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기초연금, 70%의 덫을 벗자
한림대 교수
사회복지학부

빈곤 완화 효과 기대 어려워
수급률 기준보다 노인 빈곤의
실제 상황 기준으로 재설계해야
저소득 노인 등 빈곤층에 두텁게
지원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것
기초연금의 하후상박 개혁이 국정의 중심 어젠다로 부상하고 있다. 핵심 문제의식은 기초연금이라는 한정된 사회적 자원을 한국 사회의 구조적 난제인 높은 노인빈곤 완화에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자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제도 도입 당시 설정된 ‘노인인구 70% 지급’이라는 목표 수급률은 더 이상 충분한 정책적 타당성을 갖기 어렵고,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는 현행 방식 역시 재검토가 필요하다.
기초연금은 2014년 도입 이후 노인의 소득을 보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당시 다수의 노인은 공적연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으며, 기초연금은 그 공백을 메우는 제도로 작동해 노인빈곤율을 약 6%포인트 낮추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저소득층에 대한 급여 인상 없이 현행 방식을 유지할 경우 추가적인 빈곤 완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상대적 노인빈곤율(중위소득 50% 기준)은 2024년 기준 3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가장 높으며, 근로연령층 빈곤율의 3.6배에 이른다. 반면 베이비붐 세대의 노령층 진입으로 기초연금 수급자격 선정기준도 크게 높아졌다. 2015년 기준중위소득의 60% 수준이던 선정기준은 2025년에는 기준중위소득의 100% 수준까지 상승했으며, 가처분소득에서 기초연금을 제외하더라도 6분위 이상 노인은 상대적 빈곤선 이상의 소득을 보유하고 있다. 기초연금의 재정 규모는 2026년 기준 27조원으로 복지부문 내 최대 지출 사업 중 하나이며, 향후 재정소요가 가장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 대규모 사회적 자원이 노인빈곤 완화와 노령층 내부 소득격차 완화라는 정책목표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기여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하후상박 개혁이 제기된 것이다. 모든 수급자에게 동일한 금액을 넓게 배분하는 방식보다 빈곤의 깊이가 큰 집단에 더 두텁게 배분하는 방식이 노인빈곤 완화 효과를 높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초연금 개혁의 핵심은 지출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이미 투입되는 대규모 사회적 자원을 정책목표에 더 정확히 맞춰보자는 데 있다. 이와 같은 개혁은 국민연금이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의 중심축으로 안정적으로 기능한다는 전제 위에서 가능하다. 국민연금은 ‘1인 1국민연금’으로 강화하고, 기초연금은 국민연금만으로 노후기본보장에 미달하는 저소득 노인의 최저보장을 보완하는 제도로 재정립해야 한다. 2025년 제3차 국민연금 개혁은 충분한 개혁이라 보기는 어렵지만, 보험료율 인상과 급여 수준 조정을 통해 국민연금을 지속가능한 노후소득보장의 주축으로 다시 세우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다. 아울러 국민연금이 보유한 적립기금은 미래세대의 보험료 부담을 완충할 뿐 아니라, AI·반도체·첨단기술 등 국민경제 성장의 과실을 장기투자를 통해 흡수하는 사회적 자본축적 장치로서, 국민연금이 인구고령화 위험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지속 가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다.
따라서 기초연금 개혁은 국민연금·기초연금·퇴직연금의 역할을 정합적으로 재배치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국민연금은 모두를 위한 주축연금으로, 기초연금은 노후기본보장의 최저보완 장치로, 퇴직연금은 중간층 이상의 적정 노후소득을 보충하는 실질적 2층 연금으로 기능해야 한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이 충분하지 않은 저소득 노인, 후기고령 노인, 단독가구 노인에게 더 두텁게 작동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제도 정합성에 부합한다.
개혁의 속도는 국민연금의 성숙도와 노인빈곤의 개선 속도를 함께 보며 조정해야 한다. 기초연금 대상을 빠르게 축소하면 중간소득 노인의 소득 공백이 발생할 수 있고, 저소득 노인 급여를 충분히 높이지 않으면 빈곤 완화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기초연금 개혁은 국민연금 성숙, 저소득 노인 급여 강화, 기존 수급자의 소득 안정성을 함께 고려하는 단계적 방식이어야 한다. 결국 기초연금은 ‘노인 70% 지급’이라는 수급률 기준보다 노인빈곤의 실제 분포를 기준으로 재설계될 때 빈곤 완화 효과와 제도 정합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70%라는 오래된 기준 대신, 노인빈곤의 실제 지도를 따라 자원을 재배치할 때다. 덜 넓게, 더 깊게. 같은 재정으로 더 큰 노인빈곤 완화 효과를 내도록 사회적 자원을 재배분하는 것, 그것이 초고령사회에 필요한 지속가능한 기초연금 개혁의 핵심이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
사회복지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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