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상징·기술의 자존심… 그랜저는 차 그 이상이었다

이용상 2026. 6. 22.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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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그랜저 40년사

현대자동차 그랜저가 한국 사회에서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1986년 7월 24일 처음 출시됐을 당시 가격은 1690만~2890만원이었다. 서울 외곽의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값과 맞먹었다. 부의 상징이자 평범한 아버지들이 평생 노력해 쟁취하고자 했던 로망이었다.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를 내놓을 때마다 가장 좋은 것들로 채워 넣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그랜저의 변천사는 대한민국 자동차 기술력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1세대 그랜저


1세대 그랜저는 ‘각 그랜저’라고 불렸다. 직선 위주의 강인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드라마에서 주로 ‘회장님 차’로 등장했다. 뒷좌석 승객을 배려한 기능을 곳곳에 배치했다. 후륜구동 중심이던 대형 승용차 시장에서 처음 전륜구동을 적용해 편의성을 높였다. 오페라 글라스도 뒷좌석 승객을 위한 요소다. C필러에 별도의 작은 창을 마련해 외부 노출을 최소화하면서 개방감을 확보했다. 당시엔 거의 볼 수 없었던 전동식 시트를 뒷좌석에도 장착했다. 뒷바퀴를 살짝 덮는 펜더, 반짝이는 크롬 몰딩도 고급 세단의 품격을 표현한 디자인 요소다. 등장하자마자 첫해 판매량 9만2571대를 기록하며 국내 대형 승용차 시장 수요를 빨아들였다.

2세대 뉴 그랜저


1992년 9월 2세대 ‘뉴 그랜저’가 등장했다. 각진 모습은 부드러운 곡선미를 강조한 형태로 바뀌었다. 당시 세계 자동차 디자인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안전 기술을 대폭 강화했다. 미끄러운 길에서도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도록 하는 구동력 제어 장치(TCS)를 적용했다. 운전석·조수석 에어백에 측면 에어백을 추가했다. 현대차의 영문 앞 글자인 ‘H’를 타원형 모양으로 디자인한 엠블럼을 처음 사용했다.

3세대 그랜저 XG


이때까지 현대차는 그랜저를 일본 미쓰비시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3세대 그랜저 XG부터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엔진을 적용했다. 현대차가 플래그십 세단 에쿠스를 그랜저보다 고급 모델로 출시하면서 그랜저의 고객층이 바뀌었다. 1·2세대 그랜저는 기사가 운전하는 회장님 차였다면 3세대는 성공한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자동차였다. 창틀이 없는 프레임리스 도어를 적용해 세련된 이미지를 만들었다.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국내 경제가 회복하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

4세대 그랜저 TG


2005년 등장한 4세대 그랜저 TG는 곡선을 더욱 강조해 보다 역동적인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자체 개발한 V6 람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로 동력 성능과 효율을 동시에 높였다. 엔진 소음을 최소화해 정숙성을 높이고 승차감을 다듬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5세대 그랜저 HG


2011년 5세대 그랜저 HG부터 쏘나타, 아반떼 등과 비슷한 형태의 패밀리룩을 적용했다. 전 모델에 6단 자동변속기를 기본 장착했다. 급제동 경보 시스템(ESS), 에어백 9개 등 첨단 안전장치를 대거 적용했다. 준대형 세단 최초로 ‘연간 판매 10만대’를 넘기기도 했다. 2013년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하면서 친환경 고급 세단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6세대 그랜저 IG


6세대 그랜저 IG는 2016년 11월 데뷔했다. 고객층을 30~40대 직장인까지 낮췄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열풍이 거세게 부는 상황에서 세단의 자존심을 지켰다. 자동 긴급제동, 차로 유지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등 사고를 예방하는 기능을 대거 적용했다.

7세대 디 올 뉴 그랜저


2022년 11월 등장한 7세대 디 올 뉴 그랜저는 소프트웨어 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디자인은 그랜저의 헤리티지(역사)를 이어갔다. 1세대의 오페라 글라스와 3세대의 프레임리스 도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적용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신형 그랜저를 출시했다.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완성차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상황에서 상품성을 대폭 개선했다. 가장 큰 변화는 ‘글레오 AI’다. 챗GPT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의 차량용 인공지능(AI) 음성 비서다. 글레오 AI는 이전 대화 흐름, 차량 상태, 주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인식해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판단한다. 예를 들어 “답답하다”고 말하면 창문을 열 수도 있다. 발화자의 위치까지 고려한다. 뒷좌석 탑승자가 “온도를 낮춰 달라”고 말하면 뒷좌석 온도만 내릴 수 있다. 외관도 달라졌다. 보닛 길이를 늘리고 상어 코를 닮은 앞모습을 적용해 강인한 인상을 만들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랜저는 시대를 대표하는 디자인과 기술을 선보이며 국내 고급 세단의 기준을 만들어왔다”며 “신형 그랜저는 디자인, 사용자 경험, 주행 성능 전반에서 완성도를 높이며 또 한 번 새로운 기준에 도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현대차 제공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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