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 녹고 있다’… 실질 구매력 글로벌 위기 이후 최저

박세환 2026. 6. 22. 02:2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실질실효환율 84.75… 전월比 0.32p↓
원·달러 환율 23거래일째 1500원대
유가·강달러 등 겹치며 약세 이어가
게티이미지뱅크·AI 활용 이미지


지난달 원화의 실질 구매력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번달 들어 평균 원·달러 환율도 1520원을 넘어서며 외환위기 이후 최고권에 머물고 있다. 미국·이란 종전 합의 이후에도 지속되는 유가 불안, 강달러 현상, 외국인 주식자금 이탈 등이 겹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쉽게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21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원화의 실질실효환율(REER·2020년=100)은 84.75로 집계됐다. 원화의 대외 실질 가치가 2020년보다 약 15% 낮은 수준이라는 의미다. 지난 4월보다도 0.32 포인트 내려갔다. 2009년 3월 이후 17년 2개월 만에 최저치다. 실질실효환율은 주요 교역상대국 통화와의 환율, 무역 비중, 물가 차이를 반영해 통화의 실질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지난해 6월 92.44에서 12월 86.49까지 떨어졌다. 지난 1월 87.02로 잠시 반등했지만 2월 86.49, 3월과 4월 85.07에 이어 계속 하락세다. 미국(107.26)이나 중국(90.86)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원화는 최하위권인 일본 엔화(65.93)와 더불어 실질 가치가 크게 눌린 축에 속한다.

환율 역시 높은 수준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번 달 1일부터 19일까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 평균은 1521.4원이었다. 이는 1998년 2월 이후 28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최고치였던 2009년 3월 평균보다도 68.1원 높다.


1500원대 환율도 장기화하고 있다.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5일 1500.8원을 기록한 뒤 23거래일 연속 1500원을 넘었다. 역시 외환위기 이후 최장 기록이다.

중동 긴장 완화 국면에서도 환율이 높은 이유는 복합적이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했지만 세부 협상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전쟁이 완전히 끝났다는 신뢰가 형성되기 전까지 국제유가와 안전자산 선호 흐름은 원화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기조도 강달러를 자극하고 있다. 최근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자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13.7원 상승했다.

국내에서는 외국인 자금 이탈이 원화 가치를 누르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19일까지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한 국내 주식은 120조2123억원에 달했다.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한국 증시가 빠르게 오른 뒤 비중 조절 차원의 매도가 나온 영향으로 풀이된다. 수출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국내 외환시장에 충분히 풀지 않는 점도 고환율 요인으로 꼽힌다.

고환율은 원유와 원자재, 수입 소비재 가격을 끌어올려 기업 원가와 생활물가에 부담을 준다. 해외여행, 유학, 해외주식 투자자의 체감 비용도 커진다. 수출기업에는 가격 경쟁력 개선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글로벌 수요와 반도체 경기, 관세와 공급망 변수까지 감안하면 곧바로 수출 호조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은만 고환율 속에 이익을 키우고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 한은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5조8537억원으로, 한 달 새 7926억원 늘었다. 외화자산 운용 수익을 원화로 환산한 규모가 커진 영향이다. 기업과 가계에는 부담이 되는 고환율이 외화자산을 보유한 한은에는 수익 확대 요인이 된 셈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