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글자’로 친명 긁은 정청래…맞불 안놓는 김민석 속내

한영익, 이찬규 2026. 6. 22.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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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6 6·3지방선거 단체장 당선자 워크숍'에 자리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의 8·17 전당대회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당대회의 성격을 규정하기 위한 친명(친이재명)·친청(친정청래) 간 물밑 프레임 싸움이 가열되고 있다.

이슈파이팅에 먼저 나선 건 정청래 민주당 대표다. 정 대표는 지난 12일 돌연 페이스북에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라는 9글자 메시지를 썼다. 보완수사권 존폐 논쟁은 이재명 대통령이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에 대해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한 뒤, 전면폐지를 주장하는 민주당 강경파와 청와대·정부 간 신경전이 벌어졌던 이슈다. 6·3 지방선거 국면에서 갈등은 잠복기에 들어가 있었다.

그런 보완수사권 존폐 논쟁을 정 대표가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다. 정 대표의 페이스북 글엔 2600개 넘는 댓글이 달리며 지지자들 간 논쟁이 벌어졌다. “이런 뜬금포는 뭐냐”는 친명 지지층과 “이게 제일 중요한 어젠더”라는 친청 지지층 간 시각차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정 대표의 최대 우군인 유튜버 김어준씨도 직접 지원 사격에 나섰다. 김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업체 ‘꽃’은 지난 12~1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보완수사권 존폐’에 대한 질문을 넣었다. 전체 응답자에선 보완수사권 유지(52.8%)가 폐지(40.1%) 보다 많았지만, 민주당 지지층에선 폐지(64.7%)가 유지(27.4%)를 압도했다. 전대는 당원 표를 많이 확보하는 이가 승리하는 선거인 만큼, 폐지론을 선점하는 이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씨는 15일 방송에서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당연히 민주당 지지층은 폐지가 높다”며 “보완은 ‘해야한다’는 이미지가 있어 검찰 입장에서 단어 선택을 잘했다. 추가수사권으로 했으면 정반대로 뒤집힌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17일에도 보완수사권 폐지론자인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을 출연시켜 논쟁에 불을 붙였다. 박 의원은 “이 진영 내부 싸움이 결국 수사권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김씨도 “보완수사라는 단어도 바꿔야 된다. 추가수사”라고 호응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캡쳐

친명계에선 “말려들면 안 된다. 보완수사권은 정청래가 먹고 들어간 이슈인데, 그걸로 싸워 득될 게 없다”(재선 의원)는 공감대가 있지만, 전선이 다시 그어질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 1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아직도 수사권에 미련 못 버리는 검찰이 있다면 꿈 깨라.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는 너무나 당연하다”며 “검찰 개혁은 민주당 정부 개혁의 깃발이자 상징”이라고 말했다. 또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는 민주당의 불가역적 당론이다. 또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철학이자 국정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이재명 대통령은 6시간 뒤 유럽 순방 결과 브리핑에서 “악용될 여지가 없는 예외적인 경우까지 다 봉쇄해 놓으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겠다는 게 내 생각”이라며 보완수사권에 대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국회가 하자는대로 할 테니까 권한을 준 것이니 책임도 (국회가) 지겠지”라고 전제하긴 했지만, 보완수사권을 바라보는 이 대통령과 정 대표 간 온도차가 노출되면서 결국 전선이 그어진 꼴이 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유럽·G7 순방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럼에도 보완수사권 존폐가 민주당 전대의 주 쟁점으로까지 부상할지는 미지수다. 정 대표와 맞붙을 김민석 국무총리가 맞불을 놓지 않고 있어서다. 김 총리는 지난 15일 MBC 라디오에서 “개인적으로는 일관되게 '보완수사권은 폐지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옳다' 이렇게 이야기를 해왔다”며 “문제 제기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토론하고,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을 논의는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존치론으로 정면승부에 나서기 보단 “개인적으로는 폐지가 옳다”는 뜻을 강조하며 전선을 허무는 전략을 쓴 셈이다.

정 대표가 주도하는 보완수사권 쟁점화를 바라보는 당내 시선 역시 곱지만은 않다. 정 대표가 전대를 앞두고 정치적 목적으로 보완수사권 띄우기에 나섰다는 비판적 시각도 상당해서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정책수석은 지난 20일 CBS 라디오에서 “원구성 협상이 안 돼 논의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시간이 있다”며 “이런 상황을 다 알고 있는 여의도에서 굳이 보완수사권 얘기를 꺼내는 것에 대해 대통령은 ‘정치적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부엔 “보완수사권 강경 폐지론자인 김용민 의원까지 전대에 출마해 폐지론을 계속 띄울 경우 정 대표에 유리한 쪽으로 판이 흘러갈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수도권 초선)며 보완수사권 쟁점화가 불러올 의외의 변수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보완수사권 쟁점화가 민주당에 장기적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강성 당원들에게는 검찰을 강하게 압박하는 게 여전히 소구력이 있다. 정 대표도 그래서 계속 보완수사권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지방선거 때 이미 경고가 들어온 상황에서 전대를 강성 어젠다로만 치러서는 2028년 총선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영익·이찬규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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