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쏠리는 반도체 머니…증세로 틀어막겠다는 정부
정부가 6·3 지방선거 후 부동산 세제 개편에 시동을 걸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보유세·양도소득세 조정”을 공식화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매입임대 등록사업자에 대한 세금 혜택 축소를 제안했다. 부동산 시장을 겨냥해 지난 1년간 쏟아낸 고강도 대책에 이어 세금 규제 강화까지 초읽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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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세제 조정”, 임광현 “세제 혜택 축소” 시사
김용범 실장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서 “반도체가 벌어온 국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흡수되고, 성장의 과실이 소수에게만 집중된다면 이번 호황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옳은 방향이다. 부동산 과세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튿날인 21일엔 임광현 청장이 X(옛 트위터)에 등록임대 사업자 혜택을 줄이자고 주장했다. 등록임대 제도는 사업자가 의무 임대 기간을 지키고 임대료를 연 5% 이상 올리지 않는 등 세입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면 양도세 중과 배제,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 특례 등 혜택을 주는 제도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확대한 혜택인데, 다주택자 양산 논란으로 2020년 8월 아파트 신규 등록임대는 폐지됐다. 여기서 더 나아가 임 청장은 당시 등록된 사업자들이 “다주택 양도세 중과도 영구적으로 적용되지 않고, 장특공도 더 유리하게 적용받는 파격적 혜택이 있기 때문에 팔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혜택 축소 또는 폐지를 시사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시장 선거 패배 후 규제 속도 조절론이 나올 법도 했지만, 결국 정부는 기조 강화 드라이브를 거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정부가 지난 1년간 집값이 오른 게 ‘더 강한 규제를 쓰지 않았기 때문’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7월 세제 개편안부터 직·간접 증세 이뤄질 듯
지난해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전면적 대출 규제(6·27 대책)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10·15 대책) 등 고강도 규제가 쏟아졌음에도 집값 불안이 계속되자, 정부는 더 강한 규제를 예고해왔다. 이 일환으로 정부발 증세 방침이 기정사실화하면서 부동산업계에선 시장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종합하면 다주택자와 고가·비거주 1주택자를 겨냥한 고강도 증세 카드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시장가액비율(현행 60%), 공시가격 현실화율(공동주택 기준 69%)을 높여 결과적으로 보유세를 더 높게 받는 간접적인 방식의 증세가 거론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의 경우 비율 조정은 시행령 개정 사항이라 입법 과정 없이 가능하고, 비율만 높여도 세 부담이 늘어난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95%까지 올린 선례도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80% 정도까지만 올리더라도, 보유세는 전년 대비 1.2~1.3배 정도는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양도세는 장특공 혜택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증세될 가능성이 크다. 장특공은 1세대 1주택자 기준 12억원 초과 주택을 3년 이상 보유하고 2년 이상 거주할 경우 보유 기간(연 4%)과 거주 기간(연 4%)을 합산해 양도차익의 최대 80%까지 공제를 받는 제도다. 이 중 정부는 보유에 따른 공제는 축소 또는 폐지하되 거주 기간 혜택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임 청장이 밝힌 등록임대 개편은 기존 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줄여 이들 물량을 끌어내는 방향이다. 서울 지역에서 말소된 등록임대 아파트 2만7000가구 중 2만5000가구를 아직 사업자가 보유 중이다. 앞으로 4만3000가구가 말소 예정이다. 정부는 이들 총 6만8000가구를 잠재적인 공급(출회) 물량으로 보고 있다.
임 청장이 이들을 대상으로 “exit(탈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고 한 만큼 양도세 중과 배제, 장특공 특례 등 혜택을 유예 기간을 갖고 폐지 또는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갑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예컨대 2년간 유예 기간을 갖고 혜택을 폐지하면, 그 사이 절세용 매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시장 왜곡 최소화 방안 검토해야” “정책 신뢰 문제도”
이 같은 규제 일변도가 시장에 미칠 왜곡을 최소화하는 방식의 검토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비거주자에 대한 장특공 혜택 축소는 “시행 전 단기적인 회피 매물 증가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매물 잠김 현상으로 가격 및 전·월세 불안이 가중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등록임대 사업자에 대한 혜택 축소는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반발도 있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등록임대 제도는 공공임대주택에 준하는 역할을 민간이 수행하는 대신, 제한적 과세 특례를 부여한 정책적 계약이었다”며 “등록 당시와 다른 소급 정책이 반복된다면, 국가 정책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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