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1심 무죄 뒤집으려면 직접 심리 다시해야"…사기 항소심 파기환송

염다연 2026. 6. 2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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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에게 투자 명목 1억 받아 사기 혐의 기소
1심 무죄…2심, 추가 조사 없이 '유죄'
대법 "직접 심리없이 1심 뒤집은 건 위법"

1심 법원이 증인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사건을 항소심이 유죄로 뒤집으려면, 증인을 다시 법정에 불러 직접 심문하는 등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주심 서경환 대법관)은 최근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김씨는 2016년 대학 동창인 피해자에게 "원금과 고정 이율이 보장되는 사모펀드에 가입하게 해주겠다"고 속여 8차례에 걸쳐 1억33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김씨는 2억원의 개인 채무가 있었고, 받은 돈은 생활비 등으로 쓸 생각이었을 뿐 실제 사모펀드에 가입해 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가 4년간 8차례나 돈을 보내면서 사모펀드 가입 증명서나 계약서를 요구하지 않았고, 투자금을 회사가 아닌 김씨의 개인 계좌로 송금한 점을 지적했다. 특히 피해자가 과거 다른 제대로 된 투자 경험이 있었음에도 이런 방식으로 거액을 건넨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사기 피해를 주장하는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했다.

반면 2심은 카카오톡 대화 내역 등 동일한 증거를 바탕으로 1심을 뒤집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김씨가 매월 확정 이율에 따른 '수익금' 명목의 돈을 지급한 점 등을 들어 기망 행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의 재판 절차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심이 증인의 모습과 태도를 직접 관찰한 뒤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했다면 항소심이 이를 뒤집기 위해서는 1심 판단을 수긍할 수 없는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심은 1심 판단에 의문이 들더라도 곧바로 판결을 뒤집을 것이 아니라, 피해자를 증인으로 다시 신문하는 등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거쳐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한다"며 "추가 증거조사 없이 단 1회의 공판기일만으로 유죄를 인정한 것은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 원칙, 항소심 심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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