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만 되고 아빠는 안되는 법? 국회의원도 "말이 안돼"

복건우 2026. 6. 2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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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자녀산재' 국회 토론회 참석한 의원들 "해 넘기지 않고 개정안 처리돼야"

[복건우 기자]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노동건강정책포럼이 주관한 ‘누구는 보호받고 누구는 배제 되는가: 유산·사산·아버지 자녀산재와 태어난 시기 차별’ 토론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산재예방TF, 김주영·김태선·박해철·이용우·이학영 민주당 의원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실이 공동 주최했다.
ⓒ 김주영 의원실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산업현장에서 유해 물질에 노출된 아버지의 자녀에게 발생한 선천성 질환의 산업재해가 현행법상 인정되지 못하는 실정을 다룬 국회 토론회에서, 해당 법을 접한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현재 임신 중인 여성 노동자에게만 적용되는 자녀산재 인정 대상을 두고 "엄마와 아빠가 같이 아이를 낳는데 엄마만 적용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라는 반응이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우리 제도의 부끄러운 민낯"이라며 조속한 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5월 선천성 희귀질환 '차지증후군' 진단받은 아들을 둔 정지훈(가명·44)씨 이야기를 전하며 '아버지 자녀산재'를 인정하는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현행 산재보험법은 '임신 중인 근로자'가 유해 요인에 노출돼 자녀가 선천성 질환을 갖고 태어난 경우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어, 정씨는 과거 자신의 작업 환경과 아들의 차지증후군 간 "상당인과관계"(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판단)를 인정받았음에도 산재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번 국회 토론회는 지난 19일 의원회관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노동건강정책포럼이 주관했고 더불어민주당 산재예방TF, 김주영·김태선·박해철·이용우·이학영 민주당 의원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실이 공동 주최했다.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누구는 보호받고 누구는 배제 되는가: 유산·사산·아버지 자녀산재와 태어난 시기 차별’ 토론회에서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 김주영 의원실
이날 토론회에 직접 참석한 이용우 의원은 "아버지가 유해한 근무 환경에 노출됐을 때 그로 인한 자녀의 영향에 대해 실제 의학적·역학적으로 인과성을 인정할 수 있겠냐는 것에 대해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의견들이 지금도 여전히 정부에 있는 것 같다"라며 "하반기에 적극적으로 입법 논의를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를 넘기지 않고 이 부분들을 반영하는 산재법 개정안이 반드시 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라며 "오늘 노동부에서도 오셨는데 적극적으로 내부 검토를 해달라"라고 덧붙였다.

정혜경 의원도 "엄마와 아빠가 같이 아이를 낳는데 엄마만 (자녀산재가) 적용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얘기"라며 "(아버지 자녀산재도) 현재 법 제도 안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산재예방TF 단장인 김주영 의원은 인사말에서 "남성 노동자의 업무 환경으로 인한 자녀산재 보상이 배제되면서 건강손상 자녀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지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라며 "부모의 성별에 따라 건강손상자녀의 보호를 달리하는 게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지 들여다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녀산재가 차별 없이 폭넓게 인정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국회 전반기 부의장을 지냈던 이학영 의원도 "어머니의 (유해인자) 노출만 인정할 뿐 아버지가 노출돼 자녀가 선천성 질환을 얻은 경우는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됐다"라며 "우리 제도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민간 기업조차 인정하고 보상하는 비극과 고통을, 정작 국가가 만든 법 제도는 까다로운 문턱과 소극적인 행정으로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지훈씨 사건 중요한 의미, 현행 제도 재검토해야"

토론 발제에 나선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앞서 정씨의 사례를 인용하며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참석위원 7명 중 6명 찬성으로 정씨의 업무와 자녀 질환 간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다"라며 "그럼에도 근로복지공단은 현행 산재보험법상 건강손상자녀 제도가 '임신 중인 여성근로자'를 전제로 규정돼 있다는 이유로 최종 불승인 처분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 사건은 업무관련성이 인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법률상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불승인된 사례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라며 "과학적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부계 요인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건 산재보험의 예방 원칙과 사회보장 원리에 부합하지 않으며, 오히려 불확실성이 존재할 때 노동자 보호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행 제도는 재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발제에 나선 최승아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도 "전통적으로 태아의 건강 결과의 결정 요인으로 주로 어머니의 건강과 환경을 주목해 왔다"라며 "그러나 최근 수십 년간의 역학 연구가 누적되면서 아버지의 임신 전 환경, 특히 직업적 노출이 태아의 건강과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아버지가 작업장에서 겪는 유해한 환경 노출은 정자의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태아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라며 "예비 아버지의 작업장 내 유해 물질 노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관리하는 건 근로자 본인의 안전을 넘어 미래 세대의 건강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공중보건 과제로 다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2025년 8월 28일 여의도 국회를 찾은 정지훈씨가 자녀산재법(산재보험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국회는 90일 안에 자녀산재법 개정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 반올림
토론자로 나선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이미 기업도 인정하고 있는 아버지 자녀산재를 인정하는 즉각적인 법 개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현재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선임차장도 "정부는 아버지의 유해인자 노출로 인한 건강손상자녀 사례의 규모와 현황을 파악하고, 의학적 근거가 확인된 유해인자에 대해선 신속히 산재로 인정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곽철홍 고용노동부 산재보상정책과장은 "검토를 지속적으로 많이 해서 의원들 입법에 발맞춰 가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무상 질병과 관련해 규범적 관점의 제도화라든지 추정의 원칙도 확대하고 있는데 그에 맞춰 태아(자녀)산재 관련해서도 저희가 할 수 있는 부분을 검토해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정씨는 아버지 자녀산재를 불승인한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지난 3월부터 자녀산재를 인정해 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 5일엔 현행 산재보험법이 헌법상 평등원칙을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만약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게 되고, 헌재는 해당 법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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