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 기술까지 쓴다…로봇 400대가 만드는 다이슨 모터

싱가포르 서쪽 산업도시 주롱 웨스트에 있는 다이슨 싱가포르 첨단 제조 시설(SAM). 다이슨 제품의 핵심 부품인 고성능 모터 ‘하이퍼디뮴 디지털 모터’를 생산하는 핵심 기지지만, 지난 10일 오전 찾은 이곳은 일반적인 공장과 달리 한산했다. 로봇 400대가 전 공정에서 작업하는 완전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다이슨이 이 시설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100명도 되지 않는다. 다이슨의 무선·로봇 청소기, 헤어드라이어, 에어랩(웨이브·볼륨·드라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헤어 스타일러) 등에 필요한 모터를 로봇이 만든다는 얘기다. 혼 웡 PM(프로덕트 매니저)은 “연간 1000만개 모터가 생산되는데 엔지니어는 조립 같은 수동 작업은 하지 않는다”며 “각 공정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살피며 로봇에 생긴 문제점이나 로봇이 처리하지 못하는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고속 회전 날개인 임펠러(Impeller)에 각종 부품을 붙여 제품에 쓸 모터로 완성하는 작업이 크게 7개 공정 라인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9개의 날개가 있는 임펠러는 분당 11만~12만rpm 속도로 회전하는데 제트기 엔진보다 5배 이상 빠른 속도다. 임펠러는 모터 회전 시 공기를 빨아들이고 강력한 고압 기류를 생성하는 역할을 하는데 각종 부품과 임펠러 사이에 머리카락 두께보다 작은 틈만 있어도 초고속 회전 시 엄청난 진동·소음이 발생하고 모터가 망가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각종 화학·재료 공학에 항공 우주 기술까지 동원되고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정밀한 조립이 필요한데, 사람의 손으로는 작업이 어렵다. 웡 PM은 “제품에 부착한 모터는 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제작이 매우 정밀해야 해 3D 비전 카메라 등을 활용한 완전 자동화 시스템으로 이를 충족하고 있다”며 “지난 14년간 이곳에서 모터 2억개를 생산했지만, 모터가 문제가 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다이슨 본사인 세인트 제임스 파워 스테이션에서도 1000여 명의 엔지니어와 과학자가 연구 개발에 한창이었다. 고속 디지털 모터부터 고체 배터리 셀, 비전 시스템, 로봇 공학에 머신러닝, 인공지능(AI)까지 분야마다 별도의 연구·실험실이 있었다. 미니 선풍기 한 대에도 이 모든 기술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윌 커 다이슨 제품개발부문 총괄 부사장은 “1만4000명의 다이슨 직원 중 절반 이상이 엔지니어·과학자고 매년 연구·개발에 8000억원을 재투자하고 있다”며 “기존 카테고리뿐 아니라 신규 영역도 투자 범주에서 제외하지 않고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가전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이슨에게 한국은 중요한 시장이다. ‘다이슨 슈퍼소닉 뉴럴 헤어드라이어’(2024년 3월), ‘에어랩 코안다 2X 멀티 스타일러 앤 드라이어’(2025년 4월) 등 신제품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출시했고 이달 초 에어랩 코안다2X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가장 먼저 공개한 곳도 한국이다.

“기술을 빠르게 수용하고 피드백이 매우 정교해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다이슨 창립자 제임스 다이슨)이 있기 때문이다. 커 부사장은 “한국 고객은 특히 헤어·뷰티 제품에 매우 높은 관심과 열정을 보인다”며 “굉장히 구체적인 요청과 높은 수준의 기대감을 보이기 때문에 (세계 시장 성공을 위해) 매우 의미가 큰 시장이고 한국 고객의 피드백을 직접 듣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이슨의 엔지니어들은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지키기보다 사용자들이 정말 좋아할 만한, 그리고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최신 기술을 담은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싱가포르=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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