 인천공항 임대료로 4347억원을 냈다. 호텔신라에 부과된 철수 위약금은 연간 임대료의 43.75%에 달한다. 민법 제398조(배상액의 예정)에 따르면 위약금은 일종의 손해배상의 예정액으로, 부당히 과다한 경우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 호텔신라는 이 조항을 근거로 법원의 판단을 구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반납하기 전 신세계면세점과 함께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며 법원 조정 절차까지 진행했다. 당시 법원은 임대료 25% 인하안을 제시했지만, 공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합의에 실패해 결국 '철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시 법원이 임대료 인하 조정안을 제시한 것은 임대료가 신라면세점의 인천공항 매출보다 웃돌면서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인천공항 영업 중단과 관련한 공시에서 2024년 기준 인천공항점 매출액이 4292억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호텔신라와 공사 간 임대차 계약서에서 영업 중단에 따른 위약금이 명시됐더라도, 임대료가 연간 매출보다 많은 데다 임대료의 절반가량을 배상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위약금이 통상적인 수준에서 벗어나 과중하다고 판단해 일부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임대차계약의 경우 통상 위약금은 월 임대료의 석 달 이내로 알려졌다.

신세계면세점이 비슷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남았다. 이 회사의 인천공항 철수 위약금은 1909억원인데, 지난해 인천공항 임대료(3865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다만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현재 별도의 법적 대응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배보다 큰 배꼽' 인천공항 임대료 …인천공항 실적도 '발목'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은 코로나19 이후 공항 면세점 임대료 체계가 개편되면서다. 과거 인천공항 면세점은 고정 임대료 방식이 적용됐지만 팬데믹 이후 이용객 수에 연동하는 '객당 임대료' 방식으로 전환됐다. 면세사업자 입장에서는 매출 연동형 임대료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인천공항공사는 수입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객당 임대료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2022년 말 진행된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 입찰 당시 면세업계는 엔데믹 전환과 함께 관광객 수요가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다. 당시 호텔신라와 신세계면세점은 각각 객당 8987원, 9020원의 높은 임대료를 제시하며 사업권을 따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와 고환율이 맞물리면서 인천공항 이용객이 늘어나도 면세점 수요로 이어지지 않았다. 면세점은 해외 브랜드 상품을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구조인 만큼 환율이 오르면서 매입 원가가 상승하고 가격 경쟁력은 떨어진 것이다.

반면, 인천공항 이용객 수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인천공항 이용객 수는 2022년 1787만명에서 2023년 5613만명, 2024년 7116만명, 2025년 7407만명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80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면세 업계는 그동안 인천공항 적자를 시내면세점을 통해 메꿔왔다. 이마저도 면세업계 핵심 고객이었던 다이궁(중국 보따리상)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며 최근 수익성은 더욱 악화됐다. 이들 면세 사업자가 인천공항 철수를 결정한 배경이다.

다만 기존 사업자들의 영업 중단으로 인천공항도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지난해 호텔신라와 신세계면세점의 인천공항 임대료는 8212억원으로, 공사의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2조9000억원의 27%를 차지했다. 두 기업은 인천공항 매출 기여도 1, 2위였다. 하지만 올해 초 선정된 롯데면세점(DF1)과 현대면세점(DF2)의 임대료는 여객 1인당 각각 5345원과 5394원으로, 기존 사업자보다 40% 낮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소비 패턴 변화와 다이궁 시장 축소 등으로 여객 증가가 면세점 매출 증가로 직결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객당 임대료 체계의 적정성에 대한 논의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며 "신라와 신세계의 사업권 반납, 이번 소송 역시 이런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