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 음식값" 맥주 한잔 3만원…현지인도 뿔난 월드컵 역대 최대 바가지 논란[시사쇼]

이현우 2026. 6. 2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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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음식만 8만원…폭리 논란
경기장 관객 감소…축구팬들 등 돌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본문과 직접적 연관 없음.. 게티이미지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미국·캐나다·멕시코 3개국에서 공동 개최되고 있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이 한창이다.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시선이 그라운드 위 명승부에 쏠려 있어야 할 시기지만, 정작 화제의 중심에는 엉뚱하게도 바가지 요금 논란이 자리하고 있다. 경기장 매점의 살인적인 음식값부터 입장권 가격까지 심각한 바가지 물가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국제축구연맹(FIFA)을 향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편의점 음식이 8만원, 맥주 한잔 3만원…현지 주민들도 반발
AP연합뉴스

미국 스포츠 매체 ESPN의 기자가 최근 뉴저지주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 모로코의 조별리그 경기를 취재하러 갔다가, 경기장 매점에서 음식을 산 뒤 영수증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내용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비판여론에 불이 붙었다.

그가 구매한 품목은 샐러드와 생수, 크루아상, 닭가슴살 등으로 동네 편의점에서도 손쉽게 살 수 있는 평범한 먹거리였다. 그러나 계산대에 찍힌 금액은 52.98달러, 우리 돈으로 8만 원이 넘었다. 아무리 미국 물가가 비싸다고 해도 편의점 수준의 음식에 어울리지 않는, 차라리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수 있는 금액이라는 게 이 기자의 토로였다.

그는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가격표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카드로 결제를 했고, 뒤늦게 영수증을 보고 깜짝 놀라 환불을 받으려 했지만 줄이 너무 길어 포기했다고 전했다. 이 가격표와 구매 장면을 담은 영상이 SNS에 퍼지면서 순식간에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됐고, "대낮에 강도를 당한 것과 다름없다"는 격한 반응까지 쏟아졌다.

비판은 외부인의 시선에 그치지 않았다. 현지 주민과 축구팬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는 생수 한 병이 5달러, 우리 돈으로 약 7500원에 판매됐고, 맥주 한 잔은 19달러로 약 2만9000원에 달했다. 햄버거를 시킬 때 곁들이는 사이드 메뉴인 치킨 텐더 역시 19달러나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골적인 폭리"라는 부정적 반응이 잇따랐다.

입장권 가격도 기습 인상…FIFA 향한 비판 거세
AP연합뉴스

문제는 음식값에서 끝나지 않았다. 경기장 입장권 가격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입장권 가격을 결정하는 FIFA가 사전 예고 없이 가격을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의 화살이 본격적으로 FIFA를 향하기 시작했다.

외신이 집계한 조별리그 경기 입장권의 최저 평균 가격은 140달러, 우리 돈으로 약 21만원 수준이다. 가장 저렴한 좌석조차 결코 만만치 않은 가격인 셈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결승전이다. 뉴저지주에서 열릴 결승전 일부 좌석의 가격은 1만 달러, 우리 돈으로 1500만원을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티켓의 재판매 가격은 한술 더 떠 3만 달러, 우리 돈 약 4500만 원까지 치솟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FIFA가 각국에 배정한 티켓 가격을 예년 대비 35%나 인상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비판 여론이 갈수록 커지자 FIFA는 13만장 규모의 할인 티켓을 별도로 배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가격이 60달러, 우리 돈으로 약 9만원에 달해 저렴한 티켓이라 부르기에는 무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4년 전 카타르 월드컵 당시 티켓 가격의 거의 4배에 달하는 수준이어서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논란이 커지자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60달러짜리 할인 티켓 가격이 미국 내 주요 스포츠 경기 입장권과 비교하면 오히려 낮은 수준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이 해명은 여론을 가라앉히기는커녕 오히려 반발을 키웠다. 인판티노 회장은 또 이렇게 거둬들인 수익이 축구 발전을 위해 쓰일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이 말을 신뢰하는 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둘러싼 부패 논란과 마찬가지로, FIFA 역시 조직 차원에서 부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까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 개최국 정상까지 등을 돌렸다. 개최국 중 한 곳인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입장권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며 자국에서 열리는 경기조차 관람하지 않겠다고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는 자신에게 배정됐던 개막전 티켓을 21세의 한 시민에게 양도하기도 했다. 개최국 대통령마저 자국 개막전 티켓을 포기할 정도로 가격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사실은, 이번 논란이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지 물가 반영" 변동가격제가 부른 역설
AFP연합뉴스

그렇다면 FIFA는 왜 이렇게까지 입장권 가격을 끌어올린 것일까. 핵심에는 이번 대회 처음으로 도입된 '변동 가격제'가 있다. 기존의 정액제와 달리 변동 가격제는 개최지의 현지 물가와 교통, 숙박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격을 탄력적으로 책정하는 방식이다. FIFA는 이 제도를 도입하면 현지 실정에 맞는 적정 가격이 산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논리에는 치명적인 허점이 있었다. 물가가 낮은 지역에서 열렸다면 가격이 자연스럽게 내려갔겠지만, 공교롭게도 이번 대회가 열리는 미국·멕시코·캐나다의 주요 도시들은 대체로 물가 수준이 높은 곳들이다. 더구나 변동 가격제가 본래의 취지대로 작동하려면 여러 판매처 간 경쟁이 전제돼야 하는데, 월드컵 입장권은 FIFA가 독점적으로 판매한다. 경쟁 없는 시장에서 '시세를 반영한다'는 명분만 남은 채, 다수의 경기가 열리는 미국 경기장을 중심으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셈이다. 결국 FIFA가 수익성에만 지나치게 매몰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가격 인상의 배경에 또 다른 요인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월드컵이 국제 정세가 불안한 가운데 열리면서, 흥행 자체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수익을 미리 확보하려 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실제로 지난 2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분쟁, 이란을 둘러싼 긴장 등 국제 정세 악화 속에 흥행에 참패한 바 있다. FIFA 역시 이번 월드컵의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관중 수가 줄더라도 단가를 높여 수익을 확보하려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런 고가 정책이 실제로 흥행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가격 논란이 확산되면서 적지 않은 축구 팬들이 직접 관람을 포기하고 있고, 그 결과 경기장 곳곳에서 빈 좌석이 두드러지게 늘고 있다. 현재까지 팔리지 않은 티켓은 18만 장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이번 대회부터 본선 진출국이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난 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별로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한 국가 간 경기가 늘어난 데다,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관중 동원에 이중의 악재가 겹친 모양새다.

축구팬들 발길 돌리나…FIFA 내부서도 논란

FIFA로서도 이런 흐름이 달갑지만은 않다. 장기적으로 관중이 경기장과 거리를 두기 시작하면 돌이키기 어려운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TV 중계로 보는 축구와 현장에서 직접 관람하는 축구는 체감되는 매력이 전혀 다르고, 무엇보다 열성적인 축구 팬의 상당수는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경기장을 찾았던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 크다.

지금의 고가 정책이 미래의 잠재 고객이 될 어린이와 청소년들마저 경기장에서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축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지키기 위해 출범한 조직이 수익성만을 좇는다면 그 정체성은 무엇이냐는 비판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향후 월드컵의 입장권 가격 책정 방식과 개최국 운영 방식 전반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입장권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는 국가들은 아예 대회 개최 자체를 포기할 위험도 있다는 점에서, FIFA 내부에서도 적정 가격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관련 논의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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