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HBM 반전’ 이룬 삼성전자… 빅테크와 ‘수년 공급계약’ 굳히기
HBM 확대·장기계약 집중 점검

삼성전자가 하반기 사업 전략을 점검하는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 확대와 주요 고객사와의 장기공급계약 전략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HBM 경쟁력을 앞세워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 지배력 강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부문은 지난 18일 전영현 대표이사 겸 부회장 주재로 열린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고객사별 HBM 공급 방안과 장기공급계약 전략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에 열리는 연례행사다. 주요 경영진은 물론 해외 법인장까지 참석해 사업 현황과 지역 현안을 공유하고 마케팅 전략 등을 논의한다. 이번 전략회의는 부문별로 지난 16~18일 진행됐다.
지난해 6월 회의 당시 삼성전자는 33년 만에 SK하이닉스에 D램 시장 1위 자리를 내주고 HBM 사업도 부진 터널에서 다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완전히 반전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D램 시장 1위 자리를 탈환해 선두를 지키고 있고,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6세대 제품인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했다. 또 지난달 업계에서 가장 빨리 HBM4E(7세대) 샘플을 출하하며 첨단 HBM 시장 선두에 서 있다.
회의에선 빅테크 고객사들과의 장기공급계약도 주요 의제로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AI 수요 폭증으로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자 글로벌 업체들도 안정적 물량 확보를 위한 수년 단위 장기공급계약을 선호하는 추세다. 업계에선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구글 등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HBM3E(5세대)와 HBM4·HBM4E 공급 전략이 구체적으로 논의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주요 고객사들의 요청으로 공급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다년 공급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며 “일부 고객사와는 이미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장기공급계약을 통해 사업 안정성과 수요 가시성을 높이고, 고객사의 중장기 수요를 기반으로 투자 규모와 생산능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전영현 부회장은 지난 8일 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한 뒤 HBM4E와 HBM5(8세대) 공급 문제를 논의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전 부회장은 “단기적으로는 올해 HBM4나 소캠(서버용 저전력 메모리 모듈)을 (엔비디아에)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며 “HBM4E,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비즈니스, HBM5 등 장기적인 협력을 많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파운드리 사업부는 첨단 공정 수율 개선, 미국 테일러 공장 가동 계획 등을 점검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하는 시스템LSI 사업부는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700’ 개발 현황과 사업 전략 등을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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