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민 반대에 막힌 반도체 혈맥… 송전선로 89조 들여 지중화 검토

신준섭 2026. 6. 2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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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길이 3887㎞… 지상 설치비 3.4배
206조 빚더미 한전이 부담 가능성
연합뉴스


정부가 총 길이 3887㎞에 달하는 신규 송전선로를 땅에 묻는 ‘지중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중화는 고압 송전선로가 통과하게 될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을 줄이고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 중 하나다. 걸림돌이 되는 것은 ‘비용’이다. 고압 송전선로를 땅에 묻으면 지상 설치보다 비용이 ㎞당 3배 이상 더 투입된다. 지상 설치면 25조원의 예산이 들지만 지하로 들어가면 89조원에 육박하는 예산이 필요하다. 정부가 비용 문제를 정면돌파해서라도 지중화를 추진할 것인지 관심이 모인다.

2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신규 구축 예정인 국가기간전력망을 지중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송전선로가 지나는 지역마다 주민 반발이 거세다 보니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없다는 게 검토 배경으로 분석된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충남 금산에서 열린 신정읍-신계룡 구간 송전선로 건설사업 설명회에 참석한 뒤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기간전력망 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345킬로볼트(㎸) 고압 송전선로 사업은 모두 70건이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시공에 근접한 3건을 제외한 67건은 주민 반발로 입지 선정 단계부터 고충을 겪고 있다.


지중화를 할 경우 투입해야 할 비용이 커진다. 국가기간전력망 사업의 총 길이는 3886.9㎞다. 전력업계에 따르면 고압 지중 송전선로 공사비는 345㎸ 4회선(송전선 4개) 기준으로 ㎞당 228억3000만원이 소요된다. 모든 구간을 지중화하면 산술적으로 88조7379억원이 필요하다. 같은 규격으로 ㎞당 63억9000만원이 들어가는 지상 사업과 비교해 3.4배 많다. 2028~2038년 10년간 준공한다고 했을 때 매년 9조원 가까운 비용이 든다. 비용 조달은 한국전력공사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전의 누적 적자는 지난 1분기 말 기준 206조4000억원에 이른다.

기후부는 비용이 들더라도 지중화로 전력망 구축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중화 추진이 주민 반대를 해소할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지중화 여부와 상관없이 송전선로 건설 자체에 반대하는 지역민들이 적잖기 때문이다. 금산군이 대표적이다. 이한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지난 16일 국민일보 공공정책포럼에서 “서해를 축으로 계통 전력망을 확보해야 한다”며 “지중화가 안 되면 ‘서해로 가자’는 안도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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