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최고훈장 반납한 젤렌스키…전쟁 와중 불붙은 우크라 역사갈등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을 이어가는 와중에 핵심 동맹국인 폴란드와 2차 세계대전 역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됐다. 러시아를 상대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주변국을 향해서도 강경 발언을 이어가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대외 행보가 한층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젤렌스키는 20일(현지시간) 폴란드 최고훈장인 ‘백수리 훈장’을 반납했다고 밝혔다. 앞서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은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 부대에 우크라이나반군(UPA)의 이름을 부여한 것을 문제 삼아 훈장을 박탈했다.
UPA는 1940~1950년대 소련과 나치 독일에 맞서 우크라이나 독립을 위해 싸운 무장조직이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에서는 독립운동의 상징으로 평가받는다. 반면 폴란드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현재의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인 볼히니아와 동갈리치아에서 수만 명의 폴란드인을 학살한 조직으로 규정한다. 폴란드 의회는 2016년 UPA의 행위를 집단학살로 공식 인정했다. 양국이 수년간 역사 화해를 추진해왔지만, UPA 문제만큼은 여전히 민감한 갈등 요소다.

젤렌스키는 이날 X(옛 트위터)에 “이 훈장은 우크라이나 국민과 우리 군을 위한 것이었다”며 “오늘 폴란드 대통령에게 훈장을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도널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전선은 다른 곳에 있다”며 양국 간 충돌이 “푸틴을 기쁘게 하고 동맹을 충격에 빠뜨린다”고 경고했다.
이번 갈등이 더욱 주목받는 것은 폴란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장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폴란드는 수백만 명의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했고 군사·인도적 지원에도 앞장서 왔다. AP통신은 “러시아와의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양국 관계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젤렌스키의 강경 기조는 폴란드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이날 공개된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향해 러시아군의 공격 지원에 사용되는 중계장비를 철거하라고 요구하며 “1주일이면 충분하다. 하지 않으면 우리가 하겠다”고 경고했다. 또 벨라루스 정유산업이 러시아군의 주요 연료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공급 중단도 촉구했다.
전장에서는 러시아 본토와 보급망을 겨냥한 드론 공세도 확대하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시설이 잇따라 타격받으면서 러시아 정제능력의 20% 이상이 가동 중단된 것으로 추정된다. 크림반도에서는 연료 부족으로 QR코드를 활용한 사실상의 배급제가 시행됐고, 러시아와 점령지 내 53개 지역에서는 연료 구매 제한 조치가 확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CNN도 최근 우크라이나가 사거리 50~300㎞급 중거리 드론을 활용해 크림반도 연결 교량과 연료 수송차량, 군수열차 등을 집중 타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군사분석가 클레망 몰랭은 매체에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와 점령지 전역의 러시아 보급망을 대규모로 마비시킬 수단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전장에서 노획한 러시아 무기 분석 자료를 공유하는 플랫폼 ‘트로피랩(Trophy Lab)’도 출범시켰다. 미하일로 페도로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20일 “전장에서 확보한 모든 미사일과 드론, 차량은 이제 자유세계(동맹국들)를 위한 지식의 원천이 된다”며 동맹국들이 러시아 무기의 취약점 정보를 활용해 대응 무기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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