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지휘 한찬식…‘2기 청와대’ 민정수석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참모진을 개편했다. ‘2기 청와대’ 신호탄 성격의 인사다. 신임 민정수석에는 한찬식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임명됐다.
한찬식 수석은 사법연수원 21기로 법무부 인권국장,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 등을 역임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한 수석은)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신설 등 검찰 개혁을 차질 없이 완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수석은 문재인 정부 시절 동부지검장으로 재임하며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를 지휘했고,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송인배·신미숙 전 청와대 비서관을 기소했다. 당시 수사 실무을 담당했던 사람이 형사6부장이었던 주진우 현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당시 한 수석은 최병렬 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대표의 사위라는 점 때문에 여권에서 더 심한 공격을 받았다. 결국 그는 2019년 검사 옷을 벗었다.
한 수석 임명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형사소송법 개정 등 남은 검찰개혁 과제 수행을 위해서는 검찰을 잘 알고, 법조계와 소통도 되고, 좀 더 강하게 일을 추진할 사람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개혁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중요한 시기에 형사 절차의 관점에서 혹시나 모를 부작용을 철저하게 점검하려는 대통령의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 친문재인 그룹과 강성 지지층은 한 수석 임명에 반발하고 있다. 한 친문 의원은 “검찰주의자를 민정수석에 앉힌 게 적절해보이진 않는다”며 “그간 이력을 볼 때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모이는 딴지일보, 클리앙 게시판 등에는 “민주 정부에 자부심이 있었는데, 오늘 인사 보고 마지막 남은 마음마저 완전히 떠났다”, “보완수사권 무조건 남기고 검찰개혁 안 하겠다는 뜻”이라는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조국혁신당은 “한 수석, 반개혁적 전력 우려된다”고 입장을 냈다.

반면 한 수석과 함께 일했던 검사 출신 변호사는 “치우침 없이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검사장”이었다며 “보수적이라거나 검찰주의자라는 평가도 있지만 실제론 정치적 성향을 드러낸 적 없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새 홍보소통수석에는 성기홍 전 연합뉴스 사장을 임명했다. 성기홍 수석은 기자 출신으로 연합뉴스 정치부장, 논설위원 등과 연합뉴스TV 보도국장을 역임했다. 여권 인사는 “이 대통령은 언론 지형에서 뉴스통신사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이번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회수석에는 김경자 우석대 교양대학 객원교수가 발탁됐다. 약사 출신인 그는 전국병원노조연맹 인하병원 노조위원장,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등을 지냈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건립을 추진한 대표적인 공공의료 사업인 성남시립병원(현 성남시의료원) 설립에도 참여했었다.

이 대통령은 국가안보실도 개편했다. 안보실 제1차장 강건작 현 대통령직속 미래국방전략위원회 위원을 임명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장에 이어 국방개혁비서관을 역임하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추진에 관여했다. 지난해 출간한『한국군이 새롭게 거듭나기 위한 강군의 조건』도 전작권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한 책이다.
안보실 3차장엔 송기호 경제안보비서관이 임명됐다. 송 차장은 이재명 정부 출범 때 국정상황실장으로 청와대에 합류한 뒤 이내 경제안보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현주 전 3차장은 외교부 출신이었지만, 송 차장은 변호사·시민단체 출신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관세 협상과 그 후속 절차, 그리고 중동 사태로 공급망 급변 상황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송 차장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다”고 전했다. 송 차장은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문제점을 집요하게 비판하기도 했지만, 경제안보비서관으로 일하며 합리적·현실적 의견을 개진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통령은 일부 수석만 교체하고 3실장은 연말까지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하정우 전 수석이 사임하며 공석이 된 인공지능(AI)미래기획수석은 이날 발표되지 않았다. 청와대는 이기혁 아마존웹서비스(AWS) 스타트업 생태계 총괄을 새 AI수석으로 유력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청와대는 해양수산부 차관에 남재헌 현 해양수산부 북극항로추진본부장을 임명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야당이 요구한 국정기조전환용 인사가 아닌, 국민의 이목을 분산시키기 위한 국면전환용 인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홍보소통수석 인사에 대해선 “또다시 언론사 사장 출신을 임명한 것은 언론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부적절한 인사”라고 했다. 김경자 사회수석에 대해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미래 세대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한 시점에 특정 진영과 세대를 대변해온 민주노총 출신 인사를 임명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윤성민·정진우·채혜선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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