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구천피 딜레마’… “주가 떨어질라” 상법 부작용도 손 못대
중복상장 금지에 풋백옵션 줄이어
경영계, 자본시장 개혁 부작용 호소
미국식 네거티브 규제 도입 주장도
與 “개정 상법 판례 쌓여야” 숨고르기

더불어민주당이 ‘코스피 9000’의 딜레마에 빠졌다. 1~3차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 개혁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타고 유례없는 코스피 상승세를 만들어냈지만, 경영계에서는 상법 개정 부작용에 대한 호소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보완·후속 입법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이재명정부의 상징적 성과인 코스피가 자칫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 산적한 당내 논쟁적 현안들 탓에 섣불리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태다.
자본시장 개혁의 부작용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가장 최근 표출되는 사례는 모회사의 일부 사업부를 떼어 자회사로 상장시키는 중복상장 문제다. 최근 일부 지주회사들은 상장이 예정돼 있던 자회사 지분을 웃돈을 주고 역으로 되사고 있다. 중복상장의 원칙적 금지로 정해진 시점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기업·최대주주가 투자 지분을 되사야 하는 ‘풋백옵션(Put-back Option)’ 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만연했던 중복상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한 부분이 있지만 기업 입장에선 유망한 사업의 성장을 위해 합법적으로 자본을 조달할 방법이 막힌 면도 있다. 추가적 재무 비용도 지출해야 한다. 일부 지주회사는 최대주주의 개인 자산이 아닌 회삿돈으로 자회사 지분을 재매입한다는 점에서 1차 개정 상법상 ‘이사의 주주충실의무’ 위반 소지도 제기된다.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추진된 정책들이 상호 충돌하며 기업 사법 리스크로 작용하는 셈이다. 기업 컨설팅을 담당하는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21일 “최근 정상적인 기업 간 인수합병까지 막혀 자본 유입이 경색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지속하면 기업이 국내를 피해 해외에 상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 업계 관계자도 “기업은 삼성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 축소 같은 보수적 결정을 더더욱 내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최대 6억원’ 성과급 협상 또한 상법 개정에 발목이 잡혔다. 한 삼성전자 주주단체는 협상 타결 직후 영업이익 재원을 노동자에게 배분하기로 한 협상 결과는 상법상 이사의 주주충실의무 위반이라며 무효 소송 제기를 예고했다.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한 3차 상법 개정 때문에 성과급을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한 협상안은 주주총회 승인이라는 또 다른 벽을 넘어야 한다. 상법 개정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만 있었지, 코리아 프리미엄을 위한 정책이 없다”며 “이제는 기업 펀더멘털을 올릴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 얘기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별 행위를 일일이 규제하는 현행 포지티브 방식 규제를 미국식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 기업의 사법 리스크를 완화하고 과감한 결정을 유도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재명정부를 지탱하는 가장 큰 축인 코스피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高) 문제에 부동산 재상승, 중동 불안 등 하방 요인이 산적해 있다. 하반기 한·미 금리 인상 가능성, 외국인·기관투자가의 자산 리밸런싱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민주당은 당장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싸움이 격화된 상태여서 후속 입법을 논하기는 시기상조다.
민주당은 상법 개정 ‘숨고르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K자본시장 특별위원회 관계자는 “개정 상법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판례가 쌓이고, 주주충실의무 관련 법무부의 가이드라인을 재검토하는 정리 과정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그 뒤에야 산업 전반의 구조 개혁, 연구개발(R&D) 전략 얘기를 꺼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금은 반도체 초과 이윤을 어떻게 분배할지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출신 국무총리가 인선됐으니 국무조정실 차원에서 산업계에 필요한 규제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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