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올랐으니 계약 파기하자”...반도체 호재 터진 동탄 ‘대혼란’

반도체 호재로 집값이 급등한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아파트 매매 계약을 해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집값 상승 폭이 워낙 커지면서 일부 집주인들은 배액배상을 감수하고서라도 더 높은 가격에 다시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화성시 동탄구 아파트 매매 계약 건수는 현재까지 1355건으로 집계됐다. 아직 신고 기한이 남아 있음에도 전월 거래량인 1001건을 이미 넘어섰다.
거래 증가와 함께 계약 해제도 크게 늘었다. 5월 계약분 가운데 현재까지 해제된 거래는 82건으로 전체의 6.1% 수준이다. 전월 해제 건수인 47건과 비교하면 약 74% 증가했다.
현지 부동산 업계는 삼성전자 노사가 지난달 말 고액 반도체 성과급 지급과 주택담보대출 지원 방안 등에 합의한 이후 집값이 급등하면서 계약 파기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청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16억원에 매도했던 집주인이 계약금을 돌려주고 1억6000만원의 배액배상까지 한 뒤 다시 19억원에 매물을 내놓은 사례도 있다"며 "배상금을 지급해도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어 계약 해제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동탄역 인근 주요 단지들은 최근 2주 사이 3억~4억원 이상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탄역세권 대표 단지인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면적 84㎡는 이달 4일 역대 최고가인 22억2500만원에 거래된 뒤 현재 매도 호가가 24억원 수준까지 올라섰다. 한 달 전 실거래가인 19억~20억원과 비교하면 최대 5억원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계약 해제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동탄역세권 단지가 밀집한 청계동이다. 5월 거래된 257건 가운데 28건이 해제돼 해제율이 10.9%에 달했다. 이는 동탄 평균 해제율의 약 두 배 수준이다.
가격 급등으로 매도인과 매수인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계약 해제를 막기 위해 매수자가 중도금을 조기 지급하겠다고 나서는 반면, 매도자는 계약 파기를 추진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동탄의 한 공인중개사는 "중도금이 지급되면 계약 해제가 사실상 어려워지기 때문에 양측의 신경전이 치열하다"며 "계약을 유지하는 대신 매수자가 일정 금액을 추가 지급하는 방식으로 합의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 상승세는 동탄역세권을 넘어 남동탄 지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동탄호수공원 인근 송동의 '동탄린스트라우스더레이크' 전용 106.94㎡는 이달 7일 15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실거래가보다 1억~1억3000만원 높은 수준이다.
현지에서는 실거주 목적 수요뿐 아니라 전세를 끼고 투자하는 갭투자 수요도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동탄이 아직 비규제지역인 점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동탄을 포함한 수도권 집값 급등 지역을 규제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실수요자들은 관망세를 보이는 반면, 투자자들은 규제 시행 전 매수에 나서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현지 부동산 업계에서는 규제 시점이 다소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공인중개사는 "반도체 성과급 이슈가 불거졌을 때 즉시 규제에 나섰어야 했다는 목소리가 있다"며 "규제가 시행되면 투자 수요는 줄겠지만 반도체 산업 호재가 지속되는 만큼 가격 조정 폭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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