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 대학 물으면 차별일까… 하이닉스發 ‘학력’ 블라인드 채용 논란
여권선 아예 차별방지법 추진
채용 자율성 등 훼손될 우려도

SK하이닉스가 신입 채용에서 학력 제한을 전면 철폐하면서 민간기업 채용에서 기준으로 쓰이는 ‘학력’을 둘러싼 논란이 재부상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기업이 학력 정보를 요구할 수 없도록 법으로 못 박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경영계에선 기업의 채용 자율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SK하이닉스처럼 학력·출신학교 정보를 채용 과정에서 배제하거나 비중을 낮추려는 시도는 다른 민간기업에서도 찾을 수 있다. 교육단체 교육의봄은 2022년부터 ‘좋은 채용 기업 찾기’ 캠페인을 통해 출신학교·학점 등 정량 스펙보다 직무역량 중심 채용을 하는 기업을 발굴해 소개하고 있는데 21일 현재 G마켓글로벌, IBK기업은행, 로레알코리아, 당근마켓, 원티드랩 등 55곳이 이름을 올렸다.
G마켓글로벌은 2022년 신입 개발자 공채에서 출신학교를 반영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다. 당근마켓은 정해진 입사지원서 양식 없이 자유 양식 이력서를 받으며 학점이나 학교를 쓸지는 지원자 자유이고 유불리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 기업에선 학벌이 주요 평가 요소다. SK하이닉스도 4년제 학사 이상 지원 자격은 폐지했지만 출신학교 등 학력 정보를 기재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아니다. 필수 기재 사항에서 선택 사항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고학력의 지원자는 학력 사항을 공란으로 두지 않을 가능성이 커 이번 조치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국회에서는 학력 차별 없는 채용을 제도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추진하는 출신학교채용차별방지법(채용절차법 개정안)은 구인자가 요구하지 못하는 개인정보 항목에 학력·출신학교 등을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행 채용절차법은 구직자의 신체조건, 출신 지역, 혼인 여부, 재산, 가족의 학력·직업·재산 등은 요구하지 못하게 하지만 학력·출신학교는 금지 항목이 아니다.
이에 대해 경영계에선 학력·출신학교 정보 수집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면 기업의 채용 자율성과 직무 적합성 판단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성별이나 국적처럼 차별 소지가 명확한 요소와 달리 학력은 특정 업무의 수행 가능성이나 적합성을 판단하는 참고 요소로 활용된다”며 “이를 전면적으로 배제할 경우 기업으로선 무엇을 기준으로 채용 판단을 해야 하는지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송인수 교육의봄 대표는 “연구직처럼 석·박사 학위가 필요한 직무는 있을 수 있지만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까지 수집해야 하는가는 별개의 문제”라며 “SK하이닉스가 촉발한 논의를 계기로 채용 과정에서 직무역량과 무관한 정보의 활용 기준을 사회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정부가 찬반 입장을 정해 주도하기보다 우선 국회에서 이뤄지는 사회적 논의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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